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막무가내 취향 바이블
술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그 연유일 것입니다. 나 자신의 취향은 무엇일까 탐구해 보기에 술은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처럼 사회성이 필요하지도 않고, 찔끔찔끔 맛만 본다면 영화처럼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에디터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조주기능사’는 국가공인자격증 중 유일하게 술을 다루는 자격증입니다. 취득하고 나면 전문가가 되어있는 자신을 막연히 상상하며 시험을 치렀습니다.
취미로 가볍게 덤빈 것 치고는 힘들었습니다. 절대적인 난도는 높지 않지만, 유약한 인물에겐 눈을 반짝이는 세 분의 심사관님들, 7분의 짧은 시간, 그리고 정확한 계량이 필요한 3잔의 칵테일과 결투하는 실기 시험이 버거웠습니다. 참 떨기도 많이 떨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떨다가 다 엎었을까요. 한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취득하긴 했지만, 공허함만이 남았습니다.
모든 취향을 알려줄 것만 같던 자격증은 그저 껍데기만 남았습니다.
결국 그를 찾기 위해서는 끝없는 경험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 넓디넓은 술의 경험에서 어쩌면 이정표가 되어줄 수도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대흥역 인근의 바 고리(Gori)입니다.
술은 큰 틀에서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발효주는 곡물과 같은 여러 원료를 효모로 발효시키며 알코올을 얻은 술이고, 증류주는 발효주에서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알코올을 정제하여 담아낸 것입니다.
이러한 술들을 섞고 향을 첨가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낸 술이 바로 칵테일입니다. 칵테일은 평균적으로 증류주보다 도수가 낮고, 술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도 여러 향과 맛의 첨가로 변환이 가능하기에 대부분의 대학가 바는 칵테일을 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 고리는 다릅니다. 시그니처 칵테일을 내세우지 않고 증류주, 그중에서도 도수가 높은 다수의 위스키를 취급합니다.
맞습니다. 위스키는 어려운 술입니다. 저 어딘가에는 잠시 코를 박고 킁킁대는 것만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향의 태반을 위스키에서 찾아내는 인물들이 널렸습니다. 단순히 향을 찾는 것을 넘어, 경쟁하듯 파헤치고 발견하지 못한 이들을 교양이 없는 사람들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취향이란 건 말입니다, 남을 밟고 올라가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동일한 받아들임을 가질 수 없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찾아내고, 즐기면 그만입니다.
취향을 찾아봅시다. 사실, 에디터는 서늘한 감각을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그 덕에 섬세하지 못하고, 둔하다는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에디터와 같은 이들을 위한 위스키가 있습니다. 버번 위스키입니다.
공부가 싫은 것은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취향을 찾으려면 감수해야겠죠? 위스키는 산지에 따라 대략 5가지로 나눠집니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 나는 위스키를 각각 스카치, 아이리쉬, 아메리칸, 캐나디안, 재패니즈 위스키라고 부릅니다. 아메리칸 위스키 중 무려 7가지의 엄격한 조건을 만족시킨 위스키에만 버번이란 명칭이 수여되는데, 여기에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아무래도 여러분의 전두엽에 쥐가 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다만, 버번 위스키는 발효 시 51% 이상의 옥수수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덕에 달콤한 향과 맛이 강력하게 발현되는데, 둔하디둔한 에디터는 이 점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타 위스키보다도 도수가 높아 50도가 넘는 경우가 수두룩한 버번 위스키이지만, 그로 인해 폭발하는 야성미와 공존하는 직관적인 따뜻함. 어쩌면 투명한 인물을 동경하는 에디터의 성향이 취향에도 반영된 듯합니다.
‘고리’에서는 역시나 다른 바보다 다양한 버번 위스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버번의 대명사인 와일드 터키, 버팔로 트레이스 정도만 있는 바가 예사이지만, 진정한 버번을 경험하려면 50도 이상의 위스키를 맛보아야 한다는 것이 에디터의 지론입니다. 다양한 라인업을 구비한 만큼 고수의 향기를 뿜으시는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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