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최예주, 에디터 유화
안녕하세요! 유화 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나요?
저는 일단 2월 달에는 일본 여행을 갔다 왔어요. 2월 1일에서 5일까지 갔다 왔는데, 부모님 도움 없이 친구랑 둘이서 계획하고 간 첫 해외여행이었거든요. 정말 진짜 산전수전을 다 겪었어요. 둘 다 보조 배터리를 숙소에 놓고 나와서, 폰이 죽는 바람에 어떻게 지도 겨우 외워서 숙소까지 1시간 걸어가기도 하고요. 일본에서 지하철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지하철역 담도 넘어봤어요.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갔는데, 하필 또 비 오고 막 난리도 아니었죠. 그래도 둘 다 엄청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되게 즐겁게 잘 갔다 왔고, 무엇보다 뿌듯한 게 크더라고요.
내 스스로 진짜 항공권이랑 숙소부터 싹 다 준비해서 갔다 온 첫 여행이라는 게 좀 많이 성장하는 기분이었어요.
여행 갔다 와서는 제가 중앙동아리 회장을 다음 학기에 하게 되었거든요. 그 동아리 인수인계도 받고, 업무 처리도 하고 그래서 거의 여행 전 후로는 계속 동아리 일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네요.어제도 동아리 차기 회장단 같이 모여가지고 몇 시간 회의하고 열 받아서 술 마시고…그랬습니다.
동아리 운영진 쉽지 않죠. (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해 볼까요? 에디터명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사람이 물건이든 옷이든 뭐든 딱 끌리는 게 있잖아요.근데 저는 글자에서는 ‘화’라는 글자에 꽂혀있어요. 이렇게 ‘화-’하는 발음도 좋아하고, 그 글자의 생김새도 좋아해요. 에디터명도 화가 들어간 걸로 짓고 싶다 해서 막 다른 글자를 이렇게 계속 갖다 붙여봤어요. 여러 글자들을 붙이다가 ‘유화’라는 단어가 딱 나왔는데, 단어 자체도 마음에 드는 거예요. 뭔가 내가 피플 팀이기도 하니까… 수채화는 이렇게 바르면 바로 스며들고 말라버려서 고칠 수가 없는데, 유화 그림은 되게 겹겹이 계속 쌓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마르지가 않아서 또 고칠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이 내가 사람을 볼 때도 이렇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한 모습만 보고 단편적으로 평가를 내리지 말고, 오래 보고 이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겹겹이 보고. 또 내 생각이 틀렸다면 그거를 그냥 수용하고 수정할 줄도 알고 그런 에디터가 되고 싶다 해서 유화라고 지었습니다.
에디터 명부터 피플팀의 인재 다웠네요. 한 학기 동안 피플팀의 에디터로 지내면서 어떤 좋은 경험이 있으셨나요?
저는 솔직히 피플팀이 1지망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어쩌다 보니 피플팀에 배정이 돼서, 사실 잔치 첫 글을 쓰기 전에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어요. 피플이 싫거나 다른 팀이 더 좋았다기보다는, 제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었어서… 그냥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이랑 인터뷰를 한다는 게 너무 두려운 거예요. 해보고 싶기는 한데, 그 점이 두려워서 저는 만약에 잔치에 들어가면 다른 팀으로 들어간 다음에 피플 팀을 옮길 수 있으면 옮겨보고 싶다 이런 생각만 했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피플팀이 된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저는 피플팀을 하면서 되게 많은 걸 배우게 되었어요. 또 사람들이랑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제가 생각보다 스몰 토크도 되게 잘하고 좋아하는 거예요. 제 몰랐던 성격도 좀 알게 됐고, 그리고 피플팀 사람들이 너무 좋은데다가 배울 점도 너무 많아요. 한 집단에서 많은 걸 배우면서 동시에 그 사람들도 너무 좋기가 사실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과업이랑 친목을 둘 다 챙기기 진짜 어려운데, 잔치도 물론 그렇지만 피플팀 안에서도 특히! 정말 매번 글을 읽을 때마다 엄청 많은 걸 깨닫고 배우면서도, 그 사람 한 명 한 명도 너무 애정이 가는 그런 신기한 집단입니다. 피플팀이 너무 소중하고… 어떻게 이런 사이가 있을 수 있지, 해요. 그래서 뭔가 저는 지금 이 기억을 가지고 잔치 지원할 때로 돌아가면 피플팀을 1지망으로 쓸 것 같아요.
