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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6 · 01 · 21

493. 이지우, 에디터 폴

Editor 초록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언론홍보영상학부 전공하고 있는 24살 이지우라고 합니다. 잔치에서는 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반가워요 (^^) 첫 OT 날, 잔꾼명이 폴인 이유가 가을을 좋아해서라고 하셨잖아요. 진짜인가요? 아니면 조금 더 내밀한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말해서, 요즘에 그런 데가 되게 많잖아요. 활동명 정해 와라, 본명 안 쓴다 이런 거. 근데 대학 들어와서 처음에 연극 동아리를 했는데, 거기서 활동명을 정해 오라고 한 거예요. 근데 그 공지를 못 보고 OT 날 그냥 지하철 타고 가서 참석했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제 활동명은 뭐고요, 이유는 뭐고요” 이렇게 말하는데, 저는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옆에서는 막 브라이언 이런 이름 말하고 있고, 뭔가 단어를 조합해서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저는 1학년이기도 하고 너무 당황해서, 준비 안 해 왔다고 말하기도 애매했고요. 근데 그때 지하철 타고 오면서 폴킴 노래를 듣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저는 폴이고요, 폴킴 노래 들으면서 와서 폴이라고 정했어요”라고 말했어요. 다들 웃더라고요. 약간 조롱도 당하고.

 

근데 그 동아리 활동을 되게 오래 했어요. 지금도 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불리는 이름이 익숙해졌고, 그다음부터는 닉네임 정할 때마다 그냥 무조건 폴이라고 하게 됐어요. 잔치에서도 애정이 있는 이름이라 폴이라고 했고요.

 

다만 이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OT에서 앞에 나가서 설명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제가 I라 낯도 가리고. 그래서 짧게 말하려고 했고, 또 마침 운 좋게 그때가 가을의 초입이어서 “가을이 좋아서요”라고 말했어요.

 

첫 만남부터 거짓말을 하셨네요 (- -)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우리가 가을의 초입에 만나 벌써 찬바람에 손을 연신 비비는 겨울 한가운데에 놓였는데요. 요즘 종강하고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종강하고 계절학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 집도 있고, 어쨌든 월세도 계속 내니까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그냥 아침에 일찍 일어날 명분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통계학 입문이라는 강의를 신청했어요. 제가 이과였거든요. 근데 교수님이 확률과 통계를 다 알고 있다는 걸 전제로 수업을 나가시는 거예요. 저는 미적분이랑 기하를 했어서 확통을 거의 모르거든요. 조합 같은 것도 기억이 안 나고요.

 

처음에는 수업 끝나고 카페 가서 공부도 하고, 나름 열심히 했어요. 근데 수업을 듣다 보니까 중간고사가 바로 다음 주인 거예요. 다음 주 수요일이었어요. 근데 제가 그다음 주에 연극 공연을 올리거든요. 그걸 올리려면 거의 하루 종일 극장에 살아야 돼요. 그래서 공부할 시간이 진짜 없어요. 핑계가 아니라 진짜로 없어요. 확통을 처음부터 다시 하면서 따라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드랍했어요. 오늘 드랍했거든요.

 

큰 결심하셨네요.

 

오늘 아침까지도 공부를 했어요. 어젯밤에도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또 해보다가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드랍 눌렀어요. 그러고 나니까 한결 편한 마음으로 왔어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니 다행이네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잖아요? 폴 응원합니다.

 

행복하면 됐다.

 

잔치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 또 왜 지원하게 됐는지 궁금한걸요.

 

제가 잔치를 지원했을 때 군인이었어요. 지원서 쓸 때가 말년 병장이었고, 전역 한 달도 안 남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 바로 복학을 할 예정이었는데, 복학하면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전역을 앞두면 원래 꿈도 크고 포부도 커지잖아요. 뭘 해야 하지 생각해 봤는데, 내가 뭘 좋아하냐고 하면 글 읽고 쓰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활동을 찾기 시작했어요.

 

인스타도 찾아보고, 에타도 찾아봤는데 처음에 잔치를 바로 본 건 아니고 ‘잔플’을 먼저 봤어요. 유입이 잔플이었어요. 근데 보다 보니까 잔플은 부계정이고, 메인은 잔치더라고요. (초록: 아프다) 그래서 이건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서 지원서를 썼어요.

 

지원서를 쓰는 과정도 재밌었어요. 미션이 “내가 에디터라면 인터뷰 글을 어떻게 쓸 거냐” 이런 거였잖아요. 자유도도 높았고, 이 단체 분위기가 되게 자유롭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인스타에 작업물만 올라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활동 사진보다 결과물이 올라오는 게, 되게 진심인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들어온 잔치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처음 OT 갔을 때, 따뜻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존에 있던 구잔들은 서로 다 잘 아는 것 같았고, 저는 처음이라 좀 긴장했는데, 분위기가 되게 서로 챙겨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갑자기 다음 날 MT를 간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전 내향인이고, 전역한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라 사회성도 많이 떨어져 있었거든요. 근데 MT 가서도 똑같이 느꼈어요. 재밌었고, 들어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인 폴. 전역한 다음 날 잔치 면접을 봤다.
그의 열정에 박수를.

 

피플팀을 1지망으로 썼다고 하셨잖아요. 처음부터 일편단심 피플팀이었나요?

 

처음부터 피플팀이었어요. 전공이 이쪽이니까, 사람들 만나고 인터뷰 따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는 편이었고요. 그리고 그런 능력을 좀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말을 걸어보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런 기회가 사실 많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잔치가 문화예술 웹진이잖아요. 문화라는 게 공간도 있고 예술도 있고 여러 측면이 있지만, 결국 가장 작은 단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문화를 이야기하든, 그걸 구성하는 제일 작은 게 사람인 것 같아서요. 그래서 지원할 때도 ‘인터뷰를 잘하고 싶다’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사람에 대한 걸 써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2지망은 뭐였나요?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나요. 피플팀이 너무 확고했어요. 그냥 피플 하고 싶다, 그 생각이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아마 아트팀이었을 것 같아요.

 

플레이스 팀은 생각 안 해 봤나요?

 

플레이스는 애초에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잔치 들어오기 전에도 내가 막 애착을 가지고 다니는 공간, 나만 좋아하는 장소 이런 게 딱히 없었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집이고,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가는 사람이에요. 카페를 방앗간처럼 드나드는 타입도 아니고요. 그래서 플레이스를 했으면 제 강점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아트는, 감상하는 건 혼자서 많이 해왔으니까 그건 자신이 있었고요. 그래서 2지망을 썼다면 아트였을 것 같아요.

 

 

첫 번째 글 〈예술이란: 삶, 사랑, 그리고 사람〉은 어떻게 쓰게 됐나요?

 

일단 첫 웹진이라 일정이 되게 촉박했어요. OT 갔는데 갑자기 다음 주까지 인터뷰 글을 써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들었던 게, 이번 학기에는 피플팀의 경우 지인 인터뷰를 가급적 지양하자는 얘기였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자는 방향이었죠.

 

근데 한 번은 지인 인터뷰를 써도 된다고 해서, 그게 저한테는 거의 와일드 카드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지인을 써 보자, 했어요. 다만 그냥 주변 사람 인터뷰를 하고 싶지는 않았고, 잔치에 올라갈 글이니까 어느 정도 콘셉트는 맞추고 싶었어요. 근데 일정이 워낙 촉박하다 보니까, 내가 잘 아는 분야를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는 영역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극이랑 영화 쪽으로 가게 됐죠.

 

결과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꼈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번 학기에 쓴 글 