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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2026 · 06 · 02

2026 메이저 서울: 신촌, 잿빛 네온 아래의 아르카나

Editor 왕 잔치

 

 

무(茂)

 

물 오 망쵸. 2026. 280 x 190. 종이에 채색. 회화

 

경매사: <무(茂)>는 작가 물 오 망쵸가 밤에 신촌 창천 근린 공원을 산책하다 가로등의 불빛에 영감을 받아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불안과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무성히 자라난 풀과 나무들 저편에 있는 거대한 건물은 결국 현대인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며, 불안입니다. 그림 속 연인은 불안을 도피한  사랑하고 있지만, 오른쪽 아래의 가로등은 이들 뒤에 언제나 존재하는 그림자  같은 고독을 의미합니다. 

 

작품에 쓰인 색은 연필 스케치 제외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최소한의 색으로 최대의 의미를 표상합니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과 노란 달은 어두운 배경 속 유일하게 빛나는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홀로 빛나고 있기에 고독의 상징이죠. 아래에 자라난 풀과 나무, 그리고 뒤편의 건물 채색에 쓰인 초록색은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건물은 살아있지 않음에도 왜 초록색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삶 자체인 모순을 표상하기 위함입니다. 그 무엇보다 칙칙하고 불안으로 둘러싸여있는 건물에 초록색으로 생명력을 표현한다는 것 자체로 그 불안을 강조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하늘과 직육면체의 건물에 색칠된 파란색. 이는 어둠입니다. 밤이기에 하늘은 당연히 어둡습니다. 그러나 직육면체 건물은 왜 어둠으로 표현한 걸까요? 그에 대한 답은 건물의 정체에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인데요, 우리는 화장실 밖에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이 어둠입니다. ‘알 수 없다’라는 것. 밤하늘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밤하늘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죠. 그렇기에 작가는 하늘과 화장실 건물을 파란색으로 채색했습니다.

 

연인이 서있는 다리는 풀과 나무 사이에서 우뚝 솟아있지만, 불안을 의미하는 건물을 향해 있습니다. 다리 위의 연인 또한 건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풀과 나무라는 생명력 사이에서 진실된 사랑을 하고 있지만 결국 다시 불안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암울한 현실을 암시하죠. 오른쪽 아래의 가로등 또한 비슷한 의미를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요, 생명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고독합니다. 그림의 연인도 가슴 뛰는 사랑을 하고 있지만 안은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물 오 망쵸 작가는 심오한 현실을 관중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무(茂)>였습니다. 참고로 제목이 <무(茂)>인 이유는 없을 무와 무성할 무가 같은 발음인 것을 이용한 언어유희라고 하네요. 어딘가 비어있는 ‘고독’과 이를 둘러싼 ‘무성한 생명력’의 사이…

 

자, 그럼 현 시각으로부터  10분 뒤인 14시부터 입찰 시작하겠습니다. 입찰 원하시는 분들은 배부된 번호표를 높이 들고 원하시는 입찰가를 제시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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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음: 아…고독과 생명력의 공존이라니..마치 인간의 본질을 시각화한것 같은 작품이군요

 

경매사: 네, 제음 고객님의 깊이 있는 감상평과 함께 입찰 시작가 일백부터 출발하겠습니다. 일백이십 계십니까?

 

쭈신: (자리에서 일어나 패들을 번쩍 들며) 일백이십! 제가 받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한 터치의 작품입니다. 현대인들의 만성 질환인 불안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돋보입니다. 밤하늘과 화장실이라는 소재에 어둠이라는 속성을 부여하며 ‘알 수 없음’의 미학이 자연스레 그림에 녹아들게 하셨다니… 칙칙한 건물에 초록색으로 역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은 저 모순적 화법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수작입니다!

 

두깅: 현실의 재해석, 입체적이자 평면적. 불안과 사랑, 이 두 가지 대비를 동시에 살린 상당한 수작이로다.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을 사용했지만 눈에 띄는 것은 노란색뿐. 오호… 유사색과 보색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이론도 갖추었군 자네. 살아있지 않은 건물을 생명력 있는 초록색으로 칠한 것 자체가 ‘모순’. 그 모순으로 불안을 표현한 것은 이 현실 속 아이러니한 무수한 모순들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지. 사랑하는 연인들이지만 그 안에 또 불안이 있는 또 다른 모순. 모순의 연속…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네.  저 불안 속에 피어난 또 다른 사랑. 이것은 그저 불안. 현실의 막막함이 아닌 또 다른 **희망**이지!! 높은 다리 위 연인들이 사랑하듯, 저 무성한 나무속에 화장실이 있듯 불안한 현실 속에라도 언제 우리에게 한줄기 희망이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라네. 허허… 이토록 은밀한 메시지를 헤아리지 못한 분께 넘길 순 없는 노릇이지. 120 받고 80더 얹겠네!!

 

제음: (피식 웃으며) 두깅님 희망을 발견하신 부분 훌륭합니다만..희망은 원래 비싼법이죠..흐흐

250!!

 

쭈신: 비싸다고 하기엔 약간 저렴한 것 같습니다? 희망과 모순적 화법의 걸작은 제 손 안에 있습니다. 280!

 

두깅: 허허. 이 노인장이 전에 고작 십원 올리고 벌벌 떤 까닭이 무엇이겠소. (웃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한 것…더 얹고 350!! 이보다 더 낼 작자가 있나?

 

경매사: 두깅 고객님의 반격으로 삼백오십! 삼백오십만원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없다면 이 작품은 두깅 고객님의 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3…2…1…

 

쭈신: 지금은 물러가지만 다음은… 다음은 절대 쉽지 않을걸? 두고 봅시다. (작게 읊조린다)

 

경매사: 탕! 물 오 망쵸 작가의 <무(茂)>는 ♡두깅 고객님♡께 돌아갑니다. 축하드립니다!

 

두깅: 하하하, 영혼이 충만해지는군. (어깨를 으쓱한다)

 

 

3/5
왕 잔치
AUTHOR PROFILE
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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