피플팀으로서 최고의 칭찬이네요. 정말 감동입니다… 걱정이 많으셨던 것 치고는, 유화 님 글은 하나 같이 전부다 명작이었죠! <공명을 위한 틈새>부터, <눈으로 듣고 마음에 새기는 말>, <흔들리며 피는 꽃>까지. 글을 쓰면서 있었던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일단, 제 첫 글 <공명을 위한 틈새>는 외국인 친구를 인터뷰 한 글이었어요.학교 친구다 보니까 학교에서 했었는데, 제가 그 친구랑 영어로 인터뷰를 했거든요. 영어로 하면서 한국어로 막 정신없이 받아쓰고. 인터뷰를 우당탕탕 하고 있는데 제 룸메이트가 그 카페에 들어온 거예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시선이 자꾸 느껴져서, 옆을 보니까. 그거 알죠? 입모양으로 “뭐 해?” 하는 거. 그렇게 쳐다보니까 일하는 모습을 가족한테 들킨 것처럼 조금 머쓱한 채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그다음 글이… 서대문구 수어 봉사단 글이었죠. 제가 세 분을 동시에 인터뷰를 했었는데, 세 분이 다 원래 아시던 사이였어요. 그리고 다들 연령대가 한 40대 50대 정도. 어머니뻘이셨죠. 엄마들도 서로 만나면 얘기 진짜 많이 하잖아요. 인터뷰를 하다가도 갑자기 막 사담도 하시고, 자식 얘기도 엄청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아직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여기 앉으신 분은 자녀 분이 연대를 다니시고, 저기 앉으신 분은 자녀 분이 되게 잘생기셨대요.
아니, 사담으로 치기엔 중요한 정보인데요?
그쵸. (웃음) 저도 스몰토크를 좋아해서 재밌게 듣긴 했거든요. 근데 제 첫 웹진 글이었잖아요. 그때 제가 아직 클로바노트의 존재를 몰라서, 그 이야기를 일일이 타자로 치던 때였는데 갑자기 사담이 이렇게 쏟아지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는 거예요. 그래서 진짜 웃으면서 “아 정말요~” 이랬는데, 속으로는 막 울면서… 머릿속은 새하얘져가지고… 그러면서 인터뷰를 했었네요.
마지막 그리너리 케이브는, 인터뷰 할 당시엔 저랑 같은 디자인 계열을 하고 계신 분이니까 너무너무 즐겁고 수월하게 인터뷰를 했었어요. 그렇게 끝나고 나서 글 발행이 되고, 링크를 보내드렸는데, 자기가 했던 말들을 이렇게나 멋지게 완성을 시켜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거예요. 인스타 스토리에도 올려주시고, 심지어 하이라이트로 박제도 해주시고요. 그래서 너무 감사했고… 또 그 글을 읽으면서 동료 디자이너분들이 막 공감된다는 말을 되게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 글이 영향력이 있겠다는 생각을 여태까지는 한 번도 안 해봤는데, 그 반응을 보고 나서는 좀 뿌듯하고, 앞으로도 글을 더 열심히 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화 에디터 님의 팬으로서,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유화 님은 평소 글을 쓸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잔치 글이나, 아니면 평소에 쓰는 글이든요.
