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이보경, 에디터 뽀
안녕하세요 보경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 “뽀” 이고요, 저를 설명하라는 건 항상 듣는 말이지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글이든 그림이든 이것저것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자기소개는 늘 어렵더라고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요즘에는 동생이 추천해줘서 애니메이션을 조금 보고 있고, 책도 읽고, 크로키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띄워놓고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그리려고 하고 있어요.
원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세요?
원래도 좋아하고, 제가 중학교 때 입시를 잠깐 했었거든요. 근데 그때 한 번 해보고 너무 현타가 와서 포기를 했던 경험이 있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죠.
뽀가 그린 그림
이전에 라나 델 레이 초상화 그리신 것 보고 너무 신기했어요. 저는 그림엔 영 소질이 없어서. (웃음) 주로 어떤 사진들 위주로 그리세요?
최근에는 인체가 역동적인 사진이라고 할까요? 자세가 특이한 그런 사진을 보고 그리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그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뭔가 완성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말 그대로 드로잉을 연습하는 느낌이라서.
진짜 멋진 것 같아요. 혹시 애니메이션은 어떤거 보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헌터X헌터라고 아세요?
헐. 저 주위에 헌터X헌터 아시는 분 처음 봐요. 꽤 고인물 애니메이션인데.
엄청 옛날 것이긴 한데 동생이 계속 재밌다고 보라고 했었거든요. 복학하면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 천천히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저도 조만간 다시 봐야겠어요. 현재 “뽀”라는 에디터 명으로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뽀”가 보경님의 이름에서 따온 거라 들었는데, 원래 닉네임처럼 자주 사용하셨던 거예요?
그건 아니고, 이전과는 달리 요즘은 닉네임 같은 걸 지을 때 최대한 제 본명과 관련이 되어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사실 어렸을 때 제가 제 이름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제가 낯을 좀 가려서 상대방이 이름을 물어보면 긴장해서 발음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름이 조금 더 쉬웠다면 내가 발음을 좀 이상하게 해도 상대가 잘 알아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크면서 점점 정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와 발음을 세게 해서 ‘뽀’라고 지었습니다.
또 친구가 제 글이 조금 비판적인 느낌이 있어서 에디터명을 ‘뽀’로 하면 귀여워서 중화될 것 같다는 의견을 주더라고요. 그게 마음에 들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분 의견에 저도 동의해요. 글로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잔치를 선택하신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요?
글 쓰는 것도 물론 좋아하고, 제가 동아리를 잘 안 하다가 주변 지인이 하는 것만 간을 보기 시작했어요. 이전에 했던 동아리도, 잔치도 주이님에게 소개를 받았어요.
팀의 경우 처음부터 아트팀에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플레이스와 피플은 대상이 장소와 사람으로 정해져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는 형식이 정해져 있으면 글을 쓰는 게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대한 범위가 포괄적인 팀에 들어가는 게 조금 더 저에게 맞을 것 같아서 무조건 아트팀에 지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팀에서 활동하는 보경님은 정말 상상이 안 돼요. (웃음)
아 그런가요 (웃음) 형식이 정해져 있으면 힘들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린 게, 제가 특정 형식 아래에서 주제를 잡고 글을 쓰라고 하면 정말 형식적인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만약 플레이스팀에 들어간다고 한다면, 무슨 카페이고, 어디에 있고, 뭐가 좋고, 이런 형식적인 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보경님의 글은 아트팀에 있을 때 고유의 스타일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아트팀에서 한 학기동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면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새벽부터 밤까지를 쓸 때예요. 토요일 점심까지는 글을 올려야 하는 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저는 생각나는 키워드를 메모장에 전부 적어 놨다가 나중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글을 쓰는데, 키워드만 있는 상태에서 정신 차려보니 금요일 새벽인 거예요. 하필 그때 토요일 오전부터 점심까지 외부 스케줄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전날 밤을 새워 글을 절반 정도 완성하고, 토요일 오전에 등산하러 갔다가 학교 근처 카페에서 글을 완성했습니다.
너무 힘든 스케줄인데요? 그나마 팀 글이어서 다행이네요.
그래서 아마 조금 짧은 글일 거예요. 첫 번째 글을 쓸 때는 그래도 밤을 새우진 않았어요. 이전에 글을 조금 써놓은 상태라 수합만 하면 되는 정도였거든요. 두 번째 글을 쓸 땐 밤을 새우긴 했는데 그 정도까지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역시 글은 미리미리 써야 하는구나 싶었고,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강행군.
