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배가현, 디자이너 쭈신

먼저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쭈꾸미 신, 줄여서 쭈신이라고 하고요. 이화여대 디자인 학부 3학년까지 재학했고, 현재는 휴학 상태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휴학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한 타임 가지고 있는데, 사실 휴학을 하게 된 이유가 다음 학기에 4학년이니까 졸업 전시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일단 휴학을 한 거였는데, 쉬면서 포폴도 쌓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면서 조금 스킬업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디자인 관련 알바도 하고 있는데, 과학 교재 일러스트를 그리는 거예요. 그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게 아니라 생물학 그림인 데다 영어로 교재를 만드시는 것 같더라고요. 벡터 이미지로 세포, 막 이런 거를 그리는데 진짜 징그럽거든요. 그런 걸 하고 있어요.
휴학을 하셨으니까 잔치만을 위해서 매주 목요일로 서울에 오신 거잖아요.
맞아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그게 처음에는 그냥 목요일에 올라올 때마다 친구들 좀 만나고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제가 다행히 시작할 때쯤에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이분이 연대를 다니셔서 원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만나니까, 회의하러 올라오는 김에 남자친구를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좀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럼 예상 질문이었던 쭈꾸미 신의 유래로 넘어가겠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인가요?
이름에 대한 질문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될지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이게 너무 어이가 없는 이름이라서요. (웃음) 일단 이름의 유래는 「키미가시네」라는, 한국어로는 ‘네가 죽어’라는 제목의 추리 데스 게임이에요. 단간론파 아세요? 유명해서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건데 그런 류의 게임이에요. 그 게임에 나오는 빌런 캐릭터가 처음에는 자기를 다른 이름으로 소개해요. 왜냐하면 그 데스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자기는 진짜 유약한 데다 알바만 하는 백수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무섭고 치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름인 ‘소우‘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그 사람의 성격으로 연기하면서 사는 캐릭터예요. 근데 나중에 이름이 밝혀졌는데 정작 본명은 츠키미 신이라는 이름이었던 거예요. 그걸 본 팬들이나 유튜버들이, ‘뭐야 얘 진짜 어이없는 애다.’ 하면서 ‘츠키미 신 추쿠미 신 쭈꾸미 신…’ 이런 식으로 이름과 비슷하게 ‘쭈꾸미 신’이라고 놀리듯 부르는 이름이거든요. 일단 어감이 너무 재밌잖아요. 또 제가 애정하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걸 처음에 게임 같은 데서 닉네임으로 쓰게 되었는데 이게 보다 보니까 저도 연기를 굉장히 많이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동질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이름에 엄청 애정이 붙어서 지금은 인스타 디자인 계정의 이름으로도 쓰고, 어디서든 아이디를 정할 때 쓰다 보니 제 이름처럼 느껴지는 별명이 되어 버렸어요.

‘키미가시네’ 게임 속 캐릭터, ‘히요리 소우’
저는 처음 자기소개 때 듣고 쭈꾸미 신이 진짜 쭈꾸미의 신(god)인 줄 알았어요.
네, 그렇게도 들리고요. 그런 중의적인 이름이 너무 느좋. (웃음) 그리고 제가 제 본명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본명이 배가현인데, 이름이 예쁘다 안 예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름으로 저를 부르면 저랑 한 10cm 정도 띄어 있는 느낌, 제 이름이 아닌 느낌이 들어요. 이 이름으로 20년을 살았는데 오히려 쭈신이라고 불렀을 때 더 와닿고, 본명으로 부르면 항상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 부른 거 맞나?’ 이런 느낌. 그래서 더 쭈신이라는 이름에 더 애정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쭈꾸미를 좋아하시나요?
완전 좋아하죠. 연체동물 너무 좋아하고 바다 생물 자체를 좋아해요.
먹는 걸 좋아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존재를 좋아하시나요?
둘 다 좋아요. 생긴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고. 좀 잔인하긴 하네요. (웃음)

