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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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5 · 11 · 18

251. 푸른 굴뚝: 이 글은 여느 기억처럼 선명한 사진이 없습니다.

Editor 팬지

9.

한참을 반 층에 서 있었다. 지금 나의 상태로 도무지 그 계단 몇 개를 올라갈 수가 없다. 아무 색도 없는 까만 정장을 입고 있는 내가 아무 색도 없다고 느껴진다. 저 푸른 가게에 넣어 놓은 푸른 내가, 문을 열자마자 날아가 없어질 것 같다. 오래된 보석함 속 쾌쾌한 먼지까지 아쉬워 열지도 못하겠든 기분. 지금 문을 열고 들어가더라도 다시 이곳을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 나는 그 반 층을 다시 걸어 내려가야겠다.

주변은 조용하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택시를 불렀다. 어릴 적이었다면 하고 많은 하품들 속에서 심야버스를 기다렸을 텐데, 고증을 잘못했네”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에게 시간은 너무 비싸졌다. 

술은 진작에 깼지만,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불편하다. 문득 그 아이디가 생각난다. Garden_fall, 가든 폴, 정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스타그램을 켠다. 검색창에 한 글자씩,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친다. G, a, r, d, e, n…….f !!! 정원, 정원이라는 이름이 있다. 프로필 사진도, 아무 설명도 없는 계정을 눌러보니 게시물 하나가 있다. 얼핏 작게 보이는 사진은 다름 아닌 사장님의 1호 마누라, 푸른 굴뚝의 그 기타다.

무엇 때문에 떨리는지는 모르지만, 아니 사실 아는 채로 게시물을 누른다. 2025년 11월 15일, 3일 전이다. 그리고 아주 짧은 글.

 

“내년 그날, 아직 사랑이 지나가지 않았다면, 다시 생일 축하해 주세요.” 

7/9
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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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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