미리 써야 되는 걸 알면서도 자꾸 미뤘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이제 보경님의 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폴터가이스트는 원래 보경님에게 익숙한 용어였나요?
네, 원래 알고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나 미스터리물을 좋아해서 집에 서프라이즈 같은 책들이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 봤던 것 같아요. 이후에 좋아하는 가수의 폴터가이스트라는 제목의 노래를 듣게 되고, 비슷한 시기에 본 영화에서도 폴터가이스트 관련된 내용이 나왔어요.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이런 식으로 신촌에 관해 쓰고 싶은데 폴터가이스트라는 말을 꼭 넣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뽀가 좋아하는 장화, 홍련의 한 장면
읽으면서 되게 신선했어요. 저는 이 글의 포인트가 처음과 마지막 문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장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거예요?
저도 굉장히 재밌게 적었던 것 같은데, 항상 생각은 해왔던 것 같아요. 이 문장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나는 공포에서 매력을 느낀다”는 거예요. 저의 성향이 좀 들어가 있는 문장인 것 같은데, 저는 무서운 거 보는 것도 좋아하고 무서운 놀이기구 타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영화에서 누가 칼을 들고 쫓아오는 장면을 보면 그건 영화니까 재밌지, 실제로 누가 칼을 들고 저를 쫓아오면 그건 재밌지 않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저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이렇게 적당한 거리가 있다면 인간은 사실 공포를 즐기는 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답변을 들으니 적당한 거리에 대한 이해가 잘 되네요. 개인적으로 보경님 글에서 개인을 존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스스로 생각하셨을 땐 어떠신가요?
일상에서 타인을 존중하자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느낌보다는 저 스스로에 관해서 썼던 것 같아요. 존중이 남을 존중하는 것도 있지만,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내가 신경을 덜 써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거든요.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은데, 이 글을 쓸 때쯤에는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아요.
또 글에 언급이 되어있지만, 예전에는 진실은 하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명탐정 코난처럼. (웃음) 그런데 요즘 와서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다 자기만의 진실이 있잖아요. 물론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에 편향된 시선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게 그 사람의 진실이라면, 결국 진실은 여러 개가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글로 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전보다는 조금 더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미완성에서 댓글 이야기를 했잖아요. 처음에는 제3자가 “너는 네 어머니를 잘 모르는구나”라고 말 하는 게 조금 웃겼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이 사람이 딸보다 엄마를 잘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 들더라고요.
결국 진실이 여러 개라는 생각을 글로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도 여러 면이 있고 분열된 것처럼 제 자신의 어떤 면만이 저의 진실이라고 이야기하긴 어렵죠. 진실이 고정불변의 값이라면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게 진실이기에 모든 사람이 나를 이렇게 봐야 한다는 식으로 저를 정의하는 게 되게 힘들다고 생각해요.
보경님 말처럼 진실이 하나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모두 한 번쯤 떠올려보는 생각이지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보경님이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조금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더 마음에 와닿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미루는 것도 있거든요. 같은 것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묘사를 하듯이, 저도 오늘 표현하는 묘사가 다르고 또 내일 표현하는 묘사가 다르니까요. 공감이 가셨다면 정말 뿌듯합니다.
이미지가 잘 그려지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이제 잔치 활동이 한 학기 남았는데, 써보고 싶은 소재가 있나요?
초상화 이야기를 하면서 그림자에 대해 생각했었어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서 뺐지만 그것도 써보고 싶고, 최근에는 독서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촌에 홍익문고도 있고, 그 앞에 문학의 거리 판넬도 있고, 또 제가 학교 다닐 때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던 경험도 있고. 독서와 신촌, 그리고 저의 경험을 잘 접목해서 글을 써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습니다.
뽀가 다녀온 학교 근처의 카페
소재 너무 좋은데요? 인터뷰하면서 계속 느끼는 거지만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영상물을 길게 못 봐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중간에 스토리가 진행되려면 항상 루즈한 부분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제가 재미가 없어도 넘기지 않다 보니 지루해서 잘 안 보게 되더라고요. 책은 어떤 부분이 재미가 없으면 제가 빨리 읽고 넘기면 되거든요. 제가 상상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고. 근데 영상물이어도 좋아하는 장르는 열심히 봐요. 개인적으로 팀버튼 영화 되게 좋아해요.
