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뉴 삭스 온 더 블록
씁-하-…
어느새 공기가 차가워지고, 겨울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기 시작합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다시 겨울로.
가을은 마치 발가락 사이를 스치는 바람처럼 조용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뜨거운 햇살에 꼼지락거리던 발가락을 내놓던 여름과는 다르게,
옷장 속에 숨어있던 길-다란 양말과 갑옷 같은 신발들로 무장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옷장 속에 돌돌 말려있는 양말은 혹시 어디서 왔나요?
감히 예상해 보건대…
지하철역의 가판대, 동네 시장의 양말 트럭, 그리고 로켓처럼 집 앞에 배달해 주는 쇼핑몰에서,
5개, 어쩌면 10개 묶음으로 우리에게 왔을 겁니다.
주로 일상에서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우리는 양말의 소중한 쓰임을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신발에 발을 넣기 전, 우리의 발에 직접 맞닿는 건 양말인데 말이죠.
어쩌면 양말이 양말을 감추고 있는 신발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양말들은 ‘무채색의 뭉텅이’이기에,
양말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아니,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연희동에 있는 이곳에 가보지 않았더라면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 굴처럼 숨어있는
다양한 양말을 만나볼 수 있는 양말 편집숍 ‘더블실린더 삭스샵’입니다.
가게 앞에 도착하면 파-란 양말과 실타래가 그려진 작은 간판이 우리를 마주해줍니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게의 3면을 꽉 채운 알–록–달–록-한 양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색하게 가게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사장님께서 먼저 말을 걸어오십니다.
“혹시 저희 가게 와보신 적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고개를 절 절 저어 보세요.
레 레
“저희 더블 실린더 삭스샵은 ~” 으로 시작하는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가게를 둘러볼 수 있을 거랍니다.
더블 실린더 삭스샵의 공간은 크게 둘로 나누어집니다.
판매하는 양말들이 잔-뜩 쌓인 곳과, 실제로 양말을 신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요.
계산대 옆쪽에 있는 피팅 존 소개에 앞서 종류별로 쌓여있는 양말들을 살펴봅시다.
사장님의 설명이 없으면 똑같은 양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꼭 사장님의 설명과 함께하세요!
(반대쪽 벽에 러닝 양말도 있다는 사실!)
먼저 이곳부터 살펴볼까요?
이곳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양말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익숙한 소재인 ‘린넨’으로 만들어진 양말부터,
일본 전통 종이 섬유인 ‘와시’로 만들어진 까슬-까슬-한 양말까지.
뜨거운 여름에 신기 좋은, 그리고 발에 열이 많은 분들이 신기 좋은 양말들입니다.
*린넨 : 아마 섬유로 만든 천. 통기성과 흡습성이 뛰어나 여름에 시원하고 쾌적하다.
*와시 : 일본식 전통 종이, 와시 원단은 종이 섬유를 혼방한 천으로, 가볍고 통기성이 좋으며 독특한 촉감을 가진다.
조금만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재인 ‘코튼’,
즉, ‘면’으로 만들어진 양말들이 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신는 양말들도 면양말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평범한 코튼만을 다루지 않습니다.
최상급 코튼인 ‘해도면’이나 ‘이집트 코튼’같은 고급 코튼으로 만들어진 양말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해도면’은 섬유 길이가 길어 매끄러우며, 실크처럼 부드러운 촉감과 뛰어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 ‘면의 왕’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산량이 매우 적어 희귀하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죠. 이곳, 더블 실린더 삭스샵에서는 3만 원 정도에 최상급 코튼, ‘해도면’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이집트 코튼 : 나일강 유역에서 자라는 긴 길이의 섬유로 만들어진 면. 부드럽고 흡습성이 좋으며, 세탁을 거듭해도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코튼 양말의 한편에는 자신만의 빛을 뽐내고 있는 ‘실크’양말들도 볼 수 있습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만들어진 ‘실크’는 여름에는 시원함을,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드러운 실크 양말의 은은한 빛에서는 어쩐지 품위가 느껴집니다.
