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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9 · 11 · 27

126.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

Editor 리코더

[비건 신촌] 02.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

채식주의(vegetarianism): 동물성 음식을 먹는 것을 피하고, 식물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것.

 

 

비거니즘이 처음인 당신,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있는 당신,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당신! 이 모두를 위해 신촌의 비건식을 소개한다.

 

 

  비건? 페스코? 채식? 비거니즘이 아직은 낯선 당신에게 이와 같은 말들은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비건은 채소만 먹는다는 오해를 하고 있을지도. 하지만 최근 비건식과 더불어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여러 매체 내 비거니즘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는 추세이다. 육식 위주의 외식 산업계에서도 알음알음 비건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촌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비건 신촌’은 앞으로 몇 편의 글과 함께 신촌에서 비건식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하고 음식을 직접 맛보며, 비건 가시화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 

 

  디저트 카페 수르 (SURU)에 이어 비건 신촌이 두 번째로 방문할 곳은 따뜻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비건 밥집,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 이다. 지난 시간, ‘수르’로 비건식에 입문해 보았다면 이제는 한 끼 식사를 통해 온전한 비건식을 즐길 차례이다. 비건식 또는 비건 식사를 떠올리면 왠지 샐러드나 파스타와 같은 차가운 양식이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에서는 흔히 ‘집밥’ 이라 부르는 친근한 한식 중심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직 비건식이 낯선 우리에게 정성 가득한 비건 집밥은 보다 다정하고 부담 없는 시도가 될 것이다.

 

 

 

  본 식당은 신촌기차역과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사이에 위치한 이화여대 52번 길, 그 작은 골목에서도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눈여겨 보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곳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 시간이 되면 이 식당의 저력을 보여주듯 자그마한 문 앞에 복작복작 줄이 생긴다. 에디터가 방문한 날에도 역시나 웨이팅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원목으로 꾸며진 외관과 새로운 세계를 열 듯 걸려있는 패브릭 커튼이었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주황 빛깔이 에스닉한 붉은 톤과 잘 어우러져 커다란 간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만의 분위기를 오롯이 전달했다. 가게 앞에 세워진 입간판도, 입간판에 그려진 작은 그림도 아기자기함을 더하는 건 마찬가지! 외부 인테리어를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서일까, 생각보다 얼마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서는 입구엔 오르막이 있어 휠체어 접근성 또한 좋았다.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이하 이세놀)’의 주력 고정 메뉴는 버섯들깨덮밥과 채개장이다. 때때로 이 두 가지 음식과 함께 ‘반짝 메뉴’라는 한시적인 메뉴도 등장하니, 반짝 메뉴를 맛보고 싶은 독자 여러분은 긴장을 놓치지 말고 이세놀의 SNS를 살펴보길 바란다. 참고로, 이날의 반짝 메뉴는 포장용 작은 겨울 김밥이었다. 

 

  자그마한 메뉴판에도 적혀 있듯, 이 식당의 모든 음식과 반찬은 동물성 원료, 가공식품을 엄격히 사용하지 않은 비건이다. 앞서 ‘비건 신촌01’에서 말했듯이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꼼꼼한 설명은 다양한 층위의 베지테리안을 포함하여 모두에게 필수적인 정보이다. 이세놀의 경우 논비건부터 비건까지 모든 층위의 베지테리안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에디터는 두 가지 메뉴를 모두 먹어보고 싶어서 고민하지 않고 버섯들깨덮밥과 채개장을 전부 주문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저 화려한 패브릭 포스터 뒤로 사장님께서 열심히 음식을 조리하고 계셨다. 포스터는 아까 보았던 에스닉한 패브릭 커튼과 결을 같이 하여 공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함뿍 고취했다. 더불어 아담한 규모의 내부를 주방과 식당으로 분리하기에도 맞춤이었다. 음식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아 내부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가게는 2인용 테이블이 4개 정도 놓여있는 크기였다. 그 테이블 옆으로는 레이스 커튼과 갖은 향초, 그리고 말린 꽃이 놓여있었다. 작은 부분까지도 사장님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공간을 가꾸는 사람에게서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때, 방문하는 사람 또한 더욱 애정을 갖게 되는 것만 같다.

 

 

버섯들깨덮밥

 

채개장

 

  가게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음식이 준비되었다. 쟁반과 수저는 나무를 사용해 정갈하면서도 따뜻함을 전했다. 이제 음식을 살펴보자. 버섯들깨덮밥의 향은 에디터의 마음을 흔들었다. 들깨만으로도 가득한 내음에 참기름이 더 해져 어찌나 향기로운지! 톡톡 터지는 현미밥에 버섯과 들깨 소스를 섞어 한 입 하면 그곳이 바로 들깨밭이다. 송이버섯으로 짐작되는 버섯의 식감과 독특한 향 또한 함께 어우러져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향이 생각날 지경이다. 버섯들깨덮밥은 한 마디로 환상적이었다. 채개장은 또 어땠나? 첫맛은 산뜻하니 토마토를 사용한 것처럼 새콤했고, 그 후엔 칼칼함이 찾아와 고봉으로 쌓인 현미밥을 입으로 불렀다. 확실히 논비건의 육개장이나 닭개장보다 깔끔했고 느끼함이 없었다. 푹 익은 고사리와 무가 밥에 비벼 먹기도 좋았다. 에디터의 동행인 역시 두 메뉴 모두에 만족했다. 충분한 양의 음식을 먹은 뒤에도 더부룩함 없이 든든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놀이터는 모두가 더불어서 재미나게, 마음껏 노는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모두의 놀이터로 바라본다.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동시에 누구도 해치지 않는 비건 음식으로써 그 역할을 다한다. 놀이터 세상 속 비건식은 누구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다 같이 놀 수 있는 것,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당신도 이 놀이터를 함께 꾸리고 싶다면, 이 세계를 놀이터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우리 함께 이곳,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 에서 놀아보자.

 

 


이 세계는 놀이터예요

 

이화여대길 88-15 1층 2호

070-7576-0386

instagram @lets_twip

월-금11:30 – 20:00 BREAK TIME 15:00 –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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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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