팀버튼의 일러스트 집 中
오, 어릴 때 팀버튼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요. 특히 유령신부는 여러번 볼 정도로 좋아했어요.
저도요. 제가 애니메이션 라인을 굉장히 좋아해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디즈니나 팀버튼은 진짜 좋아하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팀버튼이 그 오싹한 부분과 휴머니즘을 굉장히 잘 섞은 감독이라고 생각을 해요. 유령신부도 가위손도 사실 괴물이지만 감정을 교류하는 부분서는 인간과 유사하게 그려지고 어떨 때는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그려지잖아요. 팀버튼이 그런 밸런스 조절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해서 그분의 영화가 유독 매력적인 것 같아요.
보경님 이야기를 듣고보니 영화를 보면서 무섭지만 동시에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캐릭터들은 더 그렇죠. 그리고 뇌피셜이지만, 제가 팀버튼의 사상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팀버튼도 주인공이 갈등을 겪으면서 내가 변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보다는 결국엔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식의 결말을 많이 내거든요. 팀버튼의 자서전을 읽을 당시엔 이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한다는 것에 그쳤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그 사람의 사상을 인상 깊게 받아들인 것 같네요. 어렸을 때는 팀버튼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살짝 고집스러운 느낌을 받았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그런 부분이 저와 좀 닮은 것 같더라고요. (웃음)
주관이 뚜렷한 거죠. (웃음) 보경님 소설도 많이 읽으시죠?
네. 제 전공이 국어국문이기도 하고 성격상 책을 읽다가 재미가 없어도 중도 포기를 안 하는 편이라 가리지 않고 많이 읽어요. 근데 읽는 거에 비해 좋아하는 범위가 좁은 것 같아요. 한 두 번 보고 재밌다고 느낀 책은 있어도 특정 작가가 너무 좋다고 느낀 적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뽀가 읽었던 책 中
그럼 보경님의 취향을 저격 했던 책은 어떤 책이 있나요?
김사과 작가님의 소설 중 02를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취향을 많이 타는 책이라 추천을 하긴 조금 민망하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김애란 작가님 소설도 정말 재밌어요. 비행운이라는 단편집을 가장 좋아하는 데 내용이 다 좋아요. 글을 읽다 보면 중간에 루즈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김애란 작가님 소설은 거의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표현이 담백하면서 마음에 잘 와닿는 느낌이에요. 강추합니다!
김애란 작가님 소설 정말 재밌죠. 추천해주신 다른 소설도 읽어볼게요. 2021년이 반년 정도 남았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계획이라면 토익을 따야 하고 컴활을 할 수 있으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개인적으로 올해 책 100권 읽는 게 목표거든요. 지금 45권 정도 읽었는데, 벌써 2021년의 절반이 넘어서 100권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45권이면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복학하셔도 왠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러길 바랍니다. (웃음) 그리고 아까 말씀을 못 드렸는데, 지금 읽은 책들의 목록을 보다 보니까 생각이 났어요. 저 프랑수아즈 사강도 되게 좋아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프랑스어를 배워서 원서로도 꼭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작품 중에 길모퉁이 카페라는 단편 모음집이 있는데 저는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읽었고, 슬픔이여 안녕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강의 책을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보경님도 추천해주셨으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나중에 100권 성공하시면 꼭 인증샷 올려주세요. 이제 잔치 전통 질문이에요. 보경님에게 신촌은 어떤 공간인가요?
저에게 신촌은 폴터가이스트 글에 썼던 것처럼 익숙해진 것 같으면서도 낯설고, 낯선 곳 중에서는 제일 익숙한 그런 공간인 것 같아요. 신촌에 있던 시간이 많았던 것 치고는 그렇게까지 익숙하진 않고 또 굳이 서울에서 만나자고 하면 제일 만만한 그런 곳인 것 같네요. 그리고 신촌은 진짜 젊음의 공간 같아요. 제가 낯을 가려서 사람이 많은 곳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그런 면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곳
상황이 나아져서 그런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랜 시간 인터뷰하시느라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전통이 있는 마지막 질문에 너무 식상한 대답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쓰이네요. (웃음) 그리고 인터뷰는 재밌게 읽어도 막상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건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슬님 인터뷰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저도 재밌게 인터뷰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뽀 에디터의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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