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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5 · 09 · 10

476. 음악과 함께 흘려보내는 젊음에 대하여

Editor 이연

# 베이스, B

먼저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국어국문학과 동아리 청불에서 베이스 세션을 맡고 있는 김현주라고 합니다. 베이스는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동아리 들어오면서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이제 한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처음에 베이스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말 특이하면서도 별거 없는 게, 처음에 아무래도 과 동아리다 보니 선배들이 가입을 많이 권유했었어요. 근데 밴드를 하려면 악기를 사야 해서 지출이 필요하니까 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아는 선배가 베이스 남는 게 있어서 저한테 공짜로 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베이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고민도 없이 바로 베이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타의로 시작하게 됐네요. 그 운명에 만족하나요?

약간 TMI인데, 그게 엄청 싸고 안 쓴 지 오래된 베이스였어요. 그런데 좀 하다 보니까 욕심이 나서 더 비싼 걸로 새로 장만하게 됐어요. 비록 시작은 타의로 했지만 나중엔 진심이 된 거죠.

 

어떤 매력에 빠져서 진심이 된 거예요?

처음에는 베이스뿐만 아니라 합주 같은 밴드 문화를 아예 몰라서, 합주라고 하면 같이 공부를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베이스를 들고 갔는데, 바로 노래를 맞춰보자길래 아예 아무것도 못 쳤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때는 너무 무섭고 죄송한 마음에 하기 싫다고도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베이스의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베이스가 안 들리는 악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나머지 세션들과 다른 라인을 칠 때면 아무도 모르지만 혼자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다들 기본 리듬을 치고 있을 때 현란한 연주에 성공하고, 뿌듯해하며 좋아하는데 저만 알고 아무도 몰라요. 그게 매력이에요. 그리고 집에서도 언제나 연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잘 안 들리니까 층간 소음이 아예 없어요.

(웃음)

진짜예요. 농담 아니에요. 옆방에 있는 사람도 안 들려요. 아예, 진짜 아예 안 들려서 언제든지 연습할 수가 있고, 가끔은 카페에서도 한 적 있거든요. 엄청 합주가 급한데 연습이 안 됐을 때는 베이스를 꺼내는 게 민폐가 아니라면 좀 넓은 카페에 가서 급하게 연습한 적이 있어요.

근데 소리가 안 들리는데 어떻게 연주가 되는 거예요?

치는 사람한테만 진짜 작게 들리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도 그냥 줄 튕기는 소리밖에 안 들려요. 공연장에서는 앰프를 끼워서 소리를 확장하는 거예요. 여기에도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최근에 한 공연에 저희 엄마 아빠가 처음 보러 오셨거든요. 부모님은 집에서 늘 소리가 안 들리니까 제가 무슨 노래를 치는지도 모르고, 소리도 안 들린다고 말씀하셨는데 공연에서야 소리가 제대로 나는 걸 처음 보시게 된 거죠. 엄청 뿌듯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무래도 베이스를 엄청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잖아요. 지금 다시 생각해 봤을 때 다시 정하라고 해도 베이스를 할 건가요? 아니면 다른 악기를 해보고 싶나요?

고민이 되긴 하는데, 다시 하면 일렉 기타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러면 금방 포기했을 것 같기도 해요. 이건 여담인데, 지금은 동기 중에 베이스를 치는 다른 친구가 있지만 처음 청불에 들어갔을 땐 24학번에 베이스가 저밖에 없어서 모든 베이스를 다 제가 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공연 기회도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실력이 빠른 속도로 늘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반면 기타는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러모로 흥미가 많이 떨어졌을 것 같긴 하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베이스를 하길 잘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도 커요. 무대에 계속 서 있는 게 엄청 부담스럽단 말이에요. 다른 세션은 사람이 많아서 교체되는데 저는 계속 서 있는 거잖아요. 이게 엄청 부담스럽고 떨리고 다음 곡 악보 생각도 잘 안 날 정도인데, 그걸 하다 보니까 실력도 더 느는 것 같아요. 베이스 덕분에 제가 무서워하던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청불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나요?

청불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고 좋았어요. 원래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아리를 비롯한 어떤 활동을 할 때 저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따지면서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도전적인 활동도 얼마나 효율적이고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느라, 안 해본 분야에는 거의 손을 안 댔어요. 근데 청불은 사실 따지고 보면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고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선배가 베이스를 준다는 이유만으로 냅다 하게 된 거잖아요. 전의 나였으면 절대 안 할 무대도 서고, 거의 완성되지 못한 채로 무대에도 올라가보고… 청불로 인해서 ‘내가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제 모습에 좀 뿌듯하기도 했고요.

 

베이스가 제일 멋질 때가 언제예요?

기타는 모르겠지만 베이스는 어깨끈을 엄청 늘여서 악기를 낮게 잡고 치는 게 있어요. 가슴 부근에 두는 게 아니라 배나, 심한 사람은 무릎까지도 내리거든요. 그렇게 길게 줄을 늘여서 치는 게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최대한 늘여서, 무릎까지는 못하더라도 배 쪽에 두고 치려 해요.

