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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6 · 09 · 29

51. 혼자특집 3 – 와플잇업, 카페 파스텔

Editor 임봉자

다른 사람들이 교회의 축복을 느끼는 방식으로 나는 고독을 느낀다.

– 페터 회 <고독의 축복> 中


인생은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여행 같이 낯선 일상 속에서 우리가 권태를 느끼는 이유는, 그 낯선 변화의 ‘사소함’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면의 잔잔한 호수를 지닌 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주위 그리고 ‘나’를 둘러보며 그 사소함에 눈길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어떤 이는 이러한 고독을 축복이라고 말한다.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에디터는 ‘나’와의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나’와의 여행, 9월 마지막 토요일의 첫 행선지는 신촌 기차역 앞 골목의 ‘와플잇업(Waffle it up)’이었다.

화살표 입간판 끝에는 ‘Original Belgium Waffle & A Quiet Place’ 라고 적혀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작은 입구가 나오는데, 그 안에는 복층 구조의 한 조용한 장소가 있다. 혼자 또는 조용히 둘이 할 일을 하러 온 이들에게는 알바생 언니가 넌지시 뒤편의 이 ‘A Quiet Place‘를 권해준다. 방음재가 붙어있는 작은 입구에서부터 주인의 작은 배려심이 보이기 시작한다.

따뜻한 와플과 차가운 젤라또의 조합은 입 안에 우주의 음양을 만들어낸다.

에디터의 친구들은 이 곳을 ‘신촌 와플계의 최고존엄’으로 칭하는데, 역시나 맛이 그의 명성을 확인시켜준다.

A Quiet place의 2층에는 ‘Especially for study‘ 공간도 있다. 한 켠에는 독서실 책상까지 있어, 혼자 방문한 이들의 다양한 목적을 채워주고 있었다.

따뜻한 목재 인테리어의 시각적 배려, 벨기에식 와플의 후각적 따뜻함. 더불어 가사가 흐르지 않는 피아노 배경음악은 청각까지 나의 첫 행선지를 더욱 안락하게 만들어주었다. 와플잇업에서 어디를 가든,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한 주인의 노력이 느껴졌다. 사소하지만 큰, 이러한 주인의 배려는 혼자 오는 이들에게 이 여행의 낯섦을 한결 덜어줄 것이다.


두번째 행선지는 와플잇업에서 2분 정도 떨어진 곳의 파스텔 뮤직이 운영하는 ‘카페 파스텔(Cafe Pastel)‘이었다.

카페 파스텔은 2016년 6월, 합정동에서 신촌으로 이사 온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카페 파스텔을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라고 일컫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음료를 파는 카페 뿐만 아니라, 시인 유희경 씨가 운영하는 시집 책방 ‘위트 앤 시니컬(wit n cynical)‘, 음반, 도서, 소품샵 ‘Frente‘가 함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 파스텔은 음반 레이블 파스텔 뮤직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해당 소속사의 아티스트들(짙은, 참깨와 솜사탕 등)이 소규모 공연을 열기도 한다. 에디터가 방문한 9월 24일은 복합 문화 예술 프로젝트 <잠시멈춤, 하루신촌>이 열렸다.

중남미의 해방 구호였던 단어 ‘Frente’ 가, 지구 반대편의 신촌에 나타난 것은 꽤나 위대하게 느껴진다

<잠시멈춤, 하루신촌> 프로젝트는 파스텔 뮤직이 추구하는 ‘쉼’ 정신의 프로젝트화였다. 1층에서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플리마켓이 열렸고, 3층에는 파스텔 뮤직의 아티스트들(이나래, 헤르쯔 아날로그, 한희정 등)이 관객과 소통하며 미니 콘서트를 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계간홀로>의 편집장의 ‘연애 공화국에서 비연애 인구로 살아남기’ 강연은 5층 세미나룸에서 열렸다.

카페 파스텔 안에서 그 구성원들은 강렬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파스텔톤으로 관객들에게 ‘쉼’을 안겨주고 있었다. 혼자 처음 방문한 에디터와 같은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게끔. 그들의 파스텔은 이 가을에 충분히 포용력 있었다.

 

아이슬란드 감성을 가져온 아티스트팀  ‘리리림’의 젤리 향초.파스텔 뮤직이 일반인들의 사연을 받아 직접 노래를 만들어주는 ‘사랑의 단상’ 프로젝트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혼자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가 없어서, 친구를 찾기 귀찮아서, 혼자가 편해서.

결국 ‘혼자’라고 하는 것은 결핍 또는 최후의 수단인 것으로 여겨졌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에게는 혼자의 의미를 곱씹어볼 시간이 결핍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혼자는 ‘결핍’이 아니다. ‘풍족’하다.

헤르만 헤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모두 ‘나’에게 이르는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 그 목표를 향하고 있다면, ‘나’에 대한 질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나’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그 날 당신의 대답을 기록할 물건을 갖고 자신과의 여행을 출발하자. 카메라도 좋고 종이와 펜도 좋고 노트북도 좋다. 당신의 현재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수단이면 된다.

마지막으로 ‘나’에 대한 그 질문에 한 가지 답변이라도 쓸 수 있다면, 단언컨대 당신은 가장 풍족한 혼자가 된 것이다.

 


<와플잇업>

영업시간 – 평일 12:00~ 23:00, 일요일 13:00~22:30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3길 42-19

Tel – 070-4410-2829

 

<카페 파스텔>

영업시간 – 11:00~23:00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3층

Tel – 070-7542-8972

info) http://www.frente.kr/home?p=home

임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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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봉자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 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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