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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0 · 10 · 26

앨범 아트: 신촌 3부작

Editor 닐

카페 안, 길거리의 상가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귓속에 이어폰 속에서 항상 음악은 우리의 일상의 존재한다. 이러한 음악들이 담긴 LP나 CD 등 음반의 겉표지에는 그 앨범의 주제 혹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사진 또는 그림이 있다. 이를 앨범 커버 혹은 앨범 자켓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아티스트의 사진 정도만 있었지만 구매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이미지들이 삽입되기 시작하면서 앨범 아트는 새로운 디자인의 분야로 자리잡았다. 청각적 심상이 중심인 음반에서 커버 아트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앨범아트는 비주얼 그 자체로 음악을 연상케 사람들의 인상에 깊게 남는다. 한 명반의 앨범 아트는 음악가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장르와 시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신촌의 여름이 음악으로 재탄생하여 잔치 웹진에 등장한 글이 있었다. 그 음악을 들은 후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신촌이 앨범 아트로 탄생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신촌을 주제로 한 앨범이 있다고 가정했고, ‘그렇다면 겉표지는 어떤 디자인이어야 할까?’라는 발상을 시작했고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 결과 우선 신촌을 하나의 앨범으로 표현하기는 무리라고 느꼈다. 신촌은 번화가이며 문화적으로 충만한 곳이지만,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많은 사람의 고민과갈등이 묻어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잘 가꾸어진 다양한 공원처럼 아름다운 곳도 있지만 으슥한 골목과 낙후된 지역 등 어두운 면도 있다. 이러한 신촌의 다성적인 면모를 담으려면 3부작 앨범(Album Trilogies)정도가 적당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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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들처럼 한 주제의 다양한 견해를 담아내기 위해 앨범 아트: 신촌 3부작을 제작해보았다. 

 

Part 1 : 신촌의 A-Side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표면적인, 가장 흔하게 떠오를 법한 신촌의 이미지를 담았다. 신촌은 여러 대학에 둘러싸여있어 젊음과 낭만이 흐르고, 많은 사람이 붐비는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 곳이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활발하며, 각양각색의 개성이 약동하는 공간임을 표현했다. 

 

Part 1 : A-Side

 

이 작품의 제목은 음반의 앞면을 뜻하는 “A-Side”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신촌의 상징적인 빨간 잠망경을 통해 남자가 보고있는 세상은 다채롭고 화려하다. 그리고 밤을 상징하는 달이 크고 밝게 거리를 비추고 있는 모습은 통해 낮과 밤 모두 생동감이 넘치는 신촌의 모습을 보여준다. 떨어지는 벚꽃잎들과 꽃밭 속에서 남자의 자세 또한 여유로워 보인다. 이 작품은 내가 어렸을 적  바라본 신촌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 당시 꿈꾸던 나의 신촌에서의 생활을 회상한 것이  작품 창작의 큰 도움을 주었다.

 

Part 2 : 신촌의 방랑자

신촌을 돌아다니다 보면 음식점 못지 않게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건물이 각종 학원이다. 뿐만 아니라 신촌의 수많은 카페에서도 가장 많이 관찰되는 유형의 사람은 바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화려하고 즐거운 동네일 것만 같은 신촌의 이면에는, 과거 “신촌 로터리”였던 “신촌 오거리”만큼 복잡한 길에 놓여 자신의 꿈을 좇으며 애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열정적이고 목표에 몰두한 듯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 속에서는 여러 고민에 부딪혀 어려움과 갈등을 겪고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어두운 통로에서도 자신만의 출구를 찾으려 노력하며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 아트는 그러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느껴질 신촌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Part 2 : 방랑자

 

이 작품은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의 이미지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그림을 회화 기법으로 따져보면 원근법을 크게 무시하고 뒤틀려있다. 출구의 기둥은 높은 곳에서의 시점이지만 시계는 낮은 곳에서 바라본 듯하다. 그리고 뒤의 도시는 평면적이다. 이성적인 시점의 뒤틀림은 혼란스러운 방랑자들의 시선을 나타낸다. 구름 위는 흔히 천국처럼 전지적이고 이상적으로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아주 가파른 계단을 애써 올라 구름 위에 올라왔지만 눈 앞에 펼쳐진 복잡한 길과 출구는 은유적으로 우리 사회, 그리고 신촌의 현실을 표현한다.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온 몇몇 사람들에게 복잡한 길을 또 다시 제시하는 가혹한 신촌의 현실은 감춰져있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는 방랑자들이 마주친 신촌의 현실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구현하는데 공을 들였다.

 

Part 3 : 신촌은 노란불

올해 신촌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생기를 잃었었다. 저녁 거리의 예술가들의 노랫소리도, 대형 백화점의 웅성거림도, 새벽 골목의 흥겨움도 모두 줄어들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힘을 합친 덕분에 상황은 나아지고 있고, 신촌 또한 아무도 모르는 새 천천히 예전의 생동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직 초록불이 켜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로 얼굴조차 못 보던 빨간불을 지나 노란불이 켜져 신촌은 다시 춤을 추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밝은 초록불이 환히 켜질 그날을 기다리는 신촌의 희망의 이미지를 세 번째 작품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Part 3: 노란불

 

이 작품은 신촌이 조심스럽게, 천천히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노란불’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담장의 세 면에는 신촌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조형물과 그림이 그래피티처럼 그려져있다. 점점 다시 이전의 신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을 이 둘러쌓인 벽으로 표현했다. 벽 위에는 노란불이 밝게 빛나고 있다. 아예 무기력하던 시절은 지나 다시 활발한 모습의 신촌으로 돌아갈 희망이 보이지만. 아직 조심 해야하는 단계임을 노란불과 담장이 상징하고 있다.

 

이렇게 신촌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신촌을 앨범 아트 안에 담아보았다. 첫 번째 파트부터 세 번째 파트까지 천천히 감상하고 그림의 디테일을 음미하다보면 더 깊게 공감할 수도 있고 숨은 의미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지극히 나의 시점에서 바라 본 신촌을 앨범에 담은 것이다. 혹시나 에디터가 발견하지 못한 신촌의 모습은 또 무엇이 있을지 혹은 각자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신촌의 인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이 있는지 상상해보며 작품을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닐
AUTHOR PROFILE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1

  1. 블라디보스톡
    블라디보스톡 2020.10.26 22:21

    우와. 진짜 저말 멋있어요… 진짜 너무 그림도 글도 의미도 다 멋져서 읽는 내내 감탄만 나왔네요.. 저 그림은 뭘로 하신건가요????? 일러스트?? 정말 멋있는 글이였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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