잔치에 대한 첫인상 그리고 현인상이 궁금합니다.
잔치를 처음에 일단 알게 된 게 권주연 씨, 디자이너 개란 님이 제 얼마 안 되는 친한 동기신데, ‘동아리 재미있다, 들어와 봐라’ 권유를 주셔서 먼저 잔치의 글을 싹 봤죠. 근데 재밌는 글도 많이 쓰고 피플팀 인터뷰도 되게 재밌는 거 많이 하고, 괜찮다 싶었어요. 그리고 신촌에 관한 동아리잖아요. 제가 3학년이 될 때까지도 계속 신촌에 정을 못 붙이고 있었는데, 이분들은 신촌을 되게 사랑하시는 거예요. ‘되게 재밌는 사람들이다. 나도 이걸 하면 신촌에 좀 애정을 붙일 수 있겠다’ 하고 들어왔어요. 그리고 처음 오티에 왔을 때는 ‘다들 되게 순딩이시다’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그래서 현인상이 첫인상과 별로 안 바뀐 것 같아은데, 다들 별로 본인을 숨기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아니셔서요. 그냥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사람 같아요. 왜냐하면 글을 쓰시는 분들이다 보니까, 조용해도 자기 개성이 완전 딴딴한 느낌.
그중에서도 가장 첫인상이 강렬했던 잔꾼이 있을까요?
비 오는 날이었죠? 그때 전시를 하나 끝내고 꽃다발 한 3개를 팔 한가득 안고 왔었는데 그때… 아 이지다. 이지가 딱 제 옆자리였거든요. 근데 너무 생글생글하고, 사근사근 친절하고 계속 웃음을 띠고 있는데 너무 귀여운 거예요. 그래서 이지가 제일 기억에 남고, 지금까지도 너무 좋아하는 잔꾼이에요.
한 학기 동안 정말 많은 작업물을 탄생시키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마음에 드는 작업물이 있을까요?
첫 번째 작업이 생각보다 기억이 엄청 많이 남아요. 왜냐하면 카드 뉴스를 전에 만들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처음 받은 에디터 폴의 ‘사람, 연희‘ 글이 너무 좋았던 거예요. 제가 너무 감동을 받아버렸어요. 그러니까 카드 뉴스를 만들 때 ‘진짜 어떡하지? 너무 잘 살려주고 싶은데!’ 이런 욕심이 나는 거예요. 폴의 글이 살짝 차분하면서 허세 1도 없이 툭툭 말하는 글이라고 느껴져서, 디자인도 글의 느낌과 비슷하게 담백하고 책처럼 만들면 좋겠다 생각해서 열심히 작업을 했었어요. 그래서 폴의 글 작업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디자인이 잘됐다는 여부를 떠나 일단 저한테 너무 좋았던 글이라서요.
그래서 카드 뉴스 만드실 때 글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을 받았잖아요. 글을 자르고 싶지 않아서요.
맞아요. 살리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요. 근데 그 후에도 계속 그랬어요. 다른 분들 글도 마찬가지로 자르기 너무 아까운 글인 거예요. ‘이 부분은 이래서 좋고, 이 부분은 이래서 좋은데! 이거 다 넣고 싶은데!’ 그래서 엄청 길어졌어요. 아직까지도 사실 계속 줄여달라는 피드백을 받아요.
진짜 어려운 부분일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전문을 읽어야 되는 이유네요.
저도 글 쓰는 거 좋아하거든요.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데, 아 열심히 까지는 아닌가? 달에 한두 개는 올리는데, 약간 가볍고 웃기는 글을 많이 써요. 그래서 감성과 주제가 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되게 멋있어 보여서 더 줄이기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럼 모든 글들이 줄이기 어렵긴 하지만, 특히 디자인적으로 구상하기 힘들었던 글이 있었을까요?
제가 했던 디자인을 좀 보겠습니다. 아, 이거! ‘핵심을 찌르는 법‘, 이거는 조금 컨셉을 잡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게 되게 신기한 글이었어요. GPT랑 막 소통하는 글인데, 또 되게 감성적이잖아요. 그래서 둘 중에서 뭘 선택할지 너무 고민했거든요. 둘 다 너무 살리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 둘을 다 잘 살리면서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은 디지털 부호들로 이루어진 아스키 아트*를 채택하는 거였고요. 이 작업을 할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텍스트와 특수 문자만을 이용해 그림이나 사진을 흉내내는 기법
평소에 전체적으로 작업을 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제 스타일이라는 게 별로 없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얼굴에 완전 딱 맞는 헤어스타일의 디자인을 하는 것처럼 그 글의 컨셉에 딱 맞게 디자인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글의 퍼스널 컬러 같은 디자인을 하는 거죠.
디자이너마다 이거 누가 한 거다, 라는 게 딱 보이는 디자이너가 있고 글에 맞춰서 매번 변화하는 디자이너가 있는데 쭈신 님이 후자인 거네요.
맞아요. 쓰는 기법이라든가 필터도 매번 바뀌고, 항상 새롭게 선택하다 보니 명확한 스타일이랄 게 없어요.
그만큼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은 거네요.
근데 또 한쪽만 집중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 스택이 엄청 높긴 하죠. 저는 여러 개 스택을 조금씩 찍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고요.
두 스타일 모두 각자의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요. 특히 글의 컨셉과 분위기를 극대화해서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라는 직무에 딱 맞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잔치의 인재네요. 그럼 이번 학기에는 피플 팀 디자이너로 활동을 하셨는데, 혹시 다음 학기에 활동해 보고 싶은 팀이 있으신가요?
피플 팀의 매력이, 아무튼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게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인간 예찬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에 대해서 좋게 마무리되는 류의 글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제가 그런 걸 좋아하다 보니 피플 팀이 너무 좋았고요. 음… 정 바꾼다면 아트 팀?
근데 피플이 제일 좋다?
네. (단호)
알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쭈신의 아카이빙 계정을 구경했거든요. 추구하는 작업물의 방향성이나 추구미가 있으신지 궁금했어요.
저는 호러, 공포, 미스터리를 너무 좋아해요. 아까 이야기한 게임도 데스 게임이고요. 제 작업들도 보면, 이것도 공포 욕실 브랜드거든요. 샴푸할 때 눈 감고 있으면 무서운 것처럼, 그런 공포를 동기로 샤워를 빨리빨리 해서 시간 관리를 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나폴리탄 괴담처럼, 우리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이 단계별 수칙들을 다 지켜서 욕실에서 잘 탈출하세요, 뭐 이런 컨셉이었어요. 공포를 동기부여로 사용하는 거죠.

