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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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03 · 10

35. 향음악사

Editor 승연

각자 바쁜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가끔 소중하게 여기던 장소를 기억 속에만 간직하곤 한다. 하지만 그 추억의 장소가 이제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곳이 될 때, 우리는 잠시 잊고 있던 그 추억에 대한 아쉬움과 향수를 느낀다.

에디터도 10년을 살았던 우리 동네 놀이터가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 큰 나이에 부랴부랴 놀이터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놀이터 흙 바닥에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흙을 마구 파대던 즐거운 기억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비록 에디터에게는 ‘향음악사’라는 오프라인 음반 매장이 어릴 적 찾아가던 추억의 장소가 아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신촌의 ‘향음악사’는 자신의 취미를 함께 공유하던 곳이자, 추억을 같이 쌓아온 장소였을 것이다.

그렇게 25년동안 신촌의 한 자리를 지켜온 ‘향음악사’는 올해 3월 12일 문을 닫는다.

향음악사는 마지막 남은 신촌의 레코드 가게 이제 그 레코드점 마저 사라진다.

 

“향 앞에서 만나” 향음악사는 25년의 나이를 자랑하는 만큼, 에디터보다도 더 오랜 신촌의 경험들을 공유하던 사람들의 만남 장소이기도 했다. 1991년 문을 열었던 향음악사는 신촌 사람들 사이에서 음악의 메카, 혹은 랜드마크 같은 곳이었다.

“그 때 신촌은 좀 달랐어요, 문화 수준이라던가 … 다른 지역보다도 특별한 게 있었죠.
당시에는 신촌이 홍대보다 더 음악이나 문화예술 쪽으로 활발했어요. 한 8:2정도?”

과거 신촌의 모습을 전해주시는 향음악사 사장님(김건힐,51)으로부터 오랜 신촌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진 신촌만의 분위기에 대한 그리움도 같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신촌 연세로에서는 인기차트 순위 음원들 외의 노래를 듣기 어렵다. 그러다 가끔씩 들려오는 다른 분위기의 노래에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엔 항상 향음악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자신만의 음악의 향을 내뿜듯이.

“이게 냄새의 ‘향’이 아니라 울릴 ‘향’(響)이에요. ‘음악이 울린다’는 이름이 너무 좋잖아요, 원래는 아는 선배 형님이 동대문에서 향음악사를 열었다가 1~2년 하고 닫았는데, 저는 따라 열어서 지금까지 운영하게 됐죠.”

 

한글 간판이라 뜻을 알지 못했던 ‘향’의 정체는 ‘울릴 향’. 그 의미로도 듣기 좋은 이름이다. CD전문점으로부터 울리는 노래에 이끌려 음반에 대한 향수를 갖게 되기 때문. 비록 음반보다 스트리밍으로 노래를 많이 듣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음반을 소유하고 싶은 이유는 내가 이 노래를 가지고 있다는 각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향음악사’는 소중했던 아날로그 감성의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반을 사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 향음악사의 오프라인 매장은 영업을 종료하게 되었다. SNS등을 타고 퍼진 향음악사 소식 때문인지, 최근 며칠 6평 남짓 되는 조그만 향음악사 내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저마다 CD장 속에서 보물찾기 하듯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는다.

에디터는 이거 – 로지피피

“아무래도 이슈가 좀 된 것 같아 감사하죠, 음반 사시는 분들도 많이 없는데 … 앞으로 또 금방 잊혀지겠죠, 그래서 닫는 데에 대한 아쉬움은 많이 없어요. 그래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해요.”

향음악사 사장님은 가게를 접겠다고 마음 먹은 지 이미 1년 정도 지나 오히려 담담하다고 말씀하셨다.

“다만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단골 손님들의 말에
머무르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답하죠”

사장님은 뒤편 기존 온라인 사무실을 조금 분리해 기존에 오던 매니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도 한다.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종료하긴 하지만 여전히 음반에 대한 애정은 가득해 보였다. 다만, 쉬어갈 뿐이다.

“5층이라 정말 원래 오시던 분들만 오실 것 같아요(웃음)”

 

25년이나 영업해온 만큼 수 많은 시간들이 이 공간 안에 쌓여왔고, 셀 수 없는 음반 단골들은 이 곳을 다녀갔을 것이다.

신촌만의 독자적인 문화예술의 분위기가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향음악사의 영업 마감은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아쉬운 일이었다. 비록 자주 찾아가지 못했더라도, 잠시 잊고 있었다가도 ‘영업 마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부리나케 그곳을 찾아가는 것은, 그들의 마음 한 켠에 그 장소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아직 CD에 대한 애정 또한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향음악사가 영업을 마감하며 어쩌면 우리는 이제 그 기억조차 떠올리기 쉽지 않아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에디터의 포스팅이 나를 포함한 향음악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과 향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저한테 향뮤직은 애착이 많이 가는 곳이에요. 제 고향이 원래 원주인데 거기는 시골 촌동네라 마땅한 레코드 가게가 없었어요. 그래서 주로 인터넷 구매로 CD를 모았죠. 그런데 대학을 왔는데 학교 바로 앞에 레코드점이 있어 오프라인으로 손쉽게 레코드를 구할 수 있었는데 없어져서 정말 안타까워요. 음반 발매일날 인터넷 주문보다 빨리 앨범을 구할 수 있어서 ‘마일드비츠’ 2집이나 ‘화나’ 2집을 앨범 발매 12시 땡 지나고 바로 샀던 기억이 나네요. 마일리지도 많이 주셔서 향뮤직 마일리지를 여태까지 안 썼으면 2,3 만원 모았을 것 같아요. – 김승기 (22)

 

일반 음악 서비스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믹스테이프나 미공개곡이 수록된 앨범을 간혹 향음악사에서 찾았을 때 느꼈던 짜릿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지나서보면 향음악사에서 음반을 산 경우는 손에 꼽고, 시간 여유가 간혹 있을 때 윈도쇼핑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향음악사는 신촌이라는 곳에 가면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는 터줏대감으로 무심결에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천번의 등하교길에 초크로 써져있는 새로 입고된 앨범들과 문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며 신촌이라는 장소를 머리 속에 그려갔던 것 같다. (중략)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CD 슬롯이 없는 노트북으로 작성을 하고 있지만 향음악은 나 이전의 많은 분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임을 느끼고, 이 향수가 나에게도 조금이나마 전달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잠시나마 향음악과의 추억을 내 머리 속에나마 되새길 수 있었던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지금까지 신촌 인디 음악의 명소를 지켜주신 사장님께 감사 드린다. – 김철한(27)

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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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연

신촌 발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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