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 Sing into my mouth !
1. 들어가자

성무로 들어가자. 이화여대 정문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성무를 찾아 헤매다 보면 지하로 향하는 입구의 작은 간판이 햇살을 맞으며 서 있다. 저 작은 입간판 외에 이곳에 성무가 있음을 알리는 다른 표지는 없다. 하여 아직 이 놀라운 장소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입구를 쉽게 지나치고 만다. 하지만 누군가는 평범한 골목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비범함을 지나치지 않는다. 정해진 경로처럼 직선거리만을 통과하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끝내 그 계단 아래로 발걸음을 꺾고 마는 것이다.
낯선 재료들이 사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착각
다정한 오작동이 허락된 곳
집, 내가 있고 싶은 곳입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첫 번째 터닝포인트엔 모빌이 걸려있다. 기하학적인 모양. 얇은 와이어를 곡선 형태로 휘어 구성한 조형물로, 비대칭적인 배치 속에서도 무게 중심을 계산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색과 크기의 구들이 허공에 흩어져 있는 듯 달려 있으면서도 구조 전체의 안정감은 잃지 않는다. 특히 구와 구 사이 공간이 만들어내는 여백의 미는 빈 공간까지 조형의 일부처럼 느끼게 만들며, 행성의 궤도나 부유하는 천체를 연상시킨다.

모빌이 있는 계단참에서 한걸음 옮겨 아래를 바라보면, 햇살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낮아진 조도 사이로 지상에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풍경이 나타난다. 한줄기 강렬한 빛이 도자기 작품을 내리쬐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치면 단순한 도자 오브제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실제 흙이 아니라 나무의 줄기를 깎아 만든 ‘나무 도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둥글고 매끈한 표면, 자연스럽게 번진 듯한 색감, 도자 특유의 부피감까지 나무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강한 낯섦을 만든다. 익숙한 사물인 도자기를 전혀 다른 재료로 재현함으로써, 우리는 일상적인 사물을 비일상적인 감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성무의 초입에 놓인 이 나무 도자기는 익숙한 사물을 낯선 방식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며, 앞으로 마주하게 될 공간의 감각적 방향성을 가장 먼저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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