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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6 · 05 · 20

502. 신촌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

Editor 영

 

동경제학에서 정의하는 합리적 선택이란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선의 이익을 얻는 선택을 말한다. 편익과 효용을 기가 막히게 잘 따지는 인간의 의사결정 구조 덕분에, 우리는 매 순간 합리적 선택을 반복한다. 예컨대 일전에 방문한 적 없는 공간에 가기 전 최적의 동선을 검색하고, 외식을 하거나 물품을 구입할 때 타인이 남긴 리뷰를 꼼꼼히 훑는다. 그렇게 나에게 가장 득이 되는 것, 사회적으로 검증된 것,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것을 고른다. 그러나 ‘어떤 기준, 조건, 용도, 도리 따위에 꼭 알맞다’라는 의미를 지닌 ‘합리적’이라는 단어와는 모순되게도, 때때로 지나치게 최적화된 삶은 경험의 밀도를 감소시킨다. 대중적인 선택은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성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감각의 마모를 초래하는 법이니까.

 

프랑스의 사상가 기 드보르는 이러한 사회를 ‘스펙타클’*이 작동하는 사회라고 보았다. 그의 논지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현실 그 자체보다 현실을 재현하고 연출하는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소비한다. 즉, 현실은 더 이상 삶으로써 직접 체험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 의해 대체되어 인간에게 중개된다. 예를 들어 훌쩍 떠난 휴양지에서 여유를 즐기기보다는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을 검색하거나, 음식점을 고를 때 맛과 같은 본질적인 감각보다 타인에게 과시하기 좋은 분위기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능동적인 행위자가 아니라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조금씩 밀려나게 된다.

* 그가 정의하는 스펙타클이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미지나 쇼를 넘어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까지 지배하는 총체적인 체계를 뜻한다.

 

 

 

 

제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제가 어떤 걸 먹어야 할까요?

제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신촌의 아무개들에게 물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이것이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일이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을 방치한 채 ‘나’에 대해 열은 고사하고 하나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하루를 온전히 위임하는 일. 그들이 내린 선고에는 당연하게도 ‘나’의 취향이 반영될 수 없다. 오직 그들의 순간적인 직관이 전부다.

즉, 하나의 조립된 ‘나’로서는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낯선 것을 체험하는 일.

그것이 바로 필자가 선택한 스펙타클에 맞서 싸우는 방법이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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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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