저는 글을 쓸 때 뿐만 아니라, 사실 뭘 하든지 좀 ‘본질’에 집착할 정도로 본질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창작을 하든 글을 쓰든 간에, 그 행위의 본질이 뭘까를 계속 생각을 해요. 인터뷰 글의 본질은 인터뷰이의 말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아름답게 가꿔서 세상에 내놓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디자인 분야 중에 브랜딩이 있는데, 인터뷰 글을 쓰는 것도 뭔가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 사람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만들어주는 거랑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인터뷰 글을 쓰면서 뭔가 모토로 삼았던 말은 ‘잘 가꾸되 포장은 하지 말자’였거든요. 이게 인터뷰 이를 돋보이게 해주려고 글을 정성 들여서 쓰는 거랑 그 인터뷰이를 과하게 포장, 어쩌면 신격화를 하는 거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을 해요. 어떻게 설명을 할까 하다가 화분 비유를 생각해 봤거든요. 인터뷰이의 말들을 잘 다듬고 좀 살을 붙이고 하는 거는, 식물을 예쁘게 가꾸고 물도 주고 햇빛도 주고 하는 거지 화분을 막 치장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것처럼 뭔가 좀 인터뷰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 내 생각을 어떻게 적절히 넣을 수 있을까, 를 가장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정말 쉽지 않죠. 의미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과 생각의 타협점이.
인터뷰의 본질이라고 하면서 또 하나 생각이 들었던 거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인터뷰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를 계속 신경을 써야 되는 것 같아요. 아예 신문 기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잔치 글은 에디터의 생각도 들어가긴 하니까, 자칫 잘못하면 이게 인터뷰이가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을 하기 위해서 인터뷰는 도구로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갔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인터뷰이니까 그 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인터뷰이를 사려 깊게 고려한 유화 님의 글감 선정도 참 독특했어요. 선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글감 선정할 때 저는… 결국에는 재미인 것 같아요. 재미가 없는 걸 오래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잔치 들어오기 이전부터 과제로 글을 쓰거나 할 때 제가 흥미가 있는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쓸 때랑, 주어진 거에 대해서 글을 쓸 때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딱 봤을 때 뭔가 궁금하고 흥미가 있는 주제인가가 중요한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선정했던 주제들이 그때그때 관심 있는 거였어요. 외국인 친구는 제가 처음으로 사귄 외국인 친구였기 때문에 너무 흥미가 있고, 친해지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했었어요. 그다음에 수어봉사단은 제가 수어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가, 그때 방영했던 수어 관련 드라마를 보면서 관심이 한창 커졌을 때 주제를 선택을 했습니다. 또 이제 기말 마감 시즌에 한창 이제 나는 디자인을 하는 게 맞는가부터 시작해가지고 온갖 고민을 다 껴안고 있을 때 디자이너 분 인터뷰를 했고요. 그런 식이라서 어떻게 보면 저는 인터뷰를 통해서 저 스스로 취할 수 있는 것도 많았던 것 같고 그렇네요. 내가 정말 재미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인터뷰 할 수 있는 사람일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또 특징이 있다면… 살짝 부정하고 싶지만 (웃음) 제가 홍대병 기질이 있어서. 흔한 걸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이상한 성향이 있어가지고요. 물론 잔치에서 하는 모든 인터뷰나 모든 글들은 다 색다르고 독특하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조금 다뤄본 적 없었던 결의 인터뷰는 없을까 고민을 해요. 내가 어쨌든 잔치라는 단체에 들어와서 활동을 하고 나가는데, 조금 더 다채롭게 하고 나갈 수 있으면 좋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색다른 건 없을까 계속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지키고 싶은 점은, 잔치 글을 읽는 사람이 이제 대부분 20대 혹은 30대일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이 꼭 들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다양성에 대한 얘기든, 아니면 나랑은 조금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존중하는지에 관한 얘기든, 아니면 진로 고민이든 간에, 우리 나이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생각들을 조금 전해주고 싶다 이런 건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맞아요. 잔치 사람들 자체가 다들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어느 팀이든 그런 고민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꼭 있는 것 같더라고요. 좋습니다. 평소 쓰는 글이랑 잔치에서 쓰는 글의 차이가 있나요?
