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문의 영원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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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0과 1의 세상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글을 오로지 너를 위해 쓴다는 것은 지구에게 엄청난 죄책감을 가져야 할 낭비의 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에게도.

7월의 어느 날. 너무 더워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날.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대현문화공원 벤치에 앉아 알코올이나 마셨던 날.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고양이 얘기만 했던 날. 나뭇잎들이 바람을 안아주는 소리를 들었던 날. 그리고 매미들은 구애의 날개를 비비던 날. 그러니까 사랑을 속삭이기에는 너무 더웠고, 욕정을 노래하기에는 너무 끈적거렸던 날.
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날 따라오는 ‘임대문의.’ 그 글자가 왜 그렇게 슬퍼 보였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손 틈새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니까, 아무리 막는다 해도 이미 퍼 올린 이상 흘러가는 게 이치겠지. 그래도, 언제나 시작은 끝의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난 내게 온 시작에 무서워졌던 거야.
‘임대문의’라는 네 글자는 왜 내 눈동자를 놓아주질 않는 걸까.
난 왜 날 떠나간 모든 것에게 이리 글을 쓰고 마는 걸까.

아마도 내가 영원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해서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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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들지 않아 벌써 몇 장의 종이를 버린 건가요. 편지를 쓴다는 건 ‘지구에게 엄청난 죄책감을 가져야 할 낭비의 현신‘이라고 할 수 있을 […]
[…] <임대문의 영원사랑>이랑, 그것도 너무 좋았어요. <카멜레온 공작>! 그 두 개가 엄청 좋았던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