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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8 · 05 · 17

91. 미네르바

Editor 플리

대낮에도 신촌을 훤히 비추는 달과 별

저녁을 비추는 미네르바의 달과 별은 더욱 빛난다.

 

신초너라면 심심치 않게 지나다녔을 법한 신촌 명물길.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낮에도 밤에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정해진 자리에 떠 있는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자기들은 항상 이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달과 별의 이러한 자신감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슴 한 켠 어딘가에서 솟아오르는, 1975년이라는 꽤 오래전부터 이미 그들은 이곳 신촌 거리를 비추고 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붓글씨로 흘려 쓴 듯한 글씨는 미네르바의 흘러간 세월을 보여주는 듯하다.

 

연륜 있어 보이는 달과 별을 따라가면 그보다 더 많은 세월을 마주한 것 같은 간판이 보인다. 조금은 촌스럽지만 사랑과 낭만이 넘쳐 흐르는 곳. 그래서 왠지 더 정이 가는 곳. 40년이 넘도록 그때 그 모습과 그 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 바로 신촌 미네르바 카페이다. 아테네에 뛰어난 지혜와 기개를 바탕으로 아테네 시민을 든든히 지켜주는 수호신인 아테나가 있다면, 신촌에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추억 담긴 소품들로 신촌의 옛모습을 꿋꿋이 간직하며 터줏대감의 역할을 하는 카페 미네르바가 있다.

 

들어온 부재중 연락이 없을까 괜히 삐삐를 확인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

 

미네르바의 출입문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9와 4분의 3 정거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9와 4분의 3 정거장의 한 벽돌 기둥이 현실 세계와 마법 세계를 구분 짓는 경계가 되듯이, 미네르바의 출입문도 2018년과 1970-80년대를 구분한다. 문을 열고 가게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가 되어 그때 그 시절의 감상에 젖는 마법에 빠진다.

 

두근두근, 무엇을 마실까

 

카페 내부의 천장부터 벽, 그리고 바닥까지 뒤덮인 짙은 갈색 나무 판자는 가게의 분위기를 더 고풍스럽게 만든다. 또한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바닥도 마치 의도된 인테리어처럼 느껴진다. 앉을 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푹- 꺼지는 검은색 가죽 소파, 조용히 흘러나오는 가게의 클래식 음악, 넘길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누런 종이의 차림표 역시 미네르바의 ‘촌스러운 낭만’에 매력을 더한다.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미네르바에 오는 것도 좋지만, 그곳의 진정한 향기에 취하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2인 이상이 함께 방문하는 것이 좋다. 미네르바의 자랑거리이자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사이폰 커피’는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이폰 커피는 지금 아메리카노의 인기만큼 80년대 대학가 다방에서 최고의 인기 메뉴였다고 한다. 이 커피는 흔히 ‘입과 눈이 즐거운’ 혹은 ‘눈으로 마시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 그만큼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커피이다. 학창시절 과학 실험 시간에만 쓰던 알코올램프로 물을 끓이는 모습, 투명 유리관을 통해 물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보글보글 끓는 모습을 보고 왜 사이폰 커피지 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반은 정답이다. 커피 추출기의 독특한 투명 유리관의 이름을 본 따 사이폰 커피라고 흔히 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커피의 정식 명칭은 ‘액체를 거르다’라는 뜻을 가진 ‘percolate’에서 유래한 퍼콜레이터 커피라는 사실.

 

보글보글보글보글 사이폰 커피~ 호로록 촵촵 호로록 촵촵 사이폰 커피~

 

그렇다면, 과연 그 맛은 어떨까? 만약 나처럼 커피에 대해 무지하다면 한 입 홀짝 마셔 놓고 눈을 찌푸리며 “에이, 그냥 관상용이네” 라고 단순히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미네르바는 가게의 연륜과 비례하는 깊은 향과 맛으로 커피 마니아 층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좋은 원두일수록 신맛과 쓴맛이 깊게 나는 법이라고 하는데 미네르바의 커피는 충분히 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한 모금 길게 음미하면 씁쓸하면서도 비릿한 신맛이 혀끝에 맴돈다. 또한 사장님께서 매일 직접 매의 눈으로 원두콩을 선별하는데, 이렇게 선별된 원두콩은 미네르바만의 고유한 향을 낼 수 있도록 커다란 고급 로스터기에 의해 볶아진다고 한다. 이러한 사장님의 노력도 깊은 맛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미네르바 커피만의 깊은 풍미를 책임지는 로스터 기계

겉모습에서부터 벌써 기개와 책임감이 느껴진다.

 

가게 외부의 간판에서부터 가게의 핵심인 커피까지, 그 어떤 것에서도 연륜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거기에 자연스레 묻어나는 고풍스러움과 세련미가 미네르바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더 깊게 만들고 있었다.

미네르바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네르바는 ‘전문점 개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독특한 커피 추출 방식인 사이폰 방식을 이용해 맛의 차별화를 고수하고, 70년대 신촌 대학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장소로서 보전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서울의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출입구로 향하는 계단 옆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서울미래유산’은 미네르바만의 특별함을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앞으로도 신촌 미래세대에게 전해질 그 이름, 미네르바.

 

물론 신촌에는 미네르바 말고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들이 더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처럼 개업 당시의 모습을 거의 보존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물론 형태가 변하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지만 40년이 넘는 시간을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그 모습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은 가히 신촌의 터줏대감이라고 인정할 만하다.

가끔 신촌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질 때, 지난 세월을 깊이 있게 되돌아보고 싶을 때, 혹은 청춘의 열정은 잠시 내려놓고 잠시 진득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이곳 신촌 미네르바를 찾길 바란다. 미네르바는 항상 뜨는 달과 별처럼, 그 자리에 변함없이 같은 모습으로 당신을 기다리는 유일한 곳이 될 테니까.

 

 

*서울미래유산이란?

서울미래유산은 2013년부터 서울특별시가 시작한 사업으로 서울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가치가 있는 자산을 발굴하여 보전하는 프로젝트다. 선정 대상은 서울을 대표하는 유산 중 국가ㆍ서울시 지정ㆍ등록문화재로 등재되지 않은 유ㆍ무형 자산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 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 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O : 잔치는 2018년 신촌의 봄·여름을 SHOW라는 주제로 기록합니다. 매월 SHOW중 하나의 알파벳을 메인 테마로 선정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인데요. 5월엔 ‘O’가 팀별로 다.르.다! Match ‘O’ you want……………….and CLICK

 

 


미네르바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명물길 18 2층

영업시간 : 평일 11:00 – 22:30, 토요일 11:00 – 22:30,

                  일요일 12:00 – 22:00

                  매달 첫째주 일요일 휴무 

연락처 : 02-3147-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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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ly Ever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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