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 어떤 용기는 아주 조용하고, 어떤 힘은 아주 침착합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저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연극의 연출을 맡은 김홍주라고 합니다.
이번에 연출을 맡으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공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 시인의 아주 유명한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고, 저희 공연의 제목이기도 해요. 이번에 윤동주 시인의 8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담은 작품이에요.
이 공연에 연출로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 연출로 참여하게 된 계기요? 되게 사적인 건데, (웃음) 저는 원래부터 연출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근데 어느 날 함께 자주 작업했던 극단의 대표님께 연락을 받았어요. ‘자기가 연기를 가르쳤던 제자 중에 연세대의 극회를 다니는 학생이 있다. 근데 이런 공연(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을 기획하고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느냐’ 라고 물어보셨어요.
일단 공연의 의미가 너무 좋잖아요. 윤동주 시인의 80주기를 맞아 그의 모교에서 추모 공연을 만든다는 점에서 너무 의미 있는 공연이라, ‘좋다. 한번 같이 공연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했죠. 그러고나서 극회 회장님, 기획단장님과 미팅을 가졌는데 두 분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나 열정이 너무 좋게 다가와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영화 <동주>처럼요. 이 공연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어떤 부분을 특히 조명하고 싶으셨을까요?
윤동주 시인의 성장사라고 해야 될까요? 윤동주 시인이 시대적인 배경 혹은 개인적인 상황들을 겪음으로써 시인으로서 완성돼 가는 과정에 집중했어요. 저희는 사실 윤동주 시인의 완성형만 알고 있잖아요. 저도 이 작품을 만나기 전에는 윤동주 시인이라고 하면 위대한 시인 혹은 독립운동가, 아니면 저항 정신, 이렇게만 떠올렸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되면서, 시라는 작업물이 나오기까지 그가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시대적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발걸음을 걸어왔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죠. 결과적으로는 윤동주 시인이 우리와 다름없는 고민을 했고, 우리와 비슷한 한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시는 분들도 윤동주 시인을 한 평범한 청년으로서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을 위인이기 이전에 평범한 청년으로 바라보셨다는 점이 인상깊네요. 그럼 과거 일제 강점기의 윤동주 같은 젊은이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 혹은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뭐 공통점이야 많죠. 사실은 차이점을 꼽는 게 더 빠를 거라고 생각해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 외에는 사실 큰 차이가 있을까 싶어요. 물론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같은 나이대라도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이 많이 바뀌기는 하지만, 청년들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의 특성, 예를 들자면 순수성이나 장난기 같은 것들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본 건 아니지만요. (웃음)
지금 저희들만 생각해봐도 평소에는 장난치고 웃고 떠들고, 농담 따먹기를 하고 SNS로 평범한 대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떤 심각한 사건이 터지면 거기에 진지하게 집중하잖아요. 우스갯소리나 하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진지한 부분까지 깊숙이 파고들죠. 이들이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구나, 싶은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학교 다니던 20대 시절에도 그랬고, 그런 점은 변하지 않고 늘 비슷하다고 느껴요. 그냥 시대적 상황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 부분들이 홍주 님이 생각하시는 젊음인 것 같네요. 그러면 그런 젊음의 모습을 배우들에게도 찾은 적이 있을까요?
아유 그럼요. 배우들도 평소에는 통통 튀고 딱 20대 특유의 장난기 있고 밝은 모습들을 보이다가도 연습에 들어가거나 어떤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한 모습으로 되게 깊은 지점까지 고민해요. 그리고 배우들이 저랑 만나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공연 준비하는 시간 외에도 자기의 전공이나 직업적인 부분을 다룰 때는 아마 그런 모습이 더 두드러질 거예요. 그리고 개인이 생각하는 시대적인 상황이나 각자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장난칠 때와는 다른, 밀도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되게 규모가 큰 공연이라고 들었어요.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공연이다 보니까 굉장한 부담감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공연 준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부담이 되죠. 부담이 되는데 사실 저는 모든 공연할 때 다 부담이 있어요. 연출로서 관객과 만난다는 것은 항상 부담되는 일이지만, 저는 그걸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에 좀 더 남다른 지점은 있어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일반적인 공연이라기보다는 윤동주 시인의 추모 공연이고, 그의 모교에서 그의 후배들과 함께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작업인 만큼 더 부담되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만큼 더 큰 원동력으로 사용해 더욱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들과의 소통도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 생각하시는 방향으로의 연출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떻게 소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업할 때 있어서 서로 소통하는 걸 되게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서로 할 말을 못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배우들에게 더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싶은데, 뭐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죠. (웃음) 근데 연출과 배우라는 관계를 맺게 되면 아무래도 배우들이 조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긴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런 관계를 열려고 많이 노력하고, 개인적으로 지금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도 많이 열고 들어와준다고 생각해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죠. 사실 그거에 대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어요. 제가 각각의 배우들과 충분한 소통을 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확실히 있어요.
배우들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공연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그럼 아까 말씀하셨던 그런 배우들의 통통 튀는 젊음이라는 매력이 공연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해요.
음, 배우들이 직접 짜거나 배우들끼리 만들어 본 특정 장면들이 있어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특히나 젊음을 느껴요. 내가 만들었으면 안 나왔을 것 같다, 싶은 장면들이거든요. 그게 되게 날것의 느낌인데 또 그 나이대 사람들 같아서 되게 좋더라고요. 정제되지 않았지만 날것의 매력이 있는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장면들이 더해져 공연에 젊음의 매력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말씀을 들어보니, 연출하시는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계속 열의를 다하시는 게 느껴지는데 앞으로 홍주 님은 어떤 작품을 연출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작품이라기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편이에요. 그게 매 순간 달라지고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이 작품 바로 직전에는 저출생 문제로 작업을 했었고, 그 이전에는 자립 준비 청년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전에는 존속 살인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이런 사회적 문제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데, 그 다음엔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는 이 작품 끝나고 고민을 좀 더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웃음) 근데 또 그런 건 있어요. 이제 사회적 문제 말고 청소년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청년들에게 혹은 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부탁드릴게요.
이게 저희 공연 이후에 올라가는 거죠? 네(ㅠㅠ) 많이 보러와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렇다면은 저희 이번 공연은 끝났겠지만 연세극예술연구회에서 여름, 겨울 정기 공연이 항상 있거든요.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하는 연극 공연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우니 많이 봐주시고, 대학로가 되었든 다른 극장이 되었든 연극 자체를 한번 보셨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