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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03 · 24

37. 주주총회

Editor 희진 서

주주총회를 방문한 날은 추웠다. 4월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도 날씨가 풀리지 않은 탓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곧장 술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살짝 망설였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보이는 데다가, 비좁아서 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바 하나, 그리고 네 개의 빨간 의자가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들어가긴 했는데, 따뜻한 안주를 먹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메뉴판을 뒤적거렸지만 안주가 없었다. (물론 안주는 가져와서 먹거나 시켜도 된다. 술집에서 안주를 추천받을 수 있다.) 안주가 없어서 아쉬운 동시에, 부담이 없어지는 걸 느꼈다. 보통 술집에 가면 안주를 꼭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뭐든 시키게 마련인데. 어차피 술 먹을 때 먹는 것은 모두 살이 찐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냥 저녁을 굶고 술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사실 안 그래도 술과 칼로리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궁금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칵테일을 공부하고 오셨다는 부장님께 여쭤 보았다.

 

  • 술은 정말 0칼로리인가요?
  • 세상에 0칼로리는 없어요. 물도 살이 찐다는 거 알고 있어요?

 

부장님의 대답은 상당히 단호하셨다. 그렇지만.

 

  • 다만 술은 몸 밖으로 배출이 잘 되기 때문에 좀 다르긴 해요. 물론 개인차가 있어요. 술이 몸에 축적되는 사람이 있고, 몸 밖으로 잘 내보내는 사람이 있는 거죠.

 

 

술이 절대 배출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술을 안 마시진 않을 듯 하다. 내 친구 중에는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점심에 맥주만 마시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결국에는 실패했던 걸로 기억한다….

 

 

라임 모히또였다. 라임 조각이 세 개는 들어있었다. 중요한 건 민트인데, 냉동 민트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부장님은 나를 놀래키려고 도수가 24 정도는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그렇지만 도수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괜찮을 거 같아 음료수 마시듯 다 마셔버렸다. 결국 신이 나서 하나를 더 주문해버렸다. 부장님은 친절하시게도 주문을 받아주시는 대신 그걸 서비스로 반 정도만 만들어주셨다. 비교를 하자면 아이싱 같은 맛이었지만 사실 아이싱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만드는 걸 눈 앞에서 봐도 설명하지 못하는 나지만, 오렌지가 들어간다는 것 정도는 말해둘 수 있다.

 

 

주주총회는 낮 주, 밤 주 자를 써서 주주총회라고 했다. 그 이름 때문인지 그저 이대 학회에서 하는 축제용 술집인 줄 알고 안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고. 술집이 아니라 친목 도모하는 분위기로 보인다는 게 그 이유다. 부장님과 나는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밖에서 보면 대화하는 우리가 꽤 친해 보인다고. 의도치 않게 장사를 방해했던 걸까.

 

  • 그래도 단골이 많겠는데요?
  • 단골밖에 없어요.

 

유쾌하신 부장님이랑 둘이 이야기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좁은 공간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썼다. 3:30부터 6:30까지는 주주총회의 ‘해피 아워’다.(총 영업 시간의 거의 절반이다.) 양 많은 생맥주가 3000원에, 5000~6000원 정도면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먹어본 것 중 상당히 맛있는 칵테일들을.

 

  •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는 않나요?
  • 별로 안 찾던데요. 여기 있는줄도 몰라요.

 

지나가다가 알 만한 곳은 아니다. 나 역시 뒷골목까지 들어온 것은 친구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장님은 내가 일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토마토맛이 나는 해장용(!) 칵테일, 블러디 메리를 만들어 주시기로 했다. 만드는 과정 중간에 쉐이킹이 들어간다. 몰랐던 사실인데, 이런 건 원래 다들 거울 보고 연습하는 거라고. 겉멋들지 않은 부장님의 쉐이킹 폼은 어설펐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칵테일계의 최현석이 되시기를 바란다.

 

 

 

 

나올 때 행복한 술집이었다. 6000원을 내고 칵테일을 세 잔이나 얻어먹은 사실 이상으로, 거기서 나눈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을 따름이다. 혼자 술을 마셔본 것도, 처음 만난 사람과 이렇게 길게 이야기해 본 것도 처음이다. 거기다 생각지도 않게 칵테일이 맛있었던 점이 행운이었다. 가게가 좁아 혼자 들어가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사실 모든 행운은 용기내어 들어간 사람 곁에 달려있기 마련이다. 나는 오늘 그걸 배웠다.

 

 


위치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6-3

open : 3:30 pm ~ 10:30 pm

연락처 : 010-3083-2234

희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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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 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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