공포 욕실 브랜딩
그리고 얘도 구룡성채라고, 일종의 미스터리 호러에 가까운 소재들이에요.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작업물들이 자꾸 그쪽 장르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대놓고 왁, 이런 디자인이 아니라 공포 소재 자체를 좋아해요. 그런 소재를 제가 잘 만지기도 하고요.

그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들이 있을까요?
진짜 공포 브랜딩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브랜딩 수업 들을 때 공포 브랜딩을 해보고 완전 매력 있다고 생각해서요. 욕실 브랜드 말고도 병원 컨셉의 브랜딩을 해본 적도 있는데, 정신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팔찌를 주거든요. 그걸 패션 브랜드처럼 소화하려고 생각했던 건데, 팔찌라는 아이템을 통해 공포를 극복해 보자는 컨셉이었어요. 심리 관련 브랜드 중에서도 심리 상담을 되게 포아~(?) 해서 극복하는 컨셉도 있는데요. 제가 한 브랜딩은 나폴리탄 괴담처럼 심리 상태를 완전 낱낱이 쫙 분석한 다음 그래픽들을 사용해서 나의 목표 지점을 찾고 극복하는 방향이었어요. 전 공포라는 감정 자체를 너무 재미있게 생각하거든요. 강렬하잖아요. 분석할 거리가 되게 많은 감정이다 보니, 공포를 분석해서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브랜드라는 게 대중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공포라는 요소를 많이 사용하지 않잖아요. 근데 그거랑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굉장히 창의적인 과정이 필요해 보여요. 그런 부분이랑 잘 맞으시는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하고, 서사랑 의미를 부여하고.
맞아요. 살짝 오타쿠여가지고. (웃음)
그럼 글도 쓰셔야 될 것 같은데요? 글이랑 디자인을 같이 하시면 진짜 딱인데. 운영진을 해보시는 건 어때요?
이런 너무 무서운 말씀을…(웃음)

