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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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8 · 03 · 29

86. 2018326일, 신촌의 하늘

Editor 빙봉

  머리 위를 떠받치는 청명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을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꽃 연출가라는 직업도 있다잖아. 밤하늘 위에 멋진 그림을 그리는 일.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곳은 공간임에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2시 경, 신촌 여우골 옥상 위의 하늘

 

문득 하늘은 공간일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강타했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곳이 어떻게 공간일 수 있어. 방금 전 머리 위에 드러누워 있다고 생각했던 구름은 어느새 저 멀리로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맑기만 했던 하늘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기도 하고 때때로 하늘은 난데없이 얼음을 우수수 쏟아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촌도 마찬가지잖아. 번잡한 신촌 속, 새로 개업하는 무수한 가게들과 문을 닫아 쓸쓸한 풍경을 연출하는 가게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쉴 새 없이 변하는 것은 신촌도 마찬가지인 걸. 그러니까 하늘은 공간이 맞아. 그것도 늘 새로이 나를 맞는, 새로운(new) 공간.

 

오후 5시 경, 이대 역 2번 출구 위의 하늘

 

“나 이번에 유럽 여행 간다!”

 

 대학생이 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남자친구는 없니?”를 제외한다면 아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것은 ‘여행’에 대한 애정 어린 잔소리일 것이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제 여행 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인데 여행도 안 가냐는 말들을 덧붙이면서. 여행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여행을 갈 여유조차 없는 나는 한순간부터 혼란스러워졌다. 여행을 꼭 가야 하는 건가…

 

오후 6시 경, 연세대학교 백양로 위의 하늘

 

기묘한 박탈감을 느끼면서 눈부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하늘을 공유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 내가 보고 있는 하늘은 열두 시간 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늘인 거야. 그러니까 나는 열두 시간 전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올려다본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런 상상을 한 번 시작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나와 같은 모양새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떠올린다. 인근 국가인 우루과이나 브라질 사람들도 모두 다른 시각에 나와 똑같은 하늘을 공유했겠지. 따사로운 햇살에 적당히 그을린 몸을 가진 사람들이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상상을 한다. 그 아래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거미줄 같은 신촌의 골목사이를 지나다니는 나 역시. 그러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이 뭐, 별거야?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게 여행 아니겠어?

 

또 다시, 오후 6시. 이대 포스코관 위의 하늘

 

 어딘가로 휙 떠나고픈 생각이 절실한데 해야 할 일들에 발목 잡혀 어디로도 갈 수 없다면 하늘을 둘러보자. 몇 시간 전 이 하늘을 공유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또 몇 시간 뒤 이 하늘 아래 숨 쉬고 먹고 말할 사람들을 떠올리면 가벼운 웃음이 새어나올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바로 반대편에 발 디디고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람들, 우리의 오른편, 왼편으로 갸우뚱거리며 걸어다니는 이들과 함께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매일같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상상. 그 파편 같은 조그마한 상상들이 부디 지친 삶에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가득할 것 같다.

 

*Sinchon, new : 잔치는 2018년 신촌의 봄·여름을 SHOW라는 주제로 기록합니다. 매월 SHOW 중 하나의 알파벳을 메인 테마로 선정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인데요. 이달의 ‘S’는 바로 ’Sinchon, new’입니다. 이곳에 숨겨져 있는 신촌 그리고 새로움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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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봉

내가 울면 사탕이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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