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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05 · 24

9-2. 나봄하우스 – 하숙생 인터뷰

Editor 최유자

잔치 X 나봄하우스의 두 번째 이야기 – 하숙, 지금 고민하고 있나요?

삼천포 曰 : 서울의 첫번째 밤. 그 포근하면서도 서걱거리던 이불의 감촉과 뜨거우면서도 서늘했던 그 밤의 공기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1994년의 서울이란 나에게 딱 그랬다. 분주하지만 외롭고, 치열하지만 고단하며, 뜨겁지만 차가운 도시. 그리하여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도시. 우린 당당히 서울시민이 되었지만 아직 서울사람은 될 수 없었다.

-<응답하라1994> 2화 中 –

 삼천포에게 서울은 이런 곳이었다. 23년이 흐른 지금, 2017년 당신의 서울은 어떤가? 이 크나큰  도시에서 당신의 지친 몸 하나 편히 눕힐 공간이 있는가. 아무도 맞이해주지 않는 컴컴한 방에 들어가기 싫어 주위를 배회한 적은 없었나. 말 한마디 나누지 않더라도 그냥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 느껴본 기억이 있나.

이런 사람들에게 슬그머니 물어보고 싶다. 하숙은 어때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지금의 신촌에서, 하숙의 낭만이 가능한 일이냐고 물어보는 독자의 소리가 들린다. 글쎄, 그건 진짜 하숙생에게 물어봐야되지 않을까. 지난 번엔 신촌 하숙의 부흥을 꿈꾸는 ‘나봄하우스’와 이야기 해봤다면, 이번엔 신촌에서 하숙을 하는 하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좌부터 차례대로) 이동주(21), 신혜지(22)

 

: 안녕하세요. 신촌에서 일 년 동안 하숙을 했던 22살 신혜지입니다. 지금은 휴학을 해서 본가에서 지내고 있어요.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신촌 아트레온 부근에서 하숙 중인 3년차 하숙생 21살 이동주입니다.

 

Q. 두 분은 어떤 이유로 하숙을 하게 되셨어요?

: 경기도 부천이 고향이에요. 제가 이대를 다니는데 지금 학교 기숙사가 증축돼서 서울, 경기 지역 학생도 모집해요. 제가 휴학하기 전에는 경기 지역 학생은 기숙사를 신청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 학교는 1교시가 8시에 시작하거든요. 부천이 서울과 그리 멀지는 않지만 8시까지 학교에 와야 한다니 너무 끔찍했죠. 그래서 저는 자취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안전이나 끼니 문제로 부모님은 반대하시더라고요. 결국 타협점으로 하숙을 하게 됐죠.

: 저는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된 케이스에요. 신입생 때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하숙을 결정하게 됐어요. 물론 자취도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대학 시절 하숙생활이 가장 즐거우셨대요. 더군다나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고 지리도 모르고 하니 저도 자취보다는 하숙이 좋겠다 생각했고요.

 

Q. 신촌에 하숙집이 많은데 어떻게 살았던/살고 있는 하숙집에 들어가게 되었나요?

: 기숙사 발표를 늦게 해서 하숙을 해야겠다는 결정을 개강 일주일 전에 하게 됐어요. 그 때는 남은 방을 찾는 게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죠.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언덕의 높은 곳에 위치한 하숙집을 갈 것이냐, 이것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것이냐가 다였어요. 하숙집 내부가 어땠으면 좋겠다라는 희망 조건을 따질 여력이 없었죠.

: 하숙을 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나봄하우스’를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입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고 하숙집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할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지인의 추천으로 하숙집을 계약했어요. 방을 보지도 않고 선배 말을 따른 거죠. 살짝 반지하라 햇빛이 덜 들어오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공간이에요. 짐도 옮기기 힘들 정도로 불어서 3년 째 지금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Q. 두 분 다 기숙사에 떨어진 뒤 하숙을 선택하게 되신 거네요. 기숙사, 자취 그리고 하숙. 모두 갈 수 있는 조건이어도 하숙을 선택 하실 건가요?

