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이 기록은 연희동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비스켓 스튜디오는 연희동 우체국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지도가 알려주는 주소를 따라 걷다 보면 건물에 기대어 있는 귀여운 입간판을 마주할 수 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아주 좁은 계단이 있다. 숨을 헥헥거리며 올라가면 비스켓 스튜디오의 입구가 보인다. 물론 숨을 헥헥거린 건 필자뿐. 사실 그렇게 힘든 계단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계단. 과장을 조금 보탰다. 아무튼.

‘작은 시간이 모여서 우리의 삶이 된다.’
비스켓스튜디오는 주인장 부부가 여행하며 담은 사진과 이야기들을
문구라는 매개체로 차곡차곡 전달하는 브랜드입니다.
‘작은 시간이 모여서 우리의 삶이 된다’는 모토를 바탕으로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합니다.
문을 여는 순간, 오늘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나만의 속도로 편안하게 둘러보세요.
들어가는 유리문에 붙어있는 소개말. 필자는 당장 오늘의 여행을 시작하고 싶어서 미칠 노릇이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슬며시 문을 열어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사람 몸통만 한 타공판에 갖가지 그림과 엽서, 심지어는 항공권까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사장님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신문 한 페이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비스켓 스튜디오의 스토리존. 이 타공판 안에, 비스켓 스튜디오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와 브랜드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비스켓 스튜디오의 ‘비스켓’은 과자(biscuit)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비스켓의 철자는 ‘Beesket’. 벌(Bee)과 바구니(Basket)의 합성어이다. 벌이 꿀을 모으듯이, 인생이라는 바구니에 작은 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스켓 스튜디오는 부부가 함께 시작한 공간이다. 여행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작은 해방감, 설렘, 한편으로는 두려운 감정들. 부부는 그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에서 비스켓 스튜디오는 시작되었다.
올해는 부부가 이 브랜드를 운영한지 무려 10년째 되는 해이다. 처음엔 온라인으로 시작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화면으로만 마주하는 것은 당연히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 비해 한계가 있는 법. 부부는 직접 찍은 사진, 여행에서 남긴 기록물들과 책, 그리고 판매하는 물건들을 가장 좋은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제대로 전하기 위해 연희동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다.

부부가 여행한 곳의 향을 담은 디퓨저와 패브릭 퍼퓸(왼쪽).
쇼룸에서는 비스켓 스튜디오의 물건뿐만 아니라, 걱정 인형 등의 아이템(중앙)이나
연필과 지우개, 특이한 생김새의 클립 등의 문구류(오른쪽)까지 찾아볼 수 있다.
스토리존을 지나 갖가지 제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작은 방이 하나 보인다.
ㄴ 웬 방?
어허···. 그저 평범한 방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곳은 비스켓 스튜디오의 전시 공간, 여행집. 사진과 글이 있는 작은 방이다. 부부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이야기와 여행의 기록들을 이곳에서 공유한다.

현재 이곳에는 부부가 지난 여름 14일 동안 남프랑스를 여행하며 담아온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푸른 지중해 바다와 햇빛을 담아 반짝이는 나무들. ‘여름’을 형상화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들에서 유난히 여름의 기운이 짙게 느껴진다.
그들이 보낸 14일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숙소 호스트와의 소통 오류, 주차 문제 등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변수가 그들을 따라다녔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시간을 이어갔다. 때로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부부는 거창한 감정이나 극적인 순간보다 각자의 소소한 자유와 행복에 집중했고,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여행집에 놓인 사진들은 두 사람이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록할 만한 순간에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 특별한 사건이나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날처럼 뚜렷한 순간만이 기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별것 아닌 장면 하나가 시간이 지난 뒤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결국 무엇을 남길지는 기록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셈이다.
비스켓은 수많은 순간 중 어떤 순간을 ‘남겨둘 만한 것’이라고 생각할까? 그 답이 궁금해 직접 여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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