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 한가온, 에디터 입하
지루한 장마가 그치고 더위가 작열하는 7월 막바지. 반팔 반바지 차림의 입하를 만났다. 아트팀 소속이라는 인상 때문인지 입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잔치에서 에디터 입하로 활동 중인 한가온입니다. 자기소개는 항상 어렵네요. 하하
1학기 잔치 정규 회의가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요?
처음 방학을 맞이한 새내기로서 지인들과 만나고 전시회에 구경을 가기도 했어요. 책 같은 것도 다시 보기 시작했구요. 오늘 이 인터뷰가 끝나고는 수영 학원에 등록할 생각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수영이요?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좋아했거든요. 운동은 힘들지만 수영은 재밌어서요.
여름을 잘 보내고 계신 것 같아요. 인터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왜 에디터명이 ‘입하’인가요?
여름을 좋아해서 한자로 24절기 중 하나인 입하라고 정했습니다. 이름 정하기까지 진짜 오래 걸렸어요. 제가 앞에서 자기소개도 어려워했잖아요, ‘나’를 정리해서 말하는 게 늘 어려워서 닉네임 같은 걸 잘 못 지어요. sns나 익명 사이트도 본명으로 활동해왔어요. 저 혼자만 인터넷 실명제로 지내다 암만 생각해도 내가 쓸 다른 이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름을 좋아하니까 여름과 관련된 이름을 지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아끼는 마음에 제가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가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항상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라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입하라는 단어를 이름으로 훔쳐 왔습니다.
계절 절기라니! 여름을 향한 본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이름인 것 같아요.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뭔가요?

여름 하면 상상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푸릇푸릇하고, 밝은 것들. 물론 땀나고 불쾌한 것도 있지만 덥고 습한 것, 우거지는 풀, 그런 게 다 좋더라구요.
그렇다면 아트팀에 들어온 이유는 뭔가요?
사실 들어올 때 1지망도 아트고 2지망도 아트였어요. 서양화 전공이다 보니 아트팀과 디자인팀 사이에서 고민을 했지만 아직은 글을 쓰고 창작하는 걸 더 하고 싶었죠. 피플팀, 플레이스팀은 대상이 정해져 있지만 아트팀은 대상도, 형식도 없는 게 자유로워서 좋았어요.

입하의 스케치
저는 대상을 정해서 써보고 싶어서 피플팀을 골랐는데, 입하님은 대상이 없는 자유로움을 생각하신 거군요. 똑같은 특성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참 신기하네요. 그렇다면 잔치에 들어오기 전, 첫 만남, 한 학기 활동이 끝난 각 시점에서 아트팀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들어오기 전에는 잔치에 올라온 최근 글을 위주로 한 번씩 읽어봤었죠. 읽으면서는 어떤 식으로 글을 쓰면 되는지에 대해 감을 잡았던 거 같아요. 단이 언니가 쓴 남자가 나오는 글이 제 기억에 아직 남아 있네요.
다른 팀원들을 만나고 보니 다들 글 쓰는 걸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마음속에 하고 싶은 얘기를 정리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죠. 저도 글을 쓰고 보니 가볍지만은 않은 글이었지만 결국 썼네요 (웃음)
아트팀이 각자 하고 싶은 얘기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거 같아요. 팀원들이 다 20대 초중반이니까 그 나이대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고민들, 보편적인 감정들을 얘기하는 거죠. 그래서 무겁지만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거의 청춘에 관한 이야기지만 특히 행복한 청춘이라기보다는 방황, 고뇌하는 청춘이죠. 사실 모두 다 그 시기를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글들이 나오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게 아트팀의 ‘깔’이죠. 일기장에 쓸법한 이야기들을 그림, 소설로 형식적으로 정제해서 써주는 느낌.

