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연희에서 만난 오래된 이야기, 파파의 비밀창고
발걸음을 조금 옮겨, 가게 끝 쪽에 도착하면

선반 한편에는 도자기, 유리, 황동으로 만든 빈티지 핸드벨들이 크기와 모양을 달리한 채 옹기종기 놓여있다.
USA 40.000
FRANCE 30,000
WOOD 20,000
작은 종마다 가격과 함께 각자의 출처가 적혀 있다. 미국에서 온 종, 프랑스에서 온 종, 나무로 만든 종.
모양도, 재질도, 건너온 곳도 제각각이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문득 다른 물건들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저 시계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 찻잔은 누구의 식탁 위에 있었을까.
수많은 LP는 또 어떤 사람의 턴테이블 위에서 음악을 들려주었을까.
파파연희를 한 바퀴 둘러보는 동안 처음에는 그저 ‘오래된 물건’으로 보였던 것들이 하나둘 저마다의 시간을 품은 물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 모든 사연을 알 수는 없으나, 오히려 알 수 없기에 자꾸 상상하게 된다.
이쯤 되니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긴다. 이 많은 물건은 어떻게 파파연희까지 오게 된 걸까?
그 답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공간의 주인 ‘파파’를 만나게 된다.

파파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가게에 놓여 있는 기사를 자세히 읽어봐도 좋겠다.
파파(강덕화 씨)는 어린 시절부터 연희동, 이 자리에서 지내왔다.
아버지가 편지에서 떼어 건네준 우표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웃의 수집가와 서로 가진 것을 보여주고 바꾸는 재미를 알아갔다.
그렇게 시작된 관심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종류의 물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파파의 곁을 거쳐온 물건들 가운데 일부가
이곳, 파파연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이야기를 알고 다시 가게 안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서로 다른 물건들이 한데 놓여 낯설게 느껴졌던 풍경에도 나름의 맥락이 생겼다.
몇십 년 된 LP 옆에 오래된 시계가 놓여있고, 도자기 사이로 장난감이 얼굴을 내밀어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파파연희의 물건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다 모였고, 지금은 이곳에서 우연히 한자리를 공유하고 있다.
조금 전 손님의 요청으로 턴테이블 위에 올라간 유재하의 LP처럼, 이곳의 오래된 물건은 여전히 현재를 살아간다. 수십 년 전의 음악은 다시 가게 안을 채우고, 오래된 게임기는 오늘의 손님을 기다린다. 가격표가 달린 물건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과거에서 온 물건이 오늘의 누군가에게 다시 발견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파파연희를 구경하는 또 하나의 재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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