저는 평소에 막 일기 같은 거를 쓰진 않거든요. 제가 일기를 진짜 못 쓰는 성격인 게… 물론 끈기가 없는 것도 맞긴 한데요. (웃음) 저는 살짝 지나간 일을 다시 곱씹어 보는 걸 진짜 안 좋아해요. 그냥 했던 걸 반복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영화도 막 10번 돌려본 사람들도 많잖아요. 저는 웬만해선 봤던 건 다시 안 보거든요. 그런 이유인지 일기도 지나간 썼던 일기들을 넘기다 다시 보면 뭔가 다시 못 읽겠어요. 꾸준히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나랑 좀 안 맞나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제 감정을 해소는 하고 싶은 거예요.
글을 통해서. 고민을 하다가 생각했던 게 그럼 시나 산문처럼 좀 비유가 있는 문장을 넣어서 너무 적나라하지 않게 글을 쓰자. 추억만 가져갈 수 있게. 그러면 좋겠다 싶어서 저는 글을 쓰는 계정이 따로 있습니다. (연두: 탐나는데요)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웃음) 그곳에다가 시나 산문 같은 글을 짧게 짧게 써서 올렸었는데, 잔치랑 그 계정은 목적이 다르잖아요. 잔치는 독자들한테 기억에 남는 글이었으면 좋겠고, 잘 읽혔으면 좋겠으니까, 독자를 많이 고려를 해서 써요. 반대로 평소에 쓰는 글은 진짜 내 감정의 표출. 오직 그것만을 목적으로 쓰는 글이니,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나만 이해하는 비유라고 해도 크게 신경을 안 쓰고 그냥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하는 편이에요. 내 그 순간의 감정을 진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다 갖다 쓰고요.
예전에 학기 초였죠? 독립 출판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유화님 본인 자체가 글 쓰는 것 자체에 되게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글 쓰는 거에는 제가 관심이 전혀 없었거든요.기록하는 습관도 없었고, 글이라는 매체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고요. 근데 진짜로 이건 사탕 발린 말이 아니라, 잔치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글 쓰는 거에 재미를 느꼈는데 그 재미가 생각보다 저랑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제가 막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도 너 글 되게 좋다 이런 말도 많이 해줬고요. 이렇게 몇 번 말한 적이 있는데, 저는 본업이든 부업이든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글을 계속 쓸 것 같긴 해요.
그렇다면 글 좋아하는 유화 님이 좋아하시는 책 추천도 안 받아볼 수 없겠죠?
제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책을 2개를 갖고 왔는데, 저는 많이 감성적인 책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시집이나 에세이 같은 거. 우연히 그런 책들이 뭔가 내 감성과 주파수가 딱 맞으면 너무 좋은데, 사실 그렇지 않은 감성 글을 억지로 읽다 보면… 좀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현실 기반의, 그냥 경험을 풀어내는 에세이를 좀 많이 읽는 편이에요. 그래서 첫 번째 추천 책은 <시애틀 우체부>라는 책이거든요. 저자가 시애틀로 갔는데, 우체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 그리고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 관한 책이에요. 저는 스몰 토크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그런 분위기가 너무 잘 녹아 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을 하지만, 위계는 존재를 하고 어떻게든 조금 더 잘난 직업을 가지려고 애쓰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서 100% 자유롭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저는 뭔가 ‘나는 이 직업을 가지고 이만큼 성공해서 살겠어!’보다는, 그냥 해보고 싶은 거를 진짜 후회 없이 다 해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더 강한 사람이라서, 그 책에서 직업이라는 거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직업보다 그 사람을 먼저 봐주는 태도가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취준이나 그런 걸 하면서 지쳐 있다가 한 번 읽어보면 되게 위로가 될 것 같은 책이에요.
