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16 · 03 · 03

34. BBC 카페

Editor 희진 서

어느새, 우리들 사이에서 이화여대 앞 상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온갖 화장품 로드샵들로 가득한 이대 앞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대부분이 외국인들이다. 이화여대의 ‘이화’는 중국어로는 돈을 뜻해서 그런지 중국인들이 많은 편이다. 외화 벌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좋지만, 한때 개성있는 가게들로 유명했던 대학가가 작은 명동이 되어가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그림자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증거로 2번 출구 쪽에서 새로 오픈한 듯한 카페를 발견했다. 좀 특이한 게,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지만 이 카페에는 뭔가 한자가 많다. 벽에 붙어있길래 가화만사성이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등 이런 뭐 한자 성어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 번 찾으면 계속 찾게 되는 곳”이라는 뜻의 마케팅적 문장이었다.

 

 

 

사진을 잘 보면 벽에 붙은 쪽 책상에는 의자가 없다. 혼자 앉는 자리 전용인 듯. 처음에는 약간 휑해보여서 들어갈 맘이 잘 안 났지만 막상 들어가고 나니 좋았다. 액자나 인형 등등이 많았지만 사실 아무리 꾸며도 이 공간을 다 채울 순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인지 사장님은 북카페로 차차 개조해서 운영할 계획을 하고 계신다고.

 

 

얼그레이 밀크티를 시켰는데 달지 않고 적당히 쓴 맛이 나서 내 입맛에는 맞았다. 실제로도 가장잘 나간다고. 그렇지만 단 것을 좋아하시는 독자분들은 다른 걸 시키시는 게 좋을 듯.

 

 

 

 

알고보니 사장님은 한국에서 15년째 살고 계신 중국 분이었다. 어쩐지 컵에서도 중국의 냄새가 난다. 카페라기보다 찻집에 어울리지 않나 싶다. 중국인이라고 차를 좋아한다는 건 편견이겠지만 찻집 느낌을 나만 느낀 건 아니지 않을까. 어색하다. 그렇지만 흥미롭다. 수많은 카페가 있고 이름있는 곳들도 많은데 굳이 이 곳을 다루게 된 건 이 어색함 때문이다. 카페라고 하면 흔히 멋들어진 영어와 깔끔한 문체가 떠오른다. 그렇지만 원목과 한자와 영어가 섞인 아스트랄한 느낌도 좋다. 카페에 대한 조금 다른 시선이 좋다. 원래 그런 걸 다루려고 시작한 플레이스니까.

 

 

아래부터는, 사장님이 사진과 함께 메일로 보내주신 글이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자기 앞의 생’


북카페 꿈나무이신 사장님답게 책 구절을 센스있게 보내주셨다. 왜 굳이 이 구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으로 답문을 드리고자 한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사랑해야 한다.’

 

플레이스 에디터로서 사랑스러운 사람보다는 공간을 찾아다닌다. 뭐 그만큼 실패도 자주 하지만. 이 곳은 내가 근처에 산다면 자주 찾고 싶은 곳이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시켜도 한 달에 10만원은 넘게 쓰는 사람의 말이니 믿고 찾아가도 좋다.

 

 

 

 

가격은 스무디 종류 4000원, 밀크티 류 3400원. 아메리카노 2800원.

위치 : 대현동 90-11

문의 : 02 – 363 – 1017

오픈 : 10:00 ~ 23:00

희진 서
AUTHOR PROFILE
희진 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