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변하는 신촌이 서글픈 당신에게
올해 평균 걸음 수 7,780보. 그러나 지난 7일 동안 특히 많이 걸었기에 평균 10,050보 달성.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 시간 3시간 49분. 애플리케이션별로 환산하면 소셜 미디어 1시간 44분, 엔터테인먼트 43분, 유틸리티 13분. 휴대폰 화면을 두드려서 켠 횟수는 하루 평균 56회인데, 보통 화면을 켜자마자 처음 사용하는 앱은 모바일 메신저와 메모장. 평소 잠드는 시각은 오전 1시경, 일어나는 시각은 오전 8시경. 맨눈 시력 좌우 1.0, 발 사이즈 280mm…
각종 수치로 구성된 프롬프트를 생성형 AI에 입력하자, 5초도 지나지 않아서 화면에 상세한 분석 결과가 나타났다. AI가 내놓은 대략적인 답변을 소개한다.
걸음 수 평균 7,780보는 굉장히 준수한 편입니다. 특히 최근 7일간 10,050보를 기록한 사실이 유의미한데, 단순 운동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발로 뛰는 외부 활동의 증가로 판단됩니다. 하루 동안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대한민국 20대 평균에 비해 절제된 편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비중이 낮고 소셜 미디어 비중이 높은 것은 무의미한 영상 시청보다 트렌드 파악의 창구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휴대폰을 켜는 횟수가 사용 시간 대비 잦은 까닭은 수시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며, 안정적인 수면 시간을 확보하면서 오전 수업을 준비하기에도 충분한 생체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좌우 1.0의 시력은 그 자체로 성실함의 지표인데, 수많은 전공 서적을 보면서도 관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명확히 한 결과로 보입니다. 280mm의 발 사이즈 역시 신촌과 연희동의 지형을 거닐기에 적합합니다. 신장 대비 안정적인 접지력을 갖춘 체격일 것이며…
읽어보면 그럴듯하다. 몇 가지 수치를 기반으로 추정한 내용이라기엔 평시 생활 습관과 일생의 체적이 지나치게 잘 구현되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좌우 1.0의 시력이 성실함의 지표라던가(필자는 스무 살 때 라식 수술을 받았다) 하는 내용은 가볍게 웃어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이는 아직 AI가 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꿰고 있지는 않기 때문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는 순간 AI가 과거 진료 내용부터 병무청 검사지의 ‘굴절이상(근시)에 의한 3급’ 기록까지 탈탈 털어서 답변 창에 ‘귀하의 시력 변천사’를 늘어놓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신촌 새내기구나..
좋아서 뒷목 잡고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