 

기타와의 어떤 차이가 베이스만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거예요?

기타는 줄이 여섯 줄이고 하나하나가 엄청 얇아서 좀 정교하게 쳐야 하거든요. 그리고 베이스보다 사이즈도 작고, 또 손가락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피크로 치니까 더 정확도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근데 베이스는 일단 크기부터가 기타보다 훨씬 크고 줄도 네 줄밖에 없어서, 조금 감에 익으면 대충 보지 않고 손가락을 올려도 생각한 자리에 올려둘 수가 있어요. 그래서 몸을 좀 흔들면서 연주해도 정확한 소리가 잘 나는 것 같아요.

그럼 베이스는 퍼포먼스에 더 유리하겠네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실리카겔이라든지 다른 밴드를 보면 베이스가 정신없이 막 춤을 추더라고요. 저는 아직 춰보지는 않았어요. (웃음)

 

기타보다는 연주하는 게 수월하더라도, 베이스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베이스는 줄이 네 개인 대신 엄청 두꺼워서, 처음 치는 사람들은 손가락이 생각보다 엄청 아파서 놀라요. 그래서 굳은살이 많이 박이죠. 또 베이스가 엄청 어렵거나 튀는 곡이 아니라면, 보통의 유명한 노래들은 베이스 리듬이 엄청 단순해요. 조금 잘하게 되면 저도 튀는 걸 하고 싶고, 어려운 곡에 도전해서 연습도 많이 하고 싶은데 거의 기본만 반복하게 되니까 살짝 지루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베이스가 입문하기엔 쉬운데 잘하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줄이 두꺼워서 기타처럼 막 스트라이크를 친다거나 하기는 어렵나요? 그럼 베이스의 기술은 어떤 게 있어요?

‘슬라이드’라고 하는 건데, 기타는 줄을 위아래로 늘리거나 하면서 소리를 내잖아요. 근데 베이스는 줄 여러 개를 그렇게 치기는 어렵고 대신 한 줄을 쭉 훑는 기술이 있어요. 피아노의 글리산도처럼 베이스도 한 줄을 따라서 한 번 슥 슬면 멋있는 둥둥 소리가 나요. 처음에 그 기술을 할 때 손이 너무 아파서 당황스러웠어요.

 

 

베이스가 안 들린다고 놀림을 많이 받잖아요. 거기에 대한 억울함도 있나요?

약간 있어요. 그래도 합주나 공연을 하면 베이스가 낮은음인 대신에 엄청 울려서 공연장에서는 비교적 잘 들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적도 있었어요. 합주하다가 튜닝이 잘못됐는데, 어차피 베이스는 잘 안 들리니까 그냥 중간에 혼자 나와서 튜닝을 다시 하고 들어갔어요. 근데 베이스가 없으면 합주하기 어렵다고 다들 기다려주더라고요. 감동이었어요.

실제로 베이스가 없으면 합주하기 어렵나요?

아뇨. 그냥 말 예쁘게 해준 거죠. (웃음) 그래도 안 들리고 조용한 게 베이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 밴드를 잘 모르지만, 음잘알이면 베이스의 가치를 알아야 된다 하는 인식이 있다는 건 알고 있거든요. 그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안 들림에서 오는 간지가 있는 것 같아요. 기타처럼 남들이 화려하게 알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멋있는 일을 하고 있는 이미지예요.

너무 감동인데요? 이 말도 글에 꼭 넣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음악을 들을 때도 가끔 베이스가 들리면 기분이 좋아요. 베이스가 특히 튀는 노래가 있거든요. 원래의 제 귀였으면 몰랐을 음이 들렸을 때 쾌감이 느껴지고, 자라에서 예쁜 옷 찾은 느낌이에요. 숨겨져 있던 보석을 찾은 느낌.

 

그런 베이스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노래가 있어요?

 

일단은 헤이즈의 ‘헤픈 우연’이 베이스가 잘 들리기로 유명해요.

 

그리고 이건 조금 웃긴데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라는 노래가 있거든요. 진짜 옛날 노래인데, 베이스 하는 사람들의 꿈의 곡 같은 노래예요. 엄청 어려워서 그 곡을 언젠가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또 Red Hot Chili Peppers의 ‘Can’t Stop’ 이라는 노래도 베이스 엄청 크고 좋아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이건 그냥 가벼운 얘기인데, 제가 지금 베이스 색이 브라운 그라데이션 색이거든요. 새로운 걸 사게 된다면 어떤 색을 살지 추천해 주세요. 지금 거를 오래 써서 바꿀까 생각 중이에요.

지금 베이스 색 멋있는데요. 빨간색도 튀고 예쁠 것 같아요. 초록색도 멋있네요, 연초록 어울리겠어요.

6/8
이연
AUTHOR PROFILE
이연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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