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푸른 굴뚝: 이 글은 여느 기억처럼 선명한 사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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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방구석 먼지 쌓여 있던 기타를 꺼냈다. 중학교 때 뭣 모르고 산 뒤에 한 달도 되지 않아 실증이 나 버렸던 놈이었다. 잔뜩 녹슨 기타 줄을 근처 악기사에 가서 갈았다. 조율도 부탁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지만, 신이 났다. 때론 누군가가 밀어 줘야 앞으로 나가는 일도 있는 법이다. 나를 향한 9천 원의 그 무람함이, 끈적거려 멈춰있던 내 로망을 밀어줬으리라.
네이버를 열어 기타 초보 연습곡을 검색했다. 노래를 부를 것까지 고려하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고심 끝에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골랐다. 인터넷으론 마땅치 않아 동네 문구점에 있는 악보로 찾았다. 아 그런데 악보부터 이게 뭔가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우 반년을 버틴 피아노 학원에서 늘 보던 악보가 아니었다. 음은 원래 오선보 위에만 있는 거 아니었나. 아니, 그것보다 음? 줄이 다섯 개에 다 다른 소리가 나는데, 무슨 음을 내야 되는 거지? 성이 ‘네’요 이름이 ‘이버’인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그만두었을 일이었다. 한참을 찾아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업로드한 기타 레슨 UCC를 돌려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땐 꿈도 꾸지 못했다. 대충 물어보면 찰떡같이 알려주는 챗지피티 선생님이 나올 것이라곤.
처음 보는 악보의 이름은 타브 악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가사에 맞추어 왼손으로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겼다. 다음 코드 표시가 있기 전까지는 그 코드를 쥔 채로 버텨야 했다. 손가락이 찢어지듯 아팠다. 5분가량 하는 시간 동안 이 짓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하면서 노래까지 해야 한다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푸른 굴뚝의 요동치던 기타가 떠올랐다. 사장님의 손가락은 어떻게 되어 먹은 걸까 도대체가.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성을 숟가락으로 파는 기분이었지만, 긁으면 흠집이 나는 것을 확인한 이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정복해야겠다. 정복하고 말겠다. 한 주가 지났을까 왼손 손가락 끝에 푸른 멍이 들었다. 집게손가락은 특히 더 큰 멍이 들었는데, 선곡 탓이 컸다. 전주부터 등장하는 F코드, 지금 생각해도 ‘Fuck’의 약자임이 틀림없다. 검지로 줄 다섯 개를 모두 눌러야 했다. 손목까지 힘이 바짝 들어갔다. 다른 곡으로 할 걸 싶었다.
세 마디… 노래를 들을 때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넘기던 전주를 수십 번을 틀려 가며 반복했다. 그렇게 또 시퍼런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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