고개를 또 왼쪽으로 돌려볼까요.
이곳은 ‘울’이나 ‘캐시미어’, ‘알파카 털’ 등,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양말들이 늘어져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에 발마저도 찹찹해지는 요즘, 자신을 데려가달라는 것처럼요!
그 아래에는 ‘룸삭스’라고 불리는, 집에서 신을 수 있는 양말이 있습니다.
온돌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집 안에서도 신발이나 슬리퍼를 신어야 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룸삭스’를 즐겨신는 편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신고 다니는 양말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마시멜로처럼 폭신하고 말랑한 촉감이라는 것입니다.
‘룸’삭스라는 이름처럼 집에서, 그리고 방에서 편하게 신기 위해 만들어진 양말이기 때문이죠.
추운 겨울이 되면 발이 꽁꽁 얼어버리는 한국의 수족냉증 환자들에게도 이런 두툼한 룸삭스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답니다.
더블 실린더 삭스샵의 마지막 삭스 존은 계산대 옆 ‘러닝 양말’ 존입니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러닝 붐’에 응답이라도 하듯, 러닝할 때 신기 편한 양말들이 걸려있습니다.
한 가지 특징은, 대부분 발가락 양말이라는 건데요.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러닝에서 발가락 양말을 신게 되면, 마찰을 감소시켜 물집이 생기는 걸 줄여주고,
발가락 사이까지 섬유가 닿아 땀의 흡수와 건조가 빨라진다고 합니다.
종류별로 차곡차곡 쌓인 양말을 다 살펴봤다면,
이제 더블 실린더 삭스샵만의 신기한 공간,
피팅 존을 만나볼 시간입니다!
혹시, 양말 가게에서 양말을 시착해 본 적,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신발 속에 은밀하게 숨어있던 ‘발’을
새 양말에 욱여넣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새 양말을 구매해 보고 싶어도 시착해 볼 수가 없기에
아쉬운 마음을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블 실린더 삭스샵에서는,
그런 어려움을 피팅 존을 만들어 해소했답니다.
피팅 존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요.
가게까지 걸어오는 동안 더러워진 발을 씻어내릴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공간입니다.
칙-…
칙-…
쏴아아-…
더러운 먼지와 땀을 물과 함께 흘려보내고. . .
대롱대롱 피팅 존에 매달려있던 양말 중에, 신어 보고 싶은 소재의 양말을 골라 신어보세요.
평소에 신던 양말과 뭔가 다른 양말이 주는 새로움을, 한 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가게 구석구석을 살펴보다 보니 양말을 향한 사장님의 큰 애정과 더불어 여러 궁금증도 생겨납니다.
특히, 어쩌다 연희동에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된 건지 말이에요!
더블 실린더 삭스샵에 관한 궁금증은 가게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양말 사랑이 넘치는 사장님께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보았답니다.
가장 먼저 ‘더블 실린더 삭스샵’이라는 가게 이름의 뜻이 궁금해요.
왜 더블 실린더 삭스샵인지, 그리고 더블 실린더는 무슨 뜻인지 알려주세요.
먼저 더블 실린더는 양말을 만드는 기계에요.
양말을 만드는 2가지 기계 중, 더 오래된 방식이죠.
싱글 실린더라는 기계로 만든 양말과는 다르게 바디 전체에 조직감이 있어
양말이 쉽게 늘어지지 않고, 우리의 발을 옥죄지도 않죠.
그래서 저는 더블 실린더로 만든 양말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제가 편하다고 느끼는 양말을 소개해 주는 공간을 만들기로 다짐했죠.
그래서 이 가게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가게 이름도 ‘더블 실린더 삭스샵’이 되었어요.
