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문건우

문건우(23)
건우입니다. 여자친구가 이 근처에 살아서 현재 대전에 살고 있는데도 신촌에 두 달에 한 번 씩은 와요. 추석인데도 이렇게 신촌에 오게됐네요.(웃음) 신촌은 폭넓게 뭐든 할 수 있어서, 특별한 계획 없이 일단 “신촌에서 만나”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딱히 뭔가 하고 싶은 게 없더라도 영화관, 백화점, 만화방 등 여러 선택지가 있으니까요. 근데 그 선택지는 우리가 평소에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보니 특색 있는 경험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전에 신촌문화마켓에서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이 자신의 사업아이템을 설명하고 판매했던 활동은 신촌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도 때마침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창업 아이템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도 좋았고요. 하지만 나무도 열 번 찍어야 넘어간다고 하잖아요? 제가 신촌에 넘어가려면 열 번 이상은 찍혀야 될 것 같아요.(웃음)
너건너 들어 와서 오기 전부터 신촌은 알고 있었어요. “대학교가 근처에 많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이다.” 정도로요. 고등학교 때 처음 신촌에 왔는데 세련되고 삐까뻔쩍했어요. 제 고향인 포항에는 없는 상가도 많고 규모도 크고 화려했죠. 그런데 계속 보아온 신촌은 화려함 그 이면에 무정(無情)함이 느껴져요. 상가도 프랜차이즈가 많고,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보다는 인공적으로 깎아놓은 듯한 느낌, 예를 들면 딱딱한 어른 같아요.
저는 상수동을 좋아하는데요. 그곳은 개성이 뚜렷해요. 저는 개성 있는 걸 매우 좋아하는데, 상수동은 아기자기함이나 외국인도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곳이에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은 같은 가게이면서도 거기밖에 없는 공간들이 많아서 가는 의미를 만들어주죠. 한번은 상수동 거리거리마다 붙여있던 인디뮤지엄페스티벌 포스터를 본 적이 있는데, 상수동의 여러 스튜디오와 레이블들이 연합해서 행사를 여는 게 단순 상업지구가 아니라 하나의 동네 커뮤니티로 자리잡힌 것 같아 뜻 깊다고 생각했어요.

건우씨, 신촌의 선택지 중 하나 “빨잠”은 마스터하셨군요!
리의 개성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만들어지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제가 돌멩이 같다고 해요. 겉으로 보기에는 흔한 사람 중 하나이지만, 속은 알차고 단단해보인다고요. 아마 제가 창업을 준비하다 보니, 정리된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한 결실인 것 같아요. 이처럼 개성은 의도를 가진 여러 행동들이 모여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해요. 신기하게도 결과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나오기도해요.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지만 제가 지금 돌멩이같은 개성을 가지게 된 것 처럼요. 만약 마음에 안 든다면 노력해서 다른 개성으로 바꿀 수 있고요. 중요한 건 내 가치관과 가장 맞는 개성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지금의 전 ‘돌멩이’가 나름 마음에 들어요.
신촌을 다시 찾을 것 같냐는 에디터의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며, 개성은 부족하지만 친숙한 선택지들로 사람을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곳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언제부턴가 개성이 없단 건 욕이 된 이 사회에서 특별하다 여겼던 내 자식도 사실 그저 평범한 사람임을 알게된 부모의 마음일까. 잔치를 통해 ‘신촌만이 갖고 있는, 신촌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왔다 생각했는데 막상 그것들을 말하려하니 입은 옴짝달싹 하지않는다. 신촌이란 곳은 어떤 곳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과제며 공부며 어깨에 짊어지고. 끄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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