230. 복성각
배달 시키신 분
신촌에서 2.3km 떨어진 어느 섬에 한 남자가 떠내려왔다.
우연찮게 서울 한복판에 표류하게 된 김 씨는 갚을 빚도, 뉴스도 없는 이 생활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프만 들어 있는 짜파게티 봉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남자 김 씨는 그림 같은 짜장면 한 그릇을 위해 옥수수 씨앗부터 찾아 나섰다.
그의 펜팔이자 히키코모리인 여자 김 씨는 3년 동안 방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새똥에서 작물 씨앗을 발굴해 내 기어코 농부가 되고, 옥수수를 수확하는 험난한 과정을 본 여자 김 씨는 중국집 짜장면을 섬으로 주문한다. 배달부는 오리배까지 빌려 도착했지만, 두 손 무겁게 다시 강을 가로질러야 했다. 그리고 땀범벅이 된 채 저쪽 신사분이 거절한 짜장면을 여자에게 전달한다. 자신에게 짜장면은 희망이라는 남자의 말과 함께.
2022년 1학기, 처음으로 학교 대면 수업이 재개되었다. 학생들은 여자 김 씨처럼 2년 만에 처음 방을 나와, 헬멧 대신 마스크를 쓰고 캠퍼스를 밟았다. 한국에 처음 온 미국인 S교수님은 <김씨 표류기> 속 두 Kim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교수님은 학생들 이름조차 발음하기 쩔쩔맸다. 그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 했지만, 어찌저찌 수업 마지막 날 짜장면 파티를 여는 데 성공했다.
이거 어디서 시키신 거래? 복성각. 아 거기 교수님들이 맨날 가는 데라던데, 동료 교수님이 시켜줬나 보다.

만두는 서비스
S 교수님은 춘장 볶음 소스 면을 끝까지 ‘블랙 빈 누들’이라 불렀다. 짜장면은 검은콩이 아니라 대두를 발효하고 캐러맬 색소를 첨가한 춘장으로 만들어 검은 빛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문학 수업답게 문화적 의미는 전달되었다. 한 학생이 이사를 마치면 꼭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키는 문화를 교수님께 설명해 드렸다.
밤섬만큼은 아니지만 푸른 나무와 자연에 둘러싸여 짜장면을 비비는 순간, 모든 학생들은 생각했다.
아, 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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