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에 9번 출구를 뚫는 일

한편 여기, 7번 출구에 멈춰 선 Y가 있다.
“아, 또 여기로 나왔다.”
K보다는, 새학기의 설렘에 무뎌진 지 오래인 Y였다. 그녀는 재작년,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착실히 컴퓨터 공학과 자신을 결부 지으려 노력한 결과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산에 둘러싸인 학교는 좋은 경치를 자랑하는 만큼이나 등교에 많은 힘을 요구했다. 찬 공기에 바르작 떨며 껴입었던 얇은 겉옷도 경사길 중간에 멈춰 선 채 벗기 일쑤였고, 강의실에 도착해선 늘 쓰러지듯 자리에 앉아 손부채로 땀을 식혀야 했다. 이건 1학년의 설렘으로도 미화할 수 없는 것이었다. 4년, 어쩌면 더 긴 시간 동안 이런 아침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렇게 Y는 다시 수능을 치르겠노라 마음을 먹었다.
음?
고작 이런 이유로?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등굣길의 설움을 토로하는 Y에게 “야, 너 더위도 많이 타잖아… 여름에 또 땀 한 바가지 흘리겠구만. 우리는 학교가 좀 평지라…”하고 대답해 오는 친구가 부러워 견딜 수 없었다.
사실, 부러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그 카드뉴스만 해도 Y의 취향에 들어맞는 가게가 잔뜩 있었다. 신촌 일대를 다루는 매거진 계정인데, 피드를 내려도 내려도 끝없이 게시물이 이어졌다. 신촌엔 뭐가 그리 많은 건지. 그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친구가 곱절로 부러워졌다. Y는 자신에게도 그 계정이 쏠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질투는 나의 힘!”
Y는 일부러 신촌 근처의 독서실을 알아봤다. 그리곤 신촌역 7번 출구를 마주 보고 있는 관리형 독서실에 등록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데다가, 하교 후 들르기에도 좋았다. 무엇보다 질투는 말 그대로 Y의 동력이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너절해진 날에도, 오늘은 쉬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곧장 집으로 가던 길에도, 신촌 일대 대학생들이 지하철에 올라타면 열의가 불타 신촌역 7번 출구로 향하곤 했다. 2학기엔 아예 휴학계를 낸 뒤 수능 공부에 매진했다.

전국 수석 배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배너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Y는 속으로 생각했다. 수석은 바라지도 않으니, 신촌으로 학교를 다니게 해달라고. 그렇게 Y는 대학을 입학한 그해 11월에 수능을 치렀고, 공대 건물이 정문 바로 옆에 있는 학교에 등록했으며 1년 동안의 송도 생활을 마친 뒤 다시 여기. 어쩌면 신촌 일대의 대학생들보다 자주 오갔을 신촌역으로 돌아왔다. 역을 둘러싼 각종 상점들과 사람으로 붐비는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수험생 신분으론 사치라며 거들떠보지 않았던 가게들을 차근차근 눈에 담았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신촌 상권이 예전 같지 않단 말을 듣긴 했어도 체감되는 게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7번 출구로 나오던 습관에 이끌려 또다시 독서실을 마주 본 Y였지만, 이번엔 사뭇 다른 공기가 그를 반겼다.
근데 여기 원래 이런 게 있었나?

1등 6번 2등 45번 당첨
Y가 매일같이 7번 출구를 오르며 숨을 내쉬던 그때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로또를 구매하던 가게.
그 가게가 이제야 Y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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