: 저는 자취할 거예요. 첫 하숙집은 높은 언덕에 있었어요. 문제는 겨울인데요. 눈이 내리고 길이 얼면 넘어질까봐 조마조마 할 정도로 너무 위험했어요. 신촌 하숙촌은 신촌기차역 건너편 일대에 밀집해 있는데 이 곳 언덕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하숙집의 생명인 밥도 제 입맛에 안 맞았고요. 안타깝게도 두 번째 하숙집도 비슷했어요. 그래서 저는 하숙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 저는 그래도 하숙을 선택할 것 같아요. 일단 통금이 있는 기숙사보다 자유롭고요. 기숙사의 최대 장점인 싼 비용이 하숙과 비교하면 장점이 되지 못해요. 기숙사비용에 식권까지 끊으면 하숙이랑 가격이 별반 차이가 안 나거든요. 같은 가격일 때 한 방에서 여럿이 사는 기숙사보다 혼자 사는 하숙이 낫지않나요?

 

나봄하우스는 홈페이지(http://nabomhouse.com/)를 통해 신촌 하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나봄하우스 홈페이지)

 

Q. <응답하라 1994>보면 하숙생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고민도 나누고 하잖아요. 현실도 그런가요?

: 그 때는 공동체 지향적인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개인의 사생활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시대가 변했죠. 저는 집 밖에서는 활발하게 노는 걸 좋아하지만 집 안에서는 조용히 있는 게 편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변화된 지금 하숙의 모습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저희 하숙집도 서로 유대감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하숙생 모두 대학생이고, 생활패턴이 서로 다른데도 사람인지라 배꼽시간은 비슷하더라고요. 밥 먹을 때 자주 보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친해지고. 이런 식으로 3년 째 동거동락하는 고정멤버들이 있어요. 거의 가족이죠.

 

Q. 하숙생과 하숙집 주인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세요?

: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 저희 집에는 화이트보드가 있어요. 그곳에 학생들이 요구사항을 적어두면 이모님이 적극 반영해주세요. 예를 들면 이번 주에 먹고 싶은 반찬을 적어두면 그걸 보시고 바로 만들어 주시죠. 이런 것 말고도 저는 이모님이 저희를 자식처럼 돌봐주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이곳에 오래 머물게 된 것 같아요. 물론 간섭을 너무 많이 해서 싫다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 계약관계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이였죠. 제가 만난 이모님들은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으셨어요. 어떤 때는 사전에 이야기도 없이 이모님이 아니라 아저씨가 오셔서 반찬을 만들고 가셨는데 진짜 불편했죠. 프라이버시가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Q. 하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듣고 싶어요~

: 하숙집 시설이 오래돼서 집에 벌레가 진짜 많이 나와요. 신촌에 자취하는 친한 언니 집에 바퀴벌레를 잡아주러 간 적도 있었는데 이건 저희 집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집에서 3년째 살다보니 이제는 벌레 잡는 거 하나는 자신 있어요. 웃긴게요, 다른 방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면 모든 사람들이 뛰쳐나와서 벌레를 잡으러 가요. 바퀴벌레 위치를 파악한 뒤 통으로 벌레를 포획하죠. 그 다음 통 아래로 파일을 집어넣고 그 안에 약 한번 뿌리면 게임 끝이죠.

 

Q. 하숙 생활중 가장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이 뭐예요?

: 제가 정리정돈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룸메이트가 저랑 같은 성향이면 상관없는데 깔끔한 친구라면 서로 힘들어져요.

: 하숙생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지는 않다는 점이요. 예를 들면, 전에 행시를 준비하는 하숙생이 있었어요. 그 분이 예민한 상태인데다가 방음이 안 되니 힘들어하시더라고요. 물론 주변에서도 그분 눈치 보느라 힘들었죠. 거실에서 재밌게 놀다가도 그 분 오시면 해산해야하는 분위기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그 분이 하숙집에서 나가자마자 파티를 했어요.