두 번째는… 저도 얼마 전에 읽기 시작해서 다 못 읽었는데,<위대한 대화>라는 책이 있어요.이게 피플팀한테 진짜 추천하는 책인데, 인터뷰집이거든요. 김지수 기자라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고 해서 언론사에서 코너를 만들어서 되게 유명한 분들도 인터뷰를 많이 하신 분이에요. 이분이 세계 각 분야의 거장들을 만나면서, 특히 노년의 거장들을 만나면서 인생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조언도 얻고 하는 인터뷰 집이거든요. 인터뷰이의 대답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는 거는 너무 당연한데, 그 거장들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도 너무 진짜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질문들을 많이 하세요. 어떻게 저런 질문을 하지 싶은 질문들. 피플팀 에디터들은 특히 꼭 한 번 더 읽어봤으면 좋겠는 책이네요.
하필 제가 운영진으로 가버렸을 때 이런 얘기를 들어버리네요. 이제 거의 마지막이에요. 다음 학기 생각해 본 글감들 있나요?
다음 학기 글감…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막 계획한다고 계획대로 되지가 않더라고요.
한번 해보고 싶은 분야라던가.
아, 그거라면 저랑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분을 인터뷰 해보고 싶어요.
이거 저번에 회식 때 했었던 얘기 같은데!
맞아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니까… 저는 정말 궁금한 사람들이, 진짜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질리지 않고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서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공무원직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회사원이 될 수도 있고. 제가 봤을 때는 정말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것 같은데 그 일을 꾸준히 계속해서 하는 사람들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한 가지 일을 진짜 진득하게 오래 못하는 성격이라서, 뭔가 한 분야를 쭉 오래 지속해서 정말 깊이 있게 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인터뷰했던 분들이 다 봉사단 분들을 제외하고는 다 제 또래였단 말이에요. 그래서 아예 완전 신촌의 어린이들이나 신촌에서 정말 오랜 시간을 살아오신 어르신 분들의 이야기는 뭔가 좀 우리가 생각하는 신촌이랑은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특히 어린이들은, 저는 신촌을 다 커서 왔지만, 그 아이들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신촌인건데 그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신촌은 또 어떤 모습일지가 너무 궁금하고요.
와, 어린이날 즈음에 발행되면 정말 좋겠는데요.
이거는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그 어린이들의 순수한 생각에 머리를 띵 맞는 그 기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어보자면?
뭐라고 해야 될까. 그냥 딱 기억나는 일화는 없는데, 유퀴즈나 이런 데 가끔씩 어린이들 인터뷰 나오는 거 보면은 세상 그렇게 순수하고 맑은데 정확한 표현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표현들 있잖아요. 어휘력이 아직 다 크지 않아서 나오는 표현들. 제가 인터넷에서 봤던 거는 ‘햇빛 때문에 눈부시다’ 라는 말을 몰라서, ‘햇빛이가 눈을 깨물었어요.’ 했다는 일화를 봤어요. 이런 표현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내가 그걸 듣고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정말 인터뷰를 떠나서 진짜 사람으로서도 너무 너무 좋은 경험일 것 같아요. 혹시 다음 학기 잔치에서의 목표도 있나요? 곧 들어올 신잔꾼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잔치 목표는… 조금 더 다양한 무드의 글을 써보는 것. 왜냐면 저는 제 글이 되게 차분하고 따뜻한 무드라는 말을 피드백하면서 잔꾼들한테 진짜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좋거든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이고 제가 추구하는 거긴 한데, 뭔가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을 때 조금 더 통통 튀는 글도 써보고 냉소적인 글도 싶어요. 이렇게 잔치에서만 할 수 있는 도전들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게 목표입니다.