<더블 실린더 기계> © kingknitfactory
* 더블 실린더로 만든 양말은 조직감이 있어 발을 옥죄지 않지만, 싱글 실린더로 만든 양말은 오밀조밀한 실로 구성되어 있어 혈액 순환을 방해하기도 하고, 발의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기도 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신는 양말은 싱글 실린더로 만들어진다.
양말을 만드는 기계에서 가게 이름을 따오셨군요. 양말을 만드는 기계까지 알고 계신다는 점에서 양말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게의 모습에서도 그런 마음이 느껴지고요. 혹시 더블 실린더 삭스샵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더블 실린더 삭스샵은 일본이나 유럽 브랜드의 양말을 셀렉해서 소개해 주는 공간이에요. 왜 일본과 유럽이냐 하면, 단순히 양말을 잘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아무 양말이나 브랜드를 셀렉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양말들과는 다른 양말들을 골라서 소개해 주고 있어요. 제가 신었을 때 편하다고 생각하는 양말 위주로요. 대부분 양말을 고를 때, 무난한 컬러나 싼 걸 고르는데, 저는 양말이 삶의 질에 되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외치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양말은 중요하다!” 이렇게요.
‘양말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공간’이라니… 사실 저도 취재를 하러 왔지만, 양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온 것 같아요. 어쩌다 양말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게 되셨나요?
저는 발이 좀 큰 편이에요. 그래서 늘 타이트한 느낌을 받고, 항상 발이 불편하다고 생각했죠. ‘원래 불편한 건가? 아니면 신발이 잘못됐나’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었죠. 그런데 집에서 양말을 신고 재택근무를 하던 시기에 발이 너무 피곤한 거예요. 외출을 안 하는데도 말이죠. 그전에는 신발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양말이 문제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발이 숨 쉬지 못하는 답답함을 견디기가 어려워 좋다는 양말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일본 양말 중에 제 발에 잘 맞는 소재와 양말을 찾게 됐고, 그 뒤로 계속 양말을 사게 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좋아하는 아이템을 모으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어엿한 양말 편집숍 사장님이 되셨어요. 어쩌다 더블 실린더 삭스샵을 운영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해요.
맞아요. 그때만 해도 양말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다 퇴사를 하고 저만의 비즈니스를 준비하다가 생각 정리가 필요해서 산책이나 등산을 오래 했어요. 사실 그렇게 걸으면서도 발이 참 불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우연히 풋 샴푸를 쓰다가 불편한 점을 발견해서 물총 같은, 거꾸로도 나오는 그런 스프레이형 풋 샴푸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러면서 발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러면서 만든 것이 ‘토댄스’라는 풋 샴푸에요. 발이 편안할 때 발가락이 꼼지락, 꼼지락 춤을 추는 것처럼 이 풋 샴푸를 쓰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죠. 그 뒤로 만들려고 했던 게 양말이었어요. 하지만 경기도 모 공장의 사장님께 사기를 당해 양말을 만드는 것에 실패한 후에야 깨달았죠. ‘아, 나는 양말을 잘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구나. 하지만 양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양말을 알리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양말 가게로 전환하게 됐어요.
퇴사부터 풋 샴푸 창업과 더블 실린더 삭스샵 개업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이렇게 더블 실린더 삭스샵이 시작하게 된 것 아니겠어요? 덕분에 이렇게 제가 취재도 할 수 있고요. 사실 가게에 관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어쩌다 연희동 주택가에 가게를 차리게 되셨는지였어요.
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굉장히 간단한데요. 돈이 없어서예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골목에 있는 큰 공간을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 여건의 문제가 있었네요. 또 양말 가게라는 공간이 그렇게까지 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가게에서 다루는 양말이 현재는 그렇게까지 대중적인 양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런 양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곳을 고른 이유는 창문으로 보이는 정원이 마음에 들어서예요. 아무래도 하루 종일 가게에 있어야 할 제 기분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저 창으로 푸릇푸릇한 것들을 보면 닫혀있는 느낌은 안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여기에서 가게를 시작한 건데 지금 가게가 꽉 차버려서 더 큰 공간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도 하는 중이에요.