정신병원 팔찌 컨셉의 브랜딩
그리고 또 되게 특이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회의 근황 보고 시간에 티라노 손 만들기가 취미라고 하셨던 게 너무 인상 깊었어요. 언제부터 있었던 취미예요?
대학교 2학년 때 지하철에서 친구랑 만들어진 건데, 원래 같이 헛소리를 하면서 노는 친구예요. 제 블로그 글도 딱 그런 감성이거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줄줄이 하는 느낌이죠. 항상 바보 같은 소리 하면서 노는 걸 좋아해서 평소처럼 놀다가 만들어졌어요. 저랑 처음 같이 만든 친구, 그리고 남자친구 이렇게 셋만 아는 놀이였는데, 포토부스 사진을 찍을 때도 티라노 손 포즈로 찍고 그래요.


쭈신이 직접 그린 티라노 손 포즈

그럼 원래 공룡을 좋아하시는 거예요?
네. 제 인스타 알고리즘도 다 공룡이에요. 공룡으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하는 걸 좋아해요. 피드를 내리다 보면 공룡이 정말 많이 뜨는데, 맨날 공룡 릴스를 친구한테 보내거든요. ‘브라키오의 시’. 이런 거. ‘티라노가 엔티제?’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그런 컨셉입니다. 이것도 다 컨셉이에요 컨셉.

티라노가 인프피면 되게 힘들 것 같아요.
그죠. 본인한테 너무 안 맞는 얼굴이니까요. 모자를 쓰고 다닐 수도 없고.
그리고 사람들이 다 막 자기 무서워하고 도망 다니고.
인프피가 할 수 있는 거 멋지게 옷 입기밖에 없는데.
근데 티라노는 옷도 못 입고. 팔도 짧고.
그 팔 짧은 거 너무 안타까워요. 핏이 안 좋을 텐데.
근데 어차피 옷을 못 입으니까요. (웃음)

되게 저희 많이 대화해 보진 않았지만 진짜 비범한 분이라는 게 느껴지는데, 혹시 남들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비밀 하나만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쿨병이 좀 있거든요. 근데 이게 가족 문화예요. 다들 약간 ‘그려~’, ‘말어~’, ‘하지 뭐~’ 이런 쿨병이 있는 집안이고 심지어 제가 장녀인 데다가 남동생이 둘이에요. 그래서 센 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실 굉장히… 멘탈이 연약한 편이에요. 잘 긁히고. 이게 제 비밀이지 않을까 싶네요. 최대한 숨기고 있는 비밀.
쿨한 척하지만 사실 많이 긁힌다.
맞아요. 츠키미 신처럼! 이거는 다 컨셉인 거죠.
특히 잘 긁히는 부분이 있나요?
잘 긁히는 부분이요? 아무래도 제 능력에 관한 부분을 엄청 긁히고요. 그냥 일단 못한다고 하면 긁혀요.
되게 쉽게 긁히네요.
맞아요.

좋아하는 음식과 못 먹는 음식이 있다면요?
저는 일단 못 먹는 음식은 진짜 없고, 완전 다 잘 먹어요.
고수 드시나요?
네.
진짜요? 민트 초코도요?
네. 괜찮아요.
하와이안?
하와이안 완전 좋아요. 근데 민트 초코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먹을 수는 있어요. 고딩 때는 좀 먹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식은 좀 프레시한 류? 좀 조리를 덜 한 것 같은 음식이요. 여기 샌드위치가 딱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완전 맛있어요.
아, 아까 보니까 딜 같은 재료 올라가는 샌드위치더라고요. 무슨 취향이신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인스타 피드를 염탐해 보니 뭔가 디저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디저트… 좋아하긴 해요. 근데 안 단 디저트. 단 거를 잘 못 먹거든요. 이것도 생각보다 안 달아요.

