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이요한

이요한(26)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아트팀에서 에디터 요씨로 활동하고 있는 이요한입니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재학중이고 정신을 차려보니 올해 스물 여섯이 됐어요.
성은 이씨인데 에디터 명은 요씨라니 독특하네요.
친한 친구들 무리에서 불리는 별명이에요. 예를 들면 황씨 성을 가진 친구는 황씨, 조씨 성을 가진 친구는 조씨로 불리는 식인데 어감이 좋아서인지 저는 언제부턴가 이씨가 아니라 요씨로 불리더라고요. 대학교에 와서 새로 생긴 별명인데 살면서 가져본 별명 중에 가장 마음에 들어요. 누구든 저를 요씨라 부르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많은 분들이 이렇게 불러주면 좋겠다 싶어서 에디터명도 요씨로 정하게 됐죠. 그리고 일본어로 ‘좋았어!’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よし랑 비슷한 발음이라 나름 중의적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트팀은 주로 신문방송학과 소속 잔치꾼이 많죠. 어떻게 선택하게 된 길이에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송 컨텐츠를 만드는 PD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절 주말이 지나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말에 봤던 TV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를 하곤 했거든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에는 막연하게 ‘서울대는 죽었다 깨어나도 무리일테니 그럼 연세대를 가자! 그리고 방송과 관련된 학과를 가자!’ 하고 생각했죠. 사실 성적이 썩 좋진 않았던 터라 고등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 목표가 일종의 유머 코드였어요. 실제로 현역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결심하면서도 제가 정말로 연대 언론홍보영상학부에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합격했을 땐 정말 어안이 벙벙했죠.

대학에 와보니 꿈꿔왔던 공부가 힘들지는 않던가요?
저는 책상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이라 공부는 어떤 공부든 힘든 것 같아요. 학과 공부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지점도 있고 몇몇 과목은 맞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제가 원하는 진로에 나아가는 과정이라 꽤나 만족스러워요. 특히나 이번 학기에는 처음으로 영상을 만들어 보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즐겁기도 하고, 또 저는 학교에 다닌 날보다 다닐 날이 더 많기 때문에 지나간 학업에 아쉬워하기보다는 남은 학창시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만드는 게 즐거웠다니 다행이네요!
그 동안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처음으로 도전해 본 일이었거든요. 사실 아무런 경험 없이 무작정 시작했던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고 결과물도 백퍼센트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영상을 만드는 동안 정말 즐거웠고 완성된 영상물은 퀄리티를 떠나서 내 자식처럼 소중하더라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원했던 진로가 얼추 나와 맞긴 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앞으로는 어떤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 이런 PD가 되고싶다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컨텐츠들이 점점 세분화, 전문화 되고 있잖아요. 특정 타겟의 구체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컨텐츠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많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를 수 있고 공감대를 이끌어낼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트렌드에 역행하는, 너무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한 시대를 관통하는 재미있고 따뜻한 컨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이문세의 별밤이나, 2000년대의 개그 콘서트, 1박 2일이나 무한도전처럼요.

2017년, 작년 한해는 어땠어요?
돌아보면 2017년은 정말 복잡미묘했어요. 제가 휴학과 군입대로 학교를 3년간 쉬었거든요. 학교를 오래 쉰 만큼 2학기 복학을 준비하면서 걱정도 기대도 정말 많았어요. 걱정했던 것 보단 괜찮았지만 기대만큼 많은 걸 해내진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학기였어요. 잔치에 들어온 것처럼 좋은 일도 많았지만요.
긴 호흡으로 대학생활을 하고 있네요. 어려움이 있거나 불안할 땐 어떻게 이겨내나요?
일단 교회를 나가거나 기도를 하죠. 이름에서 눈치채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모태신앙 크리스천이에요. 솔직히 그렇게 경건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마음 속엔 늘 신앙의 자리가 있고 교회는 항상 돌아갈 곳으로 생각하고 있죠. 교회에서 목사님 말씀 듣고 종교활동을 하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도 편해지거든요.
그리고 모순적이지만 불안할 때면 예전엔 술을 많이 마셨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기분도 풀리고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친구들에게서 힌트를 얻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방학이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스스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고 있어요. 지난 학기에 들었던 수업들이나 여러 멘토 분들의 조언들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탐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저에게 어떤 강점이 있고 어떤 약점이 있는지, 그리고 그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저에게 주어진 일과 앞으로 닥칠 일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곤 합니다. 학기 중과 다르게 지금은 잠시 멈춰 서서 점검하고 갈무리해보는 셈이죠.
그럼 지금은 잠깐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인 거네요.
지금은 한가로운 방학을 즐기는 중입니다. 그리고 잔치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네이버후드에서 지난 학기부터 일하고 있어요.
많은 신초너가 방문할텐데 일이 고되진 않나요?
바쁠 땐 정말 바쁘죠. 일을 막 시작했을 땐 정신 없이 손님과 주문이 밀려 들어오면 멘붕이 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해서 손이 알아서 척척 일을 해줘요. 또 점점 가게에 애정이 생기고 있어요. 손님들이 저희 가게 맥주랑 음식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요. 사장님께서 네이버후드의 메인인 피자로 식사를 챙겨 주시고 일을 마치고 나면 맥주도 한 잔씩 주시는데 그걸 챙겨먹는 맛도 아주 쏠쏠하죠. 별다른 일이 없으면 앞으로도 오래 일 할 생각이에요.

요한씨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최근에 많이 하는 생각은 ‘가시나무’ 같다는 거예요. 정말로 가시나무를 말하는 건 아니고, 시인과 촌장 노래 중에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있잖아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하는 유명한 가사처럼 제 속엔 제가 너무도 많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이십대 중반이면 이미 충분히 단단한 어른이 됐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스물 여섯이 된 지금도 제가 몰랐던 제 모습을 문득문득 발견하곤 해요. 뭐가 진짜 내 모습인지 분간하기도 어렵고요. 사실 그래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어요. 저조차도 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셈이니까요.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오히려 다양한 모습이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주어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단정해서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는 저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정이 많은 사람이요?
어제도 배달 음식을 시키면서 배달 오신 분이 추운 날 너무 고생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있던 귤을 챙겨드렸어요. 그러고 몇 분간은 저 분 돌아가시는 길 되게 추우시겠다 싶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러니 술자리에서도 어지간하면 마지막까지 남아있고, 누가 뭔가를 부탁하면 거절 못하고 그런 식이죠. 좋은 점도 많지만 요즘은 좀 고쳐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매사에 이런 식이다 보니 감정 소모도 심하고, 때때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지 못해서 피를 보곤 했거든요. 뜨거운 가슴도 좋지만 냉정한 머리도 함께 겸비하고 싶어요.
그럼 2018년에는 조금은 냉정한 요씨가 되는 게 목표인가요?
네, 맞아요. 특정 부분에서 독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어른이라면 상황에 따라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냉정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두루뭉술하고 유들유들하게 살아온 제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세 가지만 말해주세요.
비슷한 맥락에서 뚜렷하고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거요. 어떤 관심사나 분야가 되었건 한 학기, 혹은 1년 단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결과물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서 실천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운동으로 언제까지 몇 킬로그램을 감량할 것인지를 정하고, 해당 날짜에 실제로 몸무게가 줄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냉정하게 피드백 하는 거죠. 목표를 세우는 게 목표라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네요. 하지만 여러모로 저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번째로는, 올해엔 꼭 좋은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애를 쉰 지 꽤 오래 되었거든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 받는 일은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이성과 감성을 자극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 만나 이전보다 성숙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2018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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