신잔꾼들에게는… 저는 진짜 잔치를 하면서, 1학년 때 물론 들어오기는 했지만, 정말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아마 계속 기억에 남을 만한, 진짜 무엇이랑도 바꿀 수 없는 인연이에요. 추억이랑 낭만 같은 것들을 다 잔치에서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잔치니까 할 수 있는 조금 더 무모한 도전이라든지, 재밌는 글이라든지 이런 걸 많이 많이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24년도 피플팀도 파이팅! 멋진 글 많이 써주세요.
그럼 올해 피플팀에게도 한마디 해 주세요!
일단 새솔 언니는… 전 새솔 언니가 팀장을 해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요. 제가 팀장이 된 것도 아닌데 그냥 기분이 너무 좋고요. 뭔가 우리 피플 팀은 다음 학기도 정말 분위기가 좋고 정말 유쾌하고 행복하겠구나는 이미 이제 결정이 난 것 같아서 저는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새솔 언니는 저랑 인터뷰하면서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을 해줬지만 이미 충분히 너무 그 팀장으로서 자격이 가득한 사람이라, 그냥 언니가 이끌어주는 대로 저는 믿고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될 것 같네요.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그리고 해영 오빠는 꾸준히 그렇게 대작을 써주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빨리 그렇게 부담을 더 주세요.
해영 오빠의 역할은 모두의 질투를 한몸에 받으면서 자극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모든 팀에서 다 탐내는 인재… 해영 오빠는 굳이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한테 늘 자극이 되는 사람이니까, 그런 멋진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뭔가 제가 저 자신한테 안주하지 않게 계속해서 저에게 자극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타고난 웃수저. (웃음) 굽히지 않고 꾸준히 피플팀식 유머를 밀고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강력히 전하겠습니다.
피플팀이 언제부터 이렇게 개그팀이 됐지?
언젠가 피플 유머가 통하는 날이 올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제가 힘 써볼게요.
두 분 다 정말 글 스타일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제가 읽으면서 너무나도 재밌고, 기분이 좋아졌던 글들이라서 지난 학기 했던 것처럼만 그냥 하면 너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잔치 엠티날의 에디터 유화. 같은 막내 라인이었던 에디터 연두와 함께. S2
벌써 마지막 이번 학기 공통 질문입니다. 유화 님 인생의 주제가를 꼽아본다면? 인생의 주제가라는 게 좀 부담스럽다면, 인생곡 또는 최근 즐겨 듣는 곡도 다 괜찮습니다.
이거 고르려고 정말 많은 노래를 들었거든요. 데이식스에 <베스트 파트>라는 노래가 있어요.
이게 가사를 조금 얘기를 먼저 해드리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사가 ‘한순간도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없지 않아 언젠가 끝일지 모르는 지금이 베스트 파트’라는 부분이에요.
저는 순간의 힘을 엄청나게 믿거든요. 과거를 되게 곱씹고 사는 편도 아니고,미래를 막 엄청 내다보고 엄청 계획하고 사는 편도 아니고. 순간순간에 충실하면서 지금을 좀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최근에 딱 그 내용의 노래를 듣게 되어서 너무 좋아합니다. 그리고 내가 사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 순간을 뭐하면서 보내고 싶은 지를 나에게 질문하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눈에 딱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노래의 진짜 좋은 점이, 막 ‘오늘 마시고 죽자. 내일은 없다.’ 이런 느낌은 아니고요. 또 반대로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는 느낌도 아니에요. 그냥 ‘나는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하고,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이렇게 애틋하고 아까워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되 그 순간을 즐기자’ 라는 내용의 가사인데, 제가 정말 살고 싶은 삶이에요.
제가 정말로 꿈꾸는 삶이라서 진짜 후회 없이 순간순간을 반짝반짝 빛나게 살고 싶기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나는 20살이 제일 좋았지.’ 아니면 ‘뭐 20대 초반이 제일 좋았지’ 이게 아니라, 진짜 가사처럼 그냥 모든 순간이 나한테는 최고의 순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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