이게 어디예요?
종각역에 플루이트요. 이게 딸기 피스타치오 케익인데 진짜 맛있어요.
그러니까요. 이거 보고 너무 맛있어 보여서 꼭 여쭤보려고 했어요.
별로 안 달고 되게 고급진 맛이에요. 추천추천. 그리고 이런 거는 친구들이랑 시킨 거여서 아마 저 달다고 또 별로 안 먹었을 것 같은데.
제 예상이 틀렸네요. 혹시 추천하고 싶은 카페 있나요?
제 검증 완료 리스트가 한 37개밖에 없거든요.

여기 좋아요. 홍대에 있는 미음레코드인데 낮에는 카페고 밤에는 술 팔거든요. 근데 여기 분위기가 진짜 좋아요. 커피도 진짜 맛있었고 휘낭시에도 괜찮았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진짜 좋아서 추천해요. 가게 좁고 그렇거든요. 어두컴컴하고 좋습니다. 진대하고 싶은 사람이랑 가면 좋아요.
그리고 머리색도 되게 자주 바꾸시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해온 색 어떤 거 있어요?
제가 생각보다 머리색을 많이 안 바꿨어요. 대학교 2학년? 그때쯤 처음 탈색했던 것 같은데, 처음에는 코토리 베이지를 했었고 색이 빠지고 나서는 금발로 좀 살다가 완전 핑크도 종종 했었고요. 근데 핑크색으로 여러 번 염색하는 게 아니라 핑크가 색이 엄청 잘 빠져서 금방 다시 금발이 돼요. 그래서 또 핑크 샴푸를 해요. 그러면 일주일 정도 다시 핑크가 돼요. 이런 식으로 계속 머리색이 바뀌니까 사람들이 보기에는 또 바뀌었네. 또 바뀌었네. 또 바뀌었네. 그런 느낌입니다. 관심을 많이 받고 싶으면 하기 좋은 색인 것 같아요.
관심받는 거 좋아하세요?
은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핑크 머리 하기 어렵긴 하겠죠.
그런데 정말 생각보다 단조롭네요.
맞아요. 딱 봐도 안 어울리는 것 같은 색은 하지도 않았거든요. 저한테 맞을 것 같은 색만 해서.
어쩐지 다 찰떡같이 어울리는 색들이었네요.

음, 너무 늦은 질문인 것 같긴 한데 MBTI가 어떻게 되시죠?
저 조금 애매한데 intp이긴 하거든요. 다들 entp 같다고 하는데, 살짝 i랑 e랑 중간인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사실 p랑 j도 살짝 중간인 것 같아요. 그럼 범위가 너무 넓어지긴 하는데요. (웃음) 그치만 가장 근본은 intp가 맞는 것 같아요. 가장 사회성이 떨어졌을 때 기준. 연기를 안 할 때. 말하자면 소우일 때 entp인 거고, 츠키미 신일 때는 intp인 거죠.
학창 시절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그냥 웃긴 썰이 듣고 싶어서요.
아… (오랜 고민) 제가 인생을 너무 재미없게 살아서 없네요.
정말요? 쭈신한테는 되게 웃긴 얘기가 많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그쵸! 근데 이게 전부 연기예요. 저는 노잼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재밌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타입. 음… 생각해봐도 잼얘가 없네요. 음. 아… 진짜 없네. 진짜 없네요. 죄송해요. 저는 잼얘가 안 생기거든요. 그래서 남의 잼얘를 늘 강탈하고 자체적으로 잼얘를 만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티라노 손도 만들어진 거고요.
맞아요. 인생이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쥐어짠 재미인 거죠.
그런 탄생 비하인드가 있네요.

