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이 기록은 연희동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노트를 매일 들고 다니는 사용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Season Notebook.
작은 가방에도 넣을 수 있도록 작은 크기로 제작됐으며, 180도로 펼쳐지는 반양장 제본이라 필기하기 편하다.
표지의 사진은 부부가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들.
누구나 그렇듯 사장님께서도 여행이나 일상에서 여러 순간을 마주하실 텐데, 그중에서도 어떤 순간에 특히 마음이 가서 사진을 찍거나 기록하게 되시는지 궁금해요.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집을 나설 때 보이는 발매트. 여행지에서 일찍 눈이 떠져 창문을 열었는데 햇살이 너무 좋을 때. 없는 솜씨로 열심히 차린 아침 식사가 마음에 들 때. 호숫가에서 수영하는 모습들. 바닥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 정말 사사로운 장면들이 저희를 사로잡아요. 햇빛이 잘 들어서, 바람이 시원해서, 나뭇잎의 초록색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저희 사진은 자세히 보면 참 별거 없고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장면들이지만, 그 속엔 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남아 있어요.
저마다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좋네요. 우리 모두 순간에 담긴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으니까 그것들을 기록하고 간직하는 거잖아요. 사장님께서 포착하신 순간들도 마찬가지이고요. 혹시, 사장님께서 비스켓의 작업으로 남기게 된 순간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저희는 여행하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밤마다 일기를 써요. 당시엔 작품이 될 줄 모르고 기록하지만, 나중에 여행을 마치고 나서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한 번은 노르웨이 여행 때, 차 안에서 보이는 피오르 풍경이 너무 멋져서 달리는 도중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요, 그 사진은 한참 외장하드에 잠들어 있다가 어느 날 엽서로 한 번 만들어 봤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진은 포스터로도, 노트로도,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탄생하게 됐죠.
*피오르: 빙하 침식에 의해 해안에 생긴 협만 지형. 노르웨이어로 ‘fjord’ 라고 하며, 노르웨이는 피오르 지형이 발달한 대표적 국가이다.

부부가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도시에서 가장 좋았던 풍경을 골라 제작한 엽서인
First Small Postcard의 프라하 버전.
필자는 이 엽서를 보고 몇 년 전 프라하를 방문했던 경험이 떠올라 구매했다.
지금 엽서는 필자의 방 벽 한편에 붙어있다.
비스켓 스튜디오의 기록은 스튜디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담아온 한 장의 사진은 엽서가 되고, 엽서는 누군가의 손에 들려 공간을 떠난다. 누군가는 그 엽서에 편지를 써 친구에게 보내고, 누군가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방 한 구석에 붙여 놓는다. 비스켓에게는 여행지의 한 장면이었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편지가 되고 풍경이 된다. 부부가 간직하던 순간이 물건의 형태로 전해져 또 다른 이들의 순간을 기록하게 되는 것. 그 물건엔 다시금 새로운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긴다. 저마다의 이야기 두 배 이벤트!

비스켓 스튜디오의 다양한 다이어리가 있는 책장(왼쪽)과 약 60여종의 엽서가 꽂혀 있는 엽서함(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다이어리는 The Present Diary. 패브릭 소재를 하드보드지에 감싸 만든 양장 만년 다이어리이다.
각각의 Basic Postcard에 담겨있는 자세한 이야기는 비스켓 스튜디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이어리와 엽서 모두 부부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제작된 제품들이며 온, 오프라인에서 구매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스켓 스튜디오의 엽서와 다이어리를 애용하잖아요. 당장 저만 해도 비스켓의 물건들을 쓰는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비스켓 스튜디오에서 만든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고, 그 사람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것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처음엔 정말 신기했어요. 제가 만든 물건을 다른 분이 사용해 주신다는 점이요. 저희가 올해로 브랜드를 운영한 지 10년째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를 알던 분들과도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거잖아요. 그분들의 일상에 저희 제품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걸 보면 정말 뿌듯하고, 앞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10년이면 정말 오랜 시간이네요.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고객들이 보내주신 이야기나 반응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저희 제품 중 영국 세븐시스터즈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다이어리가 있는데, 어떤 분이 그 다이어리를 들고 직접 세븐시스터즈에 가서 인증샷을 찍어 보내준 적이 있어요. 영국으로 유학을 가신 분이었는데, 유학 내내 그 일기장에 기록했었다며, 한국에 들어오셨을 때 저희 매장에 찾아와 보여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우리가 누군가의 기록을 담는 제품을 만들었구나, 하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소통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었어요.
비스켓 스튜디오가 처음 그 장면을 마주했을 때의 의미와, 그것을 받아든 사람이 느끼는 의미는 같을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이 남긴 기록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부부가 여행하며 남긴 한 장의 사진은 더 이상 두 사람만의 기억이 아니다. 그 사진을 바라본 누군가는 자신이 다녀온 여행을 떠올릴 수도 있고, 아직 가보지 못한 어느 여름의 풍경을 상상할 수도 있다. 한 사람에게는 지나간 순간의 기록이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억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고, 또 다른 일상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의 기록을 담는 제품을 만들었구나”라고 느꼈다는 사장님의 말도 결국 이런 순간을 가리키는 듯하다. 비스켓 스튜디오가 기록한 장면이 물건이 되어 세상을 마주하고, 그것을 만난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덧붙이는 순간, 하나의 기록은 처음 기록된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 사람이 남긴 순간이 다른 사람의 일상으로 들어가고, 그 사람의 기억과 만나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비스켓이 기록한 순간은 더 이상 비스켓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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