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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7 · 11 · 02

77. 펠트 커피

Editor 빙봉

  ‘과유불급(過猶不及)’

‘펠트 커피’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거대한 유리창 밖에서 든 생각이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그 사자성어가 담고있는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늘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를 향해 전력질주한다. 학점이고, 스펙이고, 인턴 경험이고, 대외활동이고, 모든 방면에 있어서 모자라기보다는 지나치기를 기꺼워 한다.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자라기보다는 지나치기 위해 노력하는 일상에 젖어있었다. 그래서인지 단조롭고 조금은 따분해 보이는 이 작은 장소는 어쩐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문을 밀고 들어가야하나, 고민하기도 잠시, 이 낯설지만 단순한 펠트 커피의 구성요소들을 인터뷰해보기로 했다.


첫 번째, 배우신 사장님 덕분에 커피머신은 블랙 앤 화이트. 

                                          

에디터: 펠트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을때마다 ‘커피가 맛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에디터 역시 펠트 커피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커피라고 느꼈다.

커피 원두: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 공간은 ‘카페’라는 개념보다 우리를 보여주는 ‘쇼룸’의 개념이다. 우리가 어떤 원두이고 우리로 어떤 커피를 만들고있는지, 어떻게 방문객에게 대접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공간인 것이다. 사장님께서 산지에서 직접 구매한 우리들을 바리스타들이 직접 로스팅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손님들도 맛을 좋게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두 번째, 벽을 빙 둘러싼 의자. 일행과 함께라면 목에 담이 걸릴 수 있으니 혼자 올 것

   

에디터: 대부분의 카페에서 의자들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벽을 둘러싼 의자가 눈에 들어오는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자리잡았는지 궁금하다.

찬장 아래 의자: 이 공간의 모토가 ‘편안한 카페’인데, 내가 그 모토를 가장 충실히 반영했다고 느낀다. 실제로 동네 주민분들이 그냥 혼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신문을 읽고 책을 보고. 그런 잠깐잠깐의 여유를 주는 요소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우리 가게는 테이블이 없어서 방문객들은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무언가를 할 수 없어서 오히려 커피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에디터: 혼밥을 사랑하는 에디터는 가끔 혼밥을 하기 위해 가게를 기웃대다가도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한다. 마주보고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발견했을 때, 마치 2인 이상이 짝을 지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찬장 아래 의자: 그런 이상한 강박에 있어서 나의 존재는 방문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공간을 기획한 사람이 원한 것은 손님들이 채광 좋은 이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그 날의 뉴스를 본다든가, 책을 읽는다든가, 음악 한 두어 곡 듣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손님들에게 꽤나 큰 불편을 주지만 역설적으로 꽤나 큰 해방감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혼자 오든, 둘이 오든 아무런 문제 없으니까 말이다.

 

       세 번째, 메뉴는 간단하고, 선택장애 올 확률은 낮고

             

에디터: 카페(cafe)가 커피(coffee)와 같은 의미지만 사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커피가 포함되지 않은 음료도 함께 판다. 그런 맥락에서 굉장히 단순한 외양을 하고 있다.

커피 얼룩이 진 메뉴판: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커피를 보여주는 공간에서는 커피 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에 비해서 바리스타의 수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음료까지 취급하기에는 벅차다는 느낌이 있다. 아예 집중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할 것. 그것이 펠트 커피의 강조점이다.

 

네 번째, 재생하고픈 LP판을 꺼내 케이스는 창문 턱에 놓는다. 홈에 LP를 끼우고, Hit It!

            

에디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카페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는지도 모르는데, 이 카페에서는 ‘음악이 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현재 재생되는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음량이 크기도 하고, 스피커가 가게 안에 크게 위치하다보니 절로 눈길이 가는 느낌인데, 음악을 공간의 커다란 구성요소로 배치된 이유가 뭘까?

스피커 속 작은 울림막: 무언가를 의도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바리스타와 사장님이 듣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싶어 틀었는데 많은 분들이 그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에디터: 다른 카페에서는 싸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와 달리, 펠트 커피는 LP 음악을 고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피커 속 작은 울림막: 원래 보유하고 있던 LP 판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어 사장님이 큰 의도 없이 틀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 사실 이 음악들을 재생해야 하는 바리스타나 사장님은 굉장히 귀찮아하신다. 한 LP판 중 한 면이 담고 있는 음악이 15분 내외이기 때문에 15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바쁠 때 다들 난감해하는 눈치다. 그런데 오히려 LP 재생이 멈추고 잠깐 음악이 나오지 않는 정적을 좋아하는 방문객이 많더라.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바뀔 때, 사람들의 말소리라든가 음료를 만드는 소리가 갑자기 세세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정적은 LP음악에서 보다 자주, 길게 등장한다. 아무래도 LP가 가지고 있는 그 정적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과 LP음악을 사랑하는 바리스타의 마음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다섯 번째, ‘은파피아노’의 간판. 이 곳은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에디터: ‘펠트 커피’라는 상호명을 검색하면 ‘은파피아노’라는 이름이 종종 보인다. ‘카페를 검색했는데 웬 피아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펠트 커피의 간판을 따로 붙이지 않고 이전에 있던 ‘은파피아노’의 간판을 그대로 유지 중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은파피아노 간판: 일단 지나간 흔적일 수 있는 나를 떼어버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 나 역시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바리스타 님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울리니까.” 이 공간에 어울리기 때문에 나를 떼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묘하게 확신에 차 있어서 막연히 ‘내가 이 공간에 꽤나 어울리는 간판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카페가 가지고 있는 단순함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분명히 펠트 커피에 발을 들이기 직전, 은파피아노 간판을 슬쩍 쳐다보았을 때에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게에 들어섰던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맛있는 커피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그 공간을 에디터가 뒤로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다름 아닌 ‘즐거움’이었다.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들고 인터뷰에 응해주는 ‘펠트 커피’의 구성요소들와 대화를 나누며 에디터는 엉뚱하게도 우리가 누리는 즐거움에 다시 생각했던 것 같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단순히 노력하는 것을 넘어서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되었다. 즐거워야 성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즐거움은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가 된 셈이다. 즐기기 위해, 남들보다 ‘지나치기’ 위해,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 채 뛰어가던 에디터가 ‘펠트 커피’라는 공간의 구성요소들과 인터뷰하고 느낀 감상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아무런 목적 없는 즐거움’이었다. 듣고 싶은 음악이 있어 그저 틀어보았는데, 커피를 그저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지난 공간의 흔적이 마음에 들어 그저 남겨두었을 뿐인데. ‘그저’ 즐거워서 기꺼이 행한 일들은 펠트 커피의 정체성이 되었고 그것 나름의 승리가 되었다.

“즐겁기만 한게 뭐 어때서!”

“나는 뭐, 하루 24시간 노력해야 하는거야?”

누군가 당신의 즐겁기만 한 일상에, 혹은 ‘노오력’으로 지쳐있는 당신에게 생채기를 내 울적하다면 펠트 커피에 발걸음 해보는 것은 어떨까. 벽돌 아래 ‘은파피아노’ 간판을 슬쩍 곁눈질하고나서는 벽을 감싸고 있는 기다란 의자에 앉아보자. 그 날의 분위기에 알맞은 노랫소리 속에서 정성 담긴 커피를 홀짝 마시고나면 아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펠트 커피는 단순하고 즐거워도 된다고 등 토닥이는 곳이니까.

 


주소: 서울 마포구 서강로11길 23

연락처: 070-4108-3145

영업 시간: 평일 08:00 – 18:00 / 주말 11: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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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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