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처음 추락하는 날개는 들큼, 시큼
ㅏ.
똥이나 드세요. 달팽이관과 그래픽카드 是 pre-installed 吗?
중학교 수학과 고등학교 수학 내신까지는 어떻게 따라잡았던 것 같다. 심지어 중등 때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질문처럼 수학이 좋아 영어가 좋아 묻는 게 가능했던 때였다. 하지만 대입 수학은 나에게 차원이 다른 빙벽과도 같았다. 야 이제는 문과도 수학 중요해. 아니 문과라서 중요해. 언어, 사회 주변에서 다 잘하니까 수학으로 변별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안되는데. 수학 중요한 거 아는데 안 된다고요. 좌표평면과 이상한 로그, 볼록대는 사차함수, 삼차함수 접선과 도함수 그래서 얘를 미분하고 뭐 치환을 하라고? 똥이나 드셔. 물론 뭔가 수학 공부를 안(못) 하는 나 같은 학생들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던 중년의 관악 출신 선생님의 희끗한 뒤통수에다가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그냥 현실 공기에다가 대고 지르는 외마디 비명에 가까울지도.
그냥 나에게는 그런 수리적 감각의 영역 자체가 내장되어 있지 않다는 걸 여실히 느낀 나날들. 마치 달팽이관 없이 음악 감상하고 감상문 5장 써오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소리 진동을 전기신호로 변환을 못 하는 거라고요. 저도 하고 싶은데, 달팽이관이 없는 걸 어떡해요. 못해서 안 하는 거지 저도 할 수 있으면 진작 신나서 했을걸요.
몇 등급에서 몇 등급까지 올렸다더라 하는 수학 점수 상승의 간증인들이 올려대는 수기 글을 보면서 가랑이 찢어지듯 나도 흉내는 내봤던 것 같다. 주변에는 그냥 수학이라는 어떠한 심상 자체가 뇌의 그래픽카드로 입혀져 있던 친구도 있었으니, 나는 그들이 더 외계인 같았다. 아니 해도 안돼. 인강 사이트를 떠돌며 몇 시간을 수능 수학을 준비한다면 모를 리가 없는, 심지어 평가원도 주지하는 선생님도 찾아보고, 쉽게 풀어 설명해 주는, 이른바 ‘노베’를 위한 선생님도 찾아보면서. 하루의 대부분은 그래프를 그리고, 수식을 써가며 끙끙대는 데 썼다. 유감이지만 결국 안 해서 못한다는 걸 증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대로 했는지는 묘연하지만 어쨌든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교육과정이 참 무자비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어가는 내게 처음 자신이 선천적으로 못하는 게 뭔지 그 선연한 결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진정한 추락이 바로 이것이라고, 킬킬킬…. 맛 좀 봐. 그 달큰한 쓴맛이 앞으로의 추락을 대비하는 완충재로 작용할까. 어쨌든 앞으로 마주칠 실패들에 겸허히 완숙이 돼가는 걸 돕는다고 위안 삼아 본다.
지금 서강빌딩 안에 있는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 야속한 문제들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 학원 안에서 각자만의 추락을 맞이하는데, 그 과정은 학생의 여린 마음에 비릿한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데 그 추락은 더 이상 끝없는 낙하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거다. ‘넌 할 수 있어. 넌 뭐든지 해낼 줄 아는 아이야’라는 뭔가 치기 어린 환대가 아니라, ‘아니 그 부분은 어려워. 다른 길을 한번 찾아보는 게 어때. 무작정 부딪혀서 무릎이 다 까진 채로 엉엉 울지나 말고, 네가 더 잘해서 날아갈 수 있는 거에 집중해 보는 건 어때’하는 원망스러운 말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말은 그 문제집으로 그려지는 추락의 과정에서 스스로 되새기는 잠언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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