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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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5 · 11 · 18

251. 푸른 굴뚝: 이 글은 여느 기억처럼 선명한 사진이 없습니다.

Editor 팬지

밤이 그리 깊지 않고, 다음 날 아무것도 없었지만 나가고 싶었다. 일터에서 들은 단어들을 조합해 바쁜 척을 좀 했다. 다들 서로의 일을 잘 아는 듯 몰라 대충 얼버무린 말에 잘도 공감해 준다. 어어 그래 그거 정신없이 가봐. 아니, 내일 토요일인데 왜 이렇게 빡세게 사냐며… 나도 내가 한 말을 모르겠는데 다들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밖으로 나오니 푸른 하늘은 군청색이 되어 있었다. 신촌에서 보니 밤조차 푸르다고 생각했다. 푸른…오늘 하루 종일 맴도는 그 단어가 기분 나쁘지 않게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틈만 나면 나 다니던 술집 이름도 푸른…뭐시기였다. 

주방 냄새 가득 배어가며 돈을 버는 일이 얼마냐 귀하냐고 어거지로 칵테일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매주 수요일, 집으로 가는 막차가 없어 신촌에 친구 집에 신세를 지곤 했다. 현대백화점 앞에서 내려 친구 놈 집으로 걸어가는 길, 그 길에서 늘 마주치던 가게였는데…. 

답답한 마음에, 시간도 남았겠다 다시 그 길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름은 몰라도 길은 안다. 기억이란 참 웃기는 놈이다. 이름만 알았다면 길은 찾아보면 되는 건데, 바보같이 길만 알고 있다. 골목에 골목을 다니며 슬슬 불안해진다. 설마 없어졌을까. 설마… 설마… 아 저기 있다. 푸른 굴뚝! 푸른 옥상, 지붕도 아닌 굴뚝! 내가 찾던 곳이 바로 여기 푸른 굴뚝이었다. 그리고 잔상같이 그 이름도 떠올랐다. 정원.

굴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2층에 있는 가게에 들어선다. 반 층 올라가서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에 크게 붙어있는 푸른 색의 사장님 사진, 한가운데 흰 글씨가 적혀 있다. 제멋대로 확대해 놓은 사진에 아주 선명하게:

 

오늘은 행복하십니까?

 

우뚝. 발을 멈춰 섰다. 반 층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어째선지 가기가 싫다. 아니, 갈 수가 없다. 왜일까…. 반가움보다 큰 이 두려움은… 예상하건대 분명 기타 혹은 정원 때문일 것이다. 마음 한구석에 넣어 놓은 그 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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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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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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