입하의 작품
맞아요. 그래서인지 아트팀의 팀글도 하나의 예술작품이었죠. 아트팀만의 분위기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나요?
아트팀에서 모였다는 건 다들 나름의 예술관이 있으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아트팀 전반적으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답변이 있어요. 저번에는 히피 언니가 따뜻한 예술이 뭐냐고 물어봤었거든요. 각자가 생각하는 예술관을 공유하는 게 아트팀만의 분위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짜 예술가 같아요! 그럼 본인의 예술관에 대해서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사실 생각은 항상 바뀌는 거고, 지금 한때의 생각이 여기에 기록되는 건 조금 두려운 것 같아요.

대신 예술관까지는 아니지만 예술 인프라가 수도권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해요.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옛날에는 직관적인 작품들도 많았지만 요즘은 추상적인 작품도 많고, 예술의 범위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도 많아서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작품 설명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요. 미술의 가치는 권위에 있는 게 아니니까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주변에 숨어있는 작품들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관에 대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트팀의 색깔이군요! 그것 외에 또 아트팀의 매력이 있나요?
텍스트의 형식이 없다는 게 자유로워서 좋아요. 사실 앞으로도 저를 포함한 에디터들이 틀을 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글, 잡지는 이래야 돼’라는 생각들이 어렴풋이 있지만 그걸 버려도 ‘아트팀’이라는 틀이 그 파격을 보호하고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아트팀으로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신촌과 엮는 게 힘들어요. 팀 내에서 피드백을 하면 꼭 한 번씩 신촌과의 연관도를 높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달려요. 누구의 글이든요.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쓰다 보니 ‘나’의 내면에서 시작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외부가 아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면 신촌이란 장소와 큰 관련성을 확보하긴 어렵죠. 신촌보다는 ‘신촌에 살고 있는 나’에 더 집중을 하니까요. ‘나’와 ‘신촌’이 잘 안 엮일 때, 잔치라는 창구를 통해서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되어버리죠. 아무래도 잔치는 신촌 매거진이니까 신촌과 연관성을 확보해야 하는데도요.

그래서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 첫 번째 글은 신촌 그 자체에 대해서 적었지만 두 번째 글은 나로부터 시작했잖아요. 당시에도 신촌과 엮으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신촌과 관련된 지명을 언급해서 포인트를 주고, 제가 하는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임을 강조하려는 편이에요.
형식과 내용의 자유가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아트팀 글은 어떤 과정으로 제작되나요?
항상 글감을 찾는 하이에나가 됩니다. (웃음) 신촌이라는 지역에서 또는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쓸만한 글감을 찾아내야 하죠. 딱히 기록을 하는 타입은 아니라 어딘가에 적어두진 않아요. 그리고 글감을 잡으면 바로 초고에 들어가요. 다만 여기서 매체를 좀 고민하는 편이죠. 사진, 그림, 글, 만화 등의 형식 중에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를 찾으려고 노력해요.
글을 다 짓고는 피드백을 하는데, 카톡방에 1차 글 링크를 올려놓고는 엄청 긴장해요. (웃음) 저의 팀은 피드백이 날카로운 것 같아요. 문장이나 단어 사용에 대한 피드백들도 있는데, 대신 다들 쿠션어를 많이 다는 편이에요. ‘~ 좋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이니 수용하지 않아도 좋다’라고요.
사실 저는 피드백 시간이 낯설지는 않은 게, 서양화 전공 시간에 작품을 만들면 거치는 단계거든요. 근데 학교에서는 엄청 살벌하게 하는 편이었어요. 질문 형식이긴 하지만 궁금증 해소가 목적이 아닌 질문들이 날아오는 거죠. 그래서 잔치에서도 처음에 피드백을 조금 세게 했지만 요즘엔 쿠션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사소한 걸 지적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틀에서 흐름을 보게 되었구요.
피플팀과는 글 쓰는 과정이 조금 달라서 신기하네요. 입하의 글들을 보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묵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 쓸 때 고려하는 점이나 습관이 있나요?
창작할 때엔 솔직하려고 해요. 꾸민 거는 보는 사람이 다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글은 더 그렇고요. 사실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쓰다가 길을 잃은 부분, 본인조차도 혼란스러워한 부분이 보이지 않아요? 또 화려하게 쓴다고 잘 쓴 건 아니잖아요. 솔직함과 진심이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에요. 사실 꾸민 글은 나중에 읽으면 좀 창피해요. 부끄러워서 잘 못 보겠어요. 솔직했던 글은 못쓰긴 했지만 진심인 게 보이니까 덜 부끄럽더라구요.
글뿐만 아니라 그림들도 개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그리는 걸 평소에 즐기나요?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걸 추구하나요?
전공을 하기 전까진 그림 그리는 걸 즐겼지만… 전공을 하니…(웃음) 그리는 당시엔 즐기지만 즐겨서 그리진 않아요. 너무 말장난 같나요 (웃음)

