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연희에서 만난 오래된 이야기, 파파의 비밀창고

가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채우는 것은 역시 벽면을 빼곡하게 메운 LP들이다.
선반 사이사이에는 재즈, 팝, 헤비메탈, 영화음악 등 장르를 알리는 손 글씨 표지가 붙어 있다. 깔끔하게 출력된 표지 대신 삐뚤빼뚤한 손 글씨가 붙어 있는 모습에 이 공간에 누군가의 취향과 시간이 머물고 있음이 느껴진다. 음반 하나를 소개하는 작은 표지에도 파파연희만의 따뜻한 손길이 더해져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새로 들어온 판, 정리 중인 판이 따로 모여 있다.
“사장님! 유재하 LP 있나요?”
“아 잠시만요~ 기다려보세요~”
손님의 한마디에 사장님은 기다렸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가게 왼쪽 LP 선반으로 간다.
이렇게 많은 LP 중에서도 유재하 앨범의 위치를 단번에 찾아내는 모습이 역시 주인장답다.
‘LISTENING ZONE’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는 턴테이블과 스피커가 놓인 작은 ‘리스닝존’이 자리하고 있다.
파파연희의 리스닝존에서는 마음에 드는 음반을 발견했을 때 직접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표지만 보고 판을 고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음악을 들어본 뒤 천천히 음반을 살필 수 있는 셈이다. LP가 낯선 사람에게는 턴테이블에서 판이 돌아가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구경거리가 된다.
사장님은 방금 찾아낸 유재하 LP를 들고 ‘리스닝존’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음반을 턴테이블 위에 올리자,
잠시 뒤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가 가게 안을 채운다.
유재하 1집 – 사랑하기 때문에
1987.08.20.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방식으로 판을 뒤적이던 손님들이 하나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 사람이 고른 음반이 어느새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함께 듣는 음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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