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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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5 · 11 · 18

251. 푸른 굴뚝: 이 글은 여느 기억처럼 선명한 사진이 없습니다.

Editor 팬지

10.

차가운 현관문을 열자 더 차가운 바닥이 들어선다. 차가운 공기, 차가운 바닥, 차가운 책상, 신촌의 그 많던 푸른색은 온데간데없었다. 홀린 듯이 방 한구석 기타로 향한다. 마음 한구석에도 똑같은 놈이 있으니. 먼지를 턴다. 어두운 방에 먼지도 검은색이었다. 기타 이놈을 다시 치기 위해선 먼지를 털어야 한다. 젖은 행주로 한번, 마른행주로 한번 먼지를 털었는데, 먼지가 달빛에 반짝인다. 

집어 든 기타를 무릎에 앉힌다. 조율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소리가 이상하다. 줄은 또 어떤가. 어둠은 녹슨 기타 줄의 색은 가려주었지만, 냄새까지는 무리다. 녹슬고, 냄새나고,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 꼭 나 같다. 울음이 터진다. 녹슨 기타를 부여잡고 나는 엉엉 울고 있다. 눈에서 털어 나오는 눈물이 달빛에 반짝인다. 

한참을 울다 숨을 고르며 생각한다. 내일은 푸른 굴뚝에 간다.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기타도 나도. 

눈을 감는다. 14년 전 기타를 치던 사장님의 푸른 눈동자가, 그로부터 반년 뒤에 푸르던 내 눈동자가 달처럼 떠오른다. 푸르다는 것은 어쩌면 색이 아닐지도 모른다. 파랑도, 초록도, 그 언저리의 어느 색도 아닌, ‘푸른’ 것은 그저 상태인 것이다. 어려서 푸른 것도 아니고, 나이 먹었다고 푸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푸른 것은 그저 푸르기 때문이다…. 푸르지 않은 것은 내가 푸르지 않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8/9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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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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