요즘 고민 있나요?
취업에 관한 거요. 졸전을 하고 나면 취준을 해야 되는데, 요새 취준 시장이 너무 무섭잖아요. 일단 그게 대외적인 고민이고, 내면적인 고민은 조금 바르게 잘 살고 싶다는 거예요.
바르게 잘 사는 게 어떤 걸까요?
그러니까, 예의도 좀 차리고 싶고, 정의롭기도 했으면 좋겠고… 그러고 싶은데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찔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되게 어려워요. 사실 요새 사건이 많거든요. 누구랑 싸우고, 누군가랑 멀어지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는데 그 과정을 겪으면서 ‘어떻게 하는 게 맞는 판단을 하는 거지?’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아, 맞는 판단이라기보다는 바른 판단을 하고 싶은 것 같네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런 건가요?
맞아요. 근데 인간관계뿐 아니라 매번 다른 선택 중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하는 고민은 아니지만 진짜 간단한 예를 들자면, 쓰레기 주울까 말까 이런 거요. 그런 진짜 사소한 고민인 거죠. 아니면 이 사람한테 잘해줄까 말까, 최선을 다할까 말까, 다 줄까 말까, 이런 고민들이요.
근데 다 주고 싶은 거예요?
좀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진짜요?
근데 망할 것 같으니까 무서운 거죠. 솔직하게 다 퍼주고, 그냥 사랑해 주고 싶지만 생각보다 이게 나한테 너무 힘들게 다가올 때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친구의 고민을 계속 들어 주고 사랑해 주고 지지해 주다 보면 그 우울이 나한테도 옮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상황들 때문에 ‘나를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남을 사랑해야 될까, 아니면 그냥 다 퍼줘야 될까’ 이런 고민이 생겼어요. 저는 친구들을 정말 사랑하는데 친구들이 사랑하기 어렵게끔 만드네요.
너무 무서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래도 어쨌든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내가 되어야 하니까, 나를 잃으면서까지 누구를 사랑하고 지켜야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키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긴 하네요.
누구나 이기적인 인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 글귀, 전시, 아무거나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파니 핑크」라는 영화를 진짜 좋아해요. 아마 원제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Nobody Loves Me」 (1994) 뭐 이런 거인데 독일 영화예요. 이 영화의 대사*가 제 블로그의 대문 글귀기도 하거든요. 그만큼 이 영화를 되게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여주인공이 지금 저의 상황이랑 꽤 비슷한 것 같아요. 이 사람도 남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막 다치고 어디서 얻어맞고 다니고 상처받아서, 결국에는 울면서 난리부르스를 피우는데 그래도 아무튼 해피엔딩이거든요. 그걸 통해 그럼에도 사랑할 용기를 얻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해 쓴 논문이 있더라고요. 그것까지 찾아서 읽어보고, 또 오르페오라는 등장인물의 모티브가 된 영화(「흑인 오르페Orfeu Negro」,1959)가 유튜브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찾아서 봤었어요. 그럴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아무튼 그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전 우정이나 이성적인 사랑이나 모두 다 똑같이 큰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영화가 보여준 우정의 형태의 사랑이 정말 좋았어요.
*무서워하지 마, 파니. 과거는 네 뒤에 있는 해골과 같은 거야. 미래가 네 앞에 있어. 과거와 미래는 항상 너와 함께 하며 이따금 네게 말을 걸 거야. 좀 앉아 쉬라고, 휴식을 취하라고. 그들은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약속할 거야. 하지만 그들의 말을 듣지 마. 계속 앞으로 나아가. 시계를 보지 마. 그들은 너로 하여금 계속해서 몇 시인지 생각하게 만들 거야. 하지만 항상 똑같은 시간만 있을 뿐이야. 알겠어? 지금이라는 시간 말이야.Deine Vergangenheit ist ein Skelett, das hinter dir geht, mit der Zukunft, als das vordir geht. Die beiden werden dich nicht verlassen. Aber manchmal wollen sie mit dirreden. Sie werden dir sagen, du sollst dich hinsetzen und Pause machen, dich ausruhen. Sie werden hindrehen und bitten, tja alles versprechen, was du willst. Aber hör nicht auf sie. Geh weiter, immer weiter! Und trag keine Uhr! Sie werden dich immer dran erinnern, wie spät es ist. Es ist immer dieselbe Uhrzeit. Verstehst du? Esist immer Jetzt!

그럼 어쨌든 계속 사랑을 하고 싶으신 거네요. 사랑 때문에 그렇게 다침에도 불구하고.
네. 그런 메시지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 아세요?
아는데 보지는 않았어요.
그 영화는 여기에 완전 반대예요. 사랑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나? 싶은 느낌의 영화거든요. 나중에 한번 보시고 감상평을 알려주시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원래 대척점에도 한번 서 봐야 하니까요.
진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어렵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저는 늘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쇼.

다치고 아플지라도, 용감하게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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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오타쿠다워서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