가게 입구에서 바라본 창문.
저는 이렇게 주택 사이로 들어와서 지하 공간처럼 숨어있는 게 이런 양말에 관한 취향을 가지신 분들이 가게를 디깅하고 찾아내는 것 같아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아, 사실 이 공간으로 정한 건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 골목길에 들어와서 찾아오게 하고 그럴 의도는 없었고, 그냥 저 창문이 마음에 들어서 여기로 정했거든요. 그런데 연희동의 메인 거리랑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가게를 힘들게 찾아와서 지하 느낌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게 약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맞아요. 추워지는 요즘에 가게의 조명과 창 너머로 보이는 푸릇한 잔디가 가게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대화하면서 느끼는 건데 일반적인 편집숍 사장님과는 뭔가 다르신 것 같아요.
대부분의 편집숍은 ‘콜렉팅’에 중점을 두기도 하죠. 하지만 전 덕후, 그러니까 컬렉터의 취미를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저 되게 실용주의자거든요. ‘이 양말이 예쁘니까 사야지’가 아니라 ‘만듦새가 물건의 목적에 맞는지’에 초점을 두거든요. 그래서 좋은 양말, 그리고 신었을 때 발이 편안한 양말을 알려주고 싶은 거죠.
양말의 외적인 특징이나 색, 패턴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시는 편이신 거네요.
네. 그냥 단순하게 신었을 때 발이 편한 양말이 좋은 양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전 남한테 이런 양말이 좋다고 말하기가 되게 부끄러워요. 제 감각, 미감을 바탕으로 할 때 이런 것이 좋다는 그런 말을 잘 못해요. 그냥 객관적인 기준 안에서 어떤 양말을 신었을 때 발이 편안할지에 관해 추천해 주고 있죠. 예를 들어 발에 열이나 땀이 많은 손님께는 실이 두꺼운 양말을 추천해주는…? 실이 두꺼우면 실 사이 구멍으로 통기가 잘 돼서 오히려 발이 더 쾌적해질 수 있거든요. 이런 점들을 양말을 추천해 드리면서 알려드리기도 해요.
저는 가게에서 또 인상 깊었던 게 양말을 직접 신어볼 수 있다는 거였어요. 양말을 구매할 때 보면 묶여있기도 하고, 발이 민감한 부위기도 해서요. 그래서 이렇게 시착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사실 저희 가게에 손님이 들어오면, 양말 가격을 보고 놀라서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양말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양말 한 켤레에 3만 원? 미친 거 아니야? 라는 생각과 함께 나가시는 경우가 많죠. 어쨌든 저는 이 가게의 사장이고, 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매출을 만들어야 해요. 그러려면 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하죠. 이 양말이 왜 좋은지를 100번, 1000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신어보는 게 가장 좋아요. 정말 좋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으니까요. 사람마다 양말을 신었을 때 불편하다고 느끼는 지점, 좋다고 느끼는 지점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신어볼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배관 시설이 있는 공간을 찾았죠.
공간을 구하실 때부터 배관 시설이 있는 곳을 찾으셨다니… 꼭 피팅 존을 만들겠다는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럼 이런 피팅 존을 만들 때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찾아오시는 손님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뭐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걸 왜 만드냐고 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냈죠. 사실 아직도 직접 신어보시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렇지만 신어보신 분들은 엄청나게 좋아하세요. 평소 신는 양말과 다른 양말을 신어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는 것에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고 가시죠. 좋은 식당에 가서 먹어봐야 이런 맛있는 맛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듯이 발의 감각도 신어봐야 알 수 있어요. 가게에 오시는 분들은 직접 만져보시거나 신어보시니까 설득할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가 참 어렵네요. 저에게는 지금 이게 큰 과제예요. (웃음)
*더블 실린더 삭스샵은 네이버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양말을 판매하고 있다.
