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24 · 11 · 05

230. 복성각

Editor 정원

불짜장 하나요

배달의 오랜 딜레마는 간편하지만 면이 불기 일쑤라는 것이다. 복성각 짜장면도 가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신촌에 표류한 지 이 년차, 평일 오후 다섯 시경. 드디어 복성각 매장에서 직접 짜장면을 시켰다.

“불짜장 많이 매워요?”
“아니, 우리가 무슨 음식을 못 먹을 만큼 맵게 만들지 않아요. 불짜장도 그렇고 짬뽕도 다 사람들이 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매워요.”

큰 홀을 가득 채우는 테이블들은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은빛 주전자에는 시원한 자스민 차의 시원함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서려 있다. 반질반질하지만 고풍스러운 식탁에 놓인 오와 열을 맞춘 단무지, 생양파와 춘장, 그리고 김치. 네 명 분의 수저까지 완벽하게 세팅돼 있었지만 정작 자리에 앉은 건 한 명이었다.

카운터 뒤로 보이는, 호텔에서 볼 법한 모양으로 둥글게 착착 쌓인 단무지 그릇과 김치 그릇은 작은 요새 같았다. 손님이 여전히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이른 저녁에 조금 휑할 뿐.

이 과분할 정도로 친절한 냅킨 높이를 보라

9천 원짜리 불짜장이 나왔다. 소스가 면 위에 부어진 상태로 등장했다. 나 매워요, 를 전달하는 데 진갈색 소스 위 청양고추 세 점이면 충분하다. 

 

면은 조금 가는 편이라 불기 쉽다. 보통 짜장면에는 재료가 큼직하게 잘려 면을 먹다 보면 고기와 양파가 그릇 바닥에 남는다. 재료를 잘게 다져 넣은 유니짜장(‘다진 고기’ 라는 肉泥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스타일 소스는 돼지고기, 양파 따위를 집기 위해 젓가락질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그 덕에 면에 소스가 착 감긴다. 사장님 말마따나 적당히 매운 짜장,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신라면 정도 맵기이다. 전에 먹었던 기본 짜장은 조금 단 편이었다. 불짜장도 마찬가지로 달았지만, 먹을 만한 매운 맛이 조화를 맞춰 주었다. 간간이 배추김치도 집어 먹으며 그릇을 비웠다. 맛집인가,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남은 짜장에 자연스레 숟가락이 향했다.

여전히 혼자에게 과분한 테이블에 앉아 자스민 차로 입가심을 했다.

2/4
정원
AUTHOR PROFILE
정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