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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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6 · 03 · 30

신촌역에 9번 출구를 뚫는 일

Editor 히로

 

  그리고 여기 다시, H가 있다.

새내기란 단어는 타자화한 지 오래이고, 대학 생활의 로망을 충족하는 것보다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사로 잡혀 있는 H가.

지금 당장의 H에게 신촌은 설렐 수 있는 장소도,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는 장소도 아니었다. 캠퍼스에서 시작해 신촌 곳곳으로 번진 지난 연애의 흔적은 여전히 그가 앓는 염증이었고, 신촌에 오고자 애썼던 날들과 기어코 이곳에 발을 딛으며 벅차 했던 날들도 더 이상 그의 삶을 밀어 올려주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신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것도, 생업과 다정히 포개진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신촌을 청춘의 표상이라 말하는데, H는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이 조금씩 신촌에서 밀려나는 것만 같았다. “여기가 아니지!” 하곤 다시 지하로 들어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H는 신촌역의 그 어떤 출구로도 발을 옮길 수가 없었다. 각 출구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저마다의 목적지는 사람들의 눈에 생기를 불어 넣는 듯 보였다. 많은 이들이 눈을 반짝 빛내며 힘차게 걸음을 내딛는데, 그렇게 여덟 갈래의 출구로 빠져나가는데. H는 자신만 이곳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내게도 반짝 빛나는 목적지가 있는데.

꽤 오래전부터 H는 생각했다. 신촌역에 나 있는 8개의 출구 중 그 어떤 출구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바래다줄 수 없겠다고. 하지만 그 어떤 출구로도 나가지 못한 채 이 지하에 꼼짝 없이 갇힐 순 없다고. H에겐 아직 지도에도 없고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았던, 하지만 분명 그에겐 필요한 — 절망과 무력감, 화려하지 않은 꿈을 가지고도 떳떳하게 드나들 수 있는 — 작은 출구 하나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

 

 

공사시행안내문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신촌역 9번 출구 개통 공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공사 중 다소 불편하신 점이 있더라도 양해 바라며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조성하여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5/5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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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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