진짜 직접 경험해보는 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어디선가 의류나 몸에 직접 닿는 걸 구매할 때, 소재를 직접 만져보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봤던 것도 생각나네요. 요즘에는 다양한 색상과 패턴, 디자인의 양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로 그런 양말을 신는 분도 길거리에서 볼 수 있고요. 사실 가게에 처음 방문했을 때, 알록달록하고 평소에 보지 못한 디자인들이 많아서 어쩌면 ‘이곳의 양말로 나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 그러셨군요. 사실 전 편안한 양말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음… 개성은 옷으로도 표현할 수 있잖아요. 꼭 양말로까지 개성을 표현해야 할까요? 전 양말은 그런 개성을 담을 수 있는 색이나 패턴보다 진짜로 편안한지와 같은 기능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편안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해서 너무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양말에만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에요. 워낙 색이 다양하고, 특이한 디자인의 양말이 많은 요즘에, 그런 양말을 잘 매치하는 것도 하나의 감각이자 개성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아까 실용주의자, 그러니까 양말이 편안한지에 관해 더 집중하신다는 말씀과 이어지는 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주변의 대학생들이 이곳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공간을 소개하려 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다른 의미를 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주변 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사실 저희 가게에 대학생들이 오기는 쉽지 않아서 머쓱하네요. 한 켤레에 2~3만 원씩이나 하는 양말을 사는 게 그렇게 쉬운 선택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 가게에 메인 타겟은 어느 정도 경제활동을 하는, 30대 후반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대학생분들에게 메시지를 남겨보자면… “편견을 버려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편견이 엄청 있어요. 양말도 그런 영역 중 하나라는 걸 느끼고 있죠. 불편하면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찾아보는 게 좋은데 보통 발이 불편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가게에 와서 “저는 발에 열이 많아요”와 같이 불편함을 털어놓는 분들에게 꼭 양말을 신어보라고 말씀을 드려요. 대부분 굉장히 귀찮아하시고 굳이 신어봐야 하냐고 하시는데, 신어 보면 정말 잘 신어봤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경험을 해야 편견이 깨지는 것이죠. 그래서 적극적으로 많은 경험을 해보시고 편견을 깨보세요! 그러면 인생에 재밌는 요소가 많아질 거랍니다.
이제 진짜 마지막 질문이에요. 잔치 독자분들을 위해 추운 가을, 겨울에 양말을 선택하는 팁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사람은 온도에 따라서 선호하는 감각이 달라져요. 그래서 날이 추워지면 여름과는 다른 양말을 꺼내 신어야 하죠. 무난하게는 코튼 양말을 추천해 드려요. 그런데 좀 더 추워지면 울처럼 포근하고 보온성이 높은 양말을 신어주는 게 좋아요. 발이 훨씬 따뜻해지거든요.
저도 이번 겨울에는 울 양말, 꼭 도전해 볼게요. (웃음) 그냥 가게에 관해 질문드렸는데, 오히려 제 마음속에 깊게 남는 말씀을 해주셔서 기억에 참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양말을 바라보는 제 시야도 넓어진 기분이랄까요. 친절한 답변 너무 감사합니다!
.
.
.
.
.
달칵-
이제 다시 문을 열고 가게를 나서볼까요?
연희동 골목길에 내딛는 발걸음에 한껏 집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발이 불편하지는 않은가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죠.
더블 실린더 삭스샵.
이곳의 양말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어땠나요?
그리고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는 또 어땠나요?
이따금 양말이 우리의 발을 옥죄는 느낌이 들 때는,
이곳에서 발과 함께 우리의 마음속 편견도 다 씻어내 봅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이라는 양말도 신어보자고요.
더블 실린더 삭스샵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48 지하층 101호
11:00 – 19:00 (매주 화요일 휴무)
@ doublecylinder_socks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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