‘내용보다는 형식’을 추구하는 입하의 작품
그림을 그릴 땐 ‘내용보다 형식’이라는 말을 생각해요. 이번 학기 저희 전공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엄청 와닿았어요. 사실 예술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은 새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해서 죽는 이야기, 아늑한 집에 대한 이야기, 가족 간의 사랑과 행복… 여기서 새로운 무언가는 없는 거 같거든요. 진짜 문제는 어떤 형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는지에 있다는 생각이에요.

맞아요. 참신한 표현을 통해 당연한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는 게 예술가의 능력이죠. 입하의 글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편이에요. 이번 학기에 쓴 두 글의 공통점이 ‘과거의 신촌’을 현재 입하의 눈으로 재해석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과거의 신촌과 대학 문화에 어떻게 해서 관심이 생겼나요?
두 글에서 ‘데모’가 나오죠. 사실 중학교 때까지 데모는 아니더라도 불합리한 것들에 저항하면서 학교에 다녔거든요. 깃발 들고나가서 행진도 하구요. 요즘 언급되는 학생인권조례도 저희 고등학생 때 지정됐어요. 그때 같이 애들이랑 저희의 의견을 표현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 걸 하면서 민중가요도 배우고 투쟁심도 높였어요.
사실 대학생 하면 ‘데모’ 이미지를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영화나 다른 매체들에서 대학생을 그렇게 그리는 작품이 많았기도 했구요. ‘나도 대학생이 되면 그러고 다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까 이제는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그런 아쉬움을 글에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건 크게 보면 생각했던 것과 실제 존재하는 것의 간극이기도 해요. 내가 그렸던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거죠.
‘바위처럼’도 대학에서 가르쳐 준다고 들었는데 안 배웠어요. (웃음) 꼭 운동권이 아니더라도 딱 들어도 힘이 되는 좋은 노래잖아요. 그런 노래를 소개하고 싶었던 것도 있죠. ‘구 청춘역사’도 ‘우리가 있는 신촌이 원래는 이런 곳이었어, 놀자판이 아니었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죠.
‘구 청춘역사’에서 마지막에 구 신촌역이 작아지는 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신촌을 오가면서 신촌역사를 봤을 때 뇌리에 강하게 남았어요. 특히 새로 지어진 신촌역은 너무 크고 보존된 구 신촌역은 너무 작아서 초라했어요. 신과 구가 같이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신촌의 역사가 작아 보이는 단순한 대비에서 사람들이 신촌을 기억하고 대하는 모습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까지 이어졌거든요. 1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켜온 신촌역이지만 옛날에 비해서 지금은 핫플레이스는 아니잖아요. 신촌역사가 그런 걸 인지하는 존재였다면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고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슬픔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촌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깊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위처럼’에서도 바위처럼 살고 싶다는 자신의 포부가 돋보이는데, 자신의 가치관이나 좌우명이 있나요?
좌우명은 없어요. 살면서 이정표, 신념이 될 만큼 와닿은 말은 아직 없었어요. 그때그때 판단하면서 사는 편이에요. ‘바위처럼’은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시기에 힘이 되었던 노래예요. 바위처럼 살고 싶은 마음보다는 갈대처럼 흔들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거든요. 단단하게 살고 싶은데 나약하게 흔들릴 때마다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은 거 같아요.