 

* 나봄하우스가 알려주는 하숙 정보 : 현재 신촌 하숙은 큰 도로변의 안쪽 블럭들에 집중적으로 위치해있다. 주황색 원의 중심부에는 주택 노후화가 심해 하숙집이 별로 없다. 이 곳의 대표적인 바람산 하숙촌(신촌동주민센터 부근에 위치)은 예전에 재개발을 시도했다가 경사가 급해서 무산됐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지도)

 

Q. 하숙집이 대로변에 있지 않고 주로 골목골목 눈에 띠지 않는 곳에 있잖아요. 무섭지는 않나요?

: 무서울 때가있죠. 하숙집 주변이 음침해요. 가끔 술 먹은 아저씨가 말 걸 때도 있는데 놀라서 집으로 뛰어간 적도 있어요.

: 밤에 다니기는 무섭죠. 하숙집 주변에 모텔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일반 동네보다 낯선 사람들이 많이 다니거든요. 그래서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행히 제 하숙집 바로 뒤에 지구대가 있었어요. 순찰도 많이 다니시던데, 지구대 근처에 산다는 게 정말 큰 안도감을 줘요.

 

Q. 하숙을 할지말지 고민일 때 어떤 점을 유의하면 도움이 될까요?

: 하숙을 할 거라면 최대한 빨리 정보를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개강 직전에는 방이 없어서 선택의 폭이 좁거든요. 또 자신이 타인과 동거하면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잘 감수할 수 있을지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 동의해요. 하숙은 자취랑 다르게 여러 사람이랑 살아야 하는 거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과 살아도 괜찮은지 생각해봐야죠. 아, 벌레와 잘 싸울 용기도 필요해요.(웃음)

 

 

Q. 신촌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 대.학.생! 대학생들이 즐기기 좋은 곳이죠. 같은 대학가인데도 건대, 홍대와는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건대와 홍대는 #패션피플, #hip, #연예인 등이 떠오르는 장소라면 신촌은 대학생 때만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에요. 여럿이서 같은 과잠을 입고 싼 술집에 가서 놀기가 좋달까. 아마 신촌이 연대, 서강대, 이대 등 많은 학교가 모여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 역시 만남의 장소 빨간잠망경이죠. 지리를 모르는 사람들끼리라도 “현대백화점 앞 빨잠에서 봐.”하면 끝이거든요.

 

Q.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신촌에 대한 흥미로운 인상이 있나요?

: 다모토리는 신세계였어요. 그리고 의외로 신촌에 클럽이 없다는 것에 놀랐어요.

: 주말이면 신촌 연세로가 ‘차없는거리’로 변하잖아요. 이 거리에서 왈츠페스티벌이나 신촌물총축제 등이 열리면서 신촌이 문화의 공간이 되어가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Q. ‘나는 00한 신초너이다.’라는 문장에 빈칸을 채워본다면?

: 나는 지박령인 신초너이다. 지금은 부천에 살지만 무슨 약속만 있으면 신촌으로 와요. 뭘 먹을지, 어디를 갈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머릿 속에 그려지거든요. 결혼을 하거나 지방에서 취업하지 않는 이상 계속 신촌에 머물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대학탐방으로 신촌에 왔을 때만해도 “와, 신기하다. 대학생이다” 했었는데 벌써 집처럼 편안한 장소가 되었네요.

: 나는 신촌을 사랑하는 신초너이다. 신촌은 지방에서 올라 온 제가 서울에서 제일 잘 아는 곳이에요. 대학 번화가의 중심지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주는 공간이죠. 저번에 아버지랑 신촌에 왔었는데, 아버지가 “와 신촌 변한 것 별로 없네~”이러시더라고요. 신촌에 언제까지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신촌에 오면 아버지와 같은 느낌을 받겠죠?

최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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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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