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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6 · 04 · 29

499. 청춘의 (빈칸)을 채워주세요. I

Editor 왕 잔치

내가 늘 인간관계에서 유념하는 점이 있다. 이상하게도 억울함이 목을 죄어오는 날이 있다. 내가 먼저 변명하기보다, 타인의 새치기를 바라는 옹한 마음을 품는 날. 그런 날들은 미래의 나에게 타인의 사정을 짐작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버릇을 선물했다. 그 짐작은 속단이 아니라 ‘사정이 있겠지.’ 정도로 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또 다른 속단이었다.

그래서 내가 커서가 되어보기로 했다. 

커서의 깜빡임은 내 눈의 껌뻑임으로 대체하고, 

커서마냥 사람들에게 그 사정을 알려 달라고, 빈칸을 채우라고 떼쓸 것이다. 

사실 ‘떼쓴다.’는 표현조차 나만의 잣대로 커서를 바라본 것일 수 있다. 내 언어에서 커서에 대한 선입견의 점도가 높아 마우스가 끈적거리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우스가 끈적이면 나도 커서도 곤란하다. 상호 이익을 위해 나는 태아의 가치관으로 커서를 관망하고자 한다.

 

커서를 흉내 내기 위해, ‘커서 깜빡임 속도’부터 검색했다. 커서를 이용해서. 

 

 

커서가 내놓은 답은 깜빡이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커서에 대한 오해가 미세하게 풀렸다.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이였다. 배려심은 합격 도장을 주련다.

커서는 만인에게 공평하다. 사실 그걸 넘어서 ‘똑같이’ 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빈칸 위에서 공평한 질문자가 되어보려고 한다.

내가 커서를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는 ‘눈싸움’이라는 것에 커서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 분명 꽉 막힌 존재도 아니다. 유연한 태도도 유념할 것이다.

나는 커서에게 많은 생각을 들려줬다. 심지어 커서는 내 생각들을 구성하는 음운을 하나하나 스쳐 갔다. 커서는 좋은 리스너인 것 같다. 우리는 커서에게 경청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그 경청의 자세를 가져와 질문을 던져볼 것이다.

3/10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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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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