대신 저는 ‘사랑’에 모든 가치를 두고 사는 편이에요. 부끄럽지만요 (웃음) ‘사랑은 삶 그 위에 있다’라는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았었거든요. 나도 살면서 삶 그 위에 있는 사랑을 쫓아가며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죠. 사랑이 꼭 남녀 간의 애정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관심과 시선을 주는 것도 사랑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먹고 있는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것도 사랑이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려는 편이에요. 미워하면서 사는 건 싫을뿐더러 제 성격상 누구를 잘 싫어하지 않아요.
항상 신선한 글을 쓰는 ‘아티스트’인 만큼 평소 영감을 받는 곳이 있나요?
영감은 신내림처럼 오지 않나요! ‘파칭-’하구요. 어렸을 땐 알 수 없는 느낌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영감이었던 거 같아요. 어렸으니까 그 감정을 창작으로 남길 수 없었던 게 아쉬울 뿐이죠. 저는 영감이 특별한 것에서만 오진 않는 거 같아요. 사소한 것에서 올 때도 있고 늘 생각하던 주제에 대해서 실마리가 얻어지는 날도 있죠. 그래서 모든 것들을 자세히 보려고 해요. 제가 어떤 기사를 읽었는데, 일반인은 한 사물을 볼 때 2-300번 정도 눈이 움직이고 예술 전공자들은 4-500번, 프로화가는 1000번 이상이래요. 창작을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그 정도에 불과한 거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게 아니라 자세히 보고 생각하는 거요.


‘책’을 주제로 한 입하의 소묘
자세히 본다는 건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생각을 오래 하는 거죠. 저는 창작에 한 달이 주어지면 3-4주 동안 생각하고 1주 만에 만드는 편이에요. 그리고 한 번, 두 번, 세 번 볼 때마다 매번 느낌이 달라져요.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생각을 발전시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다면 취미나 취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책 사는 게 아닌 읽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요즘 노력하는 중이에요. 사실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빠른데, 이런 저야말로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 아닐까요! (웃음)

고전 소설들, 특히 사랑을 주제로 한 고전을 좋아해요. 고전 속 이야기들은 감정이 과잉되어 있거든요. 사랑을 위해 죽고, 죽느냐 사느냐 고민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현대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이 생겨서, 현대의 이야기들도 많이 접하는 편이에요. 여전히 사랑을 메시지로 던지는 것들이긴 하지만요. 어제는 2018 젊은 작가상 단편집을 읽었어요. 지브리나 픽사도 좋아해요. 생각해 보니 세상과 삶에 애정을 가진 캐릭터를 좋아하는 거 같네요.
삶에 대한 애정을 지향하는 마음이 입하의 글에서도 드러나요. 잔치 한 학기 활동이 끝나고 변한 점이 있나요?
평소에도 글감을 찾아다니는 거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지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림에 대해서는 늘 보는 거니까 더욱더 유심히 보고 있어요. 글은 또 다른 거니까, 그림이 아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글감인지에 대해 습관적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다음 학기에는 어떤 글을 써보고 싶나요?
원래 첫 글로 엄청 사적인 얘기를 쓰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다 처음 보는 사람에, 동아리도 초반이니까 저의 밑장을 다 보이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껴둔 이야기를 한 번쯤은 꺼내지 않을까요. 내가 살고 있는 곳, 주거공간과 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어떤 글이 나올지 또 기대가 되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잔치 마지막 회의나 신잔꾼 비평글에서 잔치의 아이덴티티인 주황이 많이 언급되었잖아요, 본인의 정체성을 하나의 색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요?

초록이요. 연두, 청록까지 다 포함해서 푸른색에 속하는 색을 다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사실 초록이 다 잘 받거든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여름의 푸른 나무색, 고향인 제주도에서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그런 자연의 색들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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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는 생각해둔 이야기를 완벽하게 말로 풀어내지 못해 아쉬운 기색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단단함이 전해졌다. 그건 사랑, 그러니까 삶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가득해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명력은 한여름의 초록을 닮아 짙고 강했다.



입하 진짜 사람 자체가 아트고 인터뷰도 너무 재밌고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