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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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6 · 03 · 30

신촌역에 9번 출구를 뚫는 일

Editor 히로

 

“굳이 로또를 줄 서서 살 필욘 없지.”

 

 B는 발걸음을 돌려 1번 출구 앞 로또 가게로 향했다.

“신촌으로 간다고? 거기 예전 같지 않을텐데.”

  고향에서 서브컬처 샵을 운영하던 B는 지난달, 신촌으로 가게를 이전했다. 소식을 접한 이들은 “우리 때 생각하면 안 돼. 요즘은 그 분위기가 아니래.”와 같은 말들을 건네며 크고 작은 만류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신촌의 상권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B의 젊은 시절 추억이 퇴색되는 건 아니므로. 이성보다 낭만이 앞서던 시절, 푸른 신촌의 봄과 심장박동을 닮은 기타 리프 소리에 이끌려 못해도 달에 두 번은 신촌으로 올라오곤 했던 B였다. 그렇다고 젊은 날의 애정 하나로 신촌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선택의 기로라는 레이스에선 이성이 선두 주자, 낭만은 만년 2등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B는 신촌에서 매물을 계약했다.

 

  B가 취급하는 건 밴드에 필요한 음향 장비와 스케이트보드였다. 여러 공연장이 가깝게 있고, 해마다 수많은 대학 밴드와 인디 밴드가 활동하는 곳. 여전히 많은 스케이터들이 저마다의 기술을 뽐내는 곳. 그 교차로가 바로 신촌이었으며, 이곳으로 가게를 옮긴 건 지극히 타당한 선택이었다. 몇 년 전 신촌에서 롱보드 축제가 열렸을 때도 B는 신촌에 있었다. 바래지는 기억 속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빽빽한 젊음이 거리를 가득 메운 탓에 걸을 때마다 불특정 다수와 어깨 인사를 나눴던 그 시절의 신촌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의 신촌은 B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광란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은 신촌은 꼭 그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신촌과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사람은 본래 머물다 가는 존재라 하지 않았던가? B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다시 이곳에 머물게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때 머물렀던 이도, 앞으로 머물게 될 이들도 자신의 가게를 찾길 바라면서, B는 땀 흘려 설치한 테이블 위로 보드와 바이닐을 차곡차곡 꺼내 놓았다.


4/5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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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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