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26 · 09 · 08

260. Sing into my mouth !

Editor 이지

 

3. 얘기하자

박성무 – 셰프 

에디터 이지

 

안녕하세요. 먼저 성무가 어떤 공간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물리적인 집을 넘어, 존재 자체로 온전한 안도감과 따뜻함을 전하는 공간입니다. 제가 토킹 헤즈의 ‘This Must Be the Place’라는 곡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 음악은 화려한 기교 없이도 듣는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마치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내가 안식할 곳에 도착했다’는 뭉클한 온기를 주거든요.

성무 역시 그런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흐르는 음악, 손때 묻은 빈티지 가구의 다정한 질감, 그리고 정성스레 끓여낸 수프와 디저트 한 조각을 통해 손님들이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았으면 해요. 그 음악이 귀로 전해주는 온전한 따뜻함을, 저는 이 공간과 음식을 통해 미각과 촉각,후각으로 고스란히 재현해내고 싶었습니다.

 

공간, 소품, 메뉴 하나하나에 뜻을 담으시는 만큼 공간의 이름도 고심하여 지으셨을 것 같은데, ‘성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제 이름이기도 한 성무는  ‘개성과 감각이 풍성하게 우거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제가 다이닝에서부터 고집해 온 다채로운 재료의 변주와 그 조합이 만드는 낯선 텍스처들이 이 공간에서 손님들의 미각 위에 무성하게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대 앞이라는 위치도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여러 장소 중 왜 이곳에 공간을 열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 거리는 정형화된 정답과 공식이 지배적인 상권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익숙하고 뻔한 흐름 속에서 ‘의도적인 이질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굳이 취향이 밀집된 종로나 용산이 아닌, 이 정적이고 지적인 맥락을 가진 골목에서 저만의 독특한 공기를 채워 넣었을 때 발생하는 미학적 충돌을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공간을 꾸리게 된 계기와 과정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음식을 대하는 시각이 굉장히 섬세하신데, 원래부터 요리를 공부하셨던 건가요?

  압구정 파인 다이닝에서 요리를 하며 재료를 극단적으로 다루는 정밀함과 공정의 규칙을 배웠습니다. 독립을 결심했을 때, 제 취향의 자유를 온전히 물성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캔버스가 ‘디저트’라는 장르라고 확신했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 아카이브와 작업실 형태로 기획했으나, 넓은 공간의 물리적 구조와 골목의 분위기가 손님들과 직접 마주하기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 오픈 두 달 차를 맞아 다이닝의 터치를 가미한 카페테리아와 디저트의 경계를 정교하게 허무는 실험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신메뉴가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점 인상 깊었어요. 메뉴는 보통 어떤 방식으로 구상하고 개발하시나요?

저는 대다수의 요리사들과 달리 메뉴 개발의 순서를 완전히 뒤집습니다. 보통은 타겟으로 삼은 ‘특정 맛’을 구현하기 위해 재료를 찾지만, 그렇게 하면 상식의 제약에 갇혀 결과물이 뻔해집니다.

저는 먼저 맛이라는 목적을 지워버린 채, ‘재료의 구조적 조합과 시각적 리듬’을 먼저 상상합니다. 어떤 얽매임도 없이 가장 낯선 조합을 먼저 설계한 뒤, 그 구조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맛있는 상태로 빌드업해 나갑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맛’이라는 본질이지만, 그 본질에 도달하는 경로는 누구보다 전위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이나 감각이 있을까요?

 뇌를 먼저 깨우는 인지 부조화입니다. 입에 넣기 전, 혹은 첫 한 입을 먹었을 때 맛이 직관적으로 상상되지 않아야 합니다. 상식을 깨는 낯선 조합으로 손님의 뇌와 감각을 먼저 깨운 뒤, 그 호기심을 맛으로 설득해 내는 것이 제 기준입니다.

 

가구와 조명,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셰프님의 취향이 느껴졌어요. 공간을 구성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차가운 스테인리스 주방과 따뜻한 빈티지 원목 홀의 ‘온도 차이’입니다. 주방은 요리사로서 전문성과 긴장감이 흐르는 공간으로, 홀은 손님들이 머무는 안도감의 공간으로 구획했습니다.

정순구 목수님과 직접 제작한 가구들도 있지만, 특히 배치된 가구의 오리지널리티에 집착했습니다. 비트라, 매그너스 올레센, 아르떼미떼, 카스텔리 같은 정품 가구들은 수십 년간 검증된 형태의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클래식하고 멋진 기물들이 공간의 무게를 잡아주기 때문에, 제가 메뉴를 통해 던지는 파격적인 실험들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의도된 예술적 오작동’으로 전달될 수 있는 한 끗 차이의 디테일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메뉴판 문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특히 David Byrne의 문체에서 영향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에서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데이비드 번은 모든 평범한 일상을 처음 본 것처럼 거칠고 낯설게 재해석하는 아티스트입니다. 토킹 헤즈의 콘서트 영화 제목인 ‘Stop Making Sense(상식을 깨라)’처럼, 그는 상투적인 친절 대신 사물의 본질을 깨뜨리며 해방감을 주죠. 성무의 메뉴판 문체 역시 그의 호흡을 닮아 있습니다. 손님들이 메뉴판을 읽고 고르는 행위 자체가 정형화된 카페 문화를 잠시 멈추고 새로운 감각을 감상하는 하나의 작은 공연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 성무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허름한 지상의 골목을 지나 지하의 장식장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아예 다른 차원의 세계관으로 진입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디저트를 소비하는 곳을 넘어, 오픈 샌드위치나 향신료 수프 등 경계 없는 메뉴를 통해 손님들이 자신의 미각적 취향을 확장하는 경험의 플랫폼이 되길 원합니다. 나아가 비워둔 벽면을 활용해 개인 작가들과 협업한 전시 및 팝업 메뉴를 선보이는 복합적인 감각의 아카이브로 빌드업할 계획입니다.

 

손님들이 성무를 어떤 기억으로 가져가셨으면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성무의 문을 열고 다시 지상으로 나설 때, 세상을 보는 미식의 해상도와 채도가 한 단계 높아진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에 큰 흥미가 없던 이들조차 ‘나에게도 이런 결이 강한 취향이 있었구나’를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개성보다는 익숙함이 당연한 것 같은 이대 앞 숨은 골목 안에서, 지극히 낯설지만 나에게 가장 다정한 자신만의 숨겨진 영토를 발견하고 가셨으면 합니다.

 

 

4/7
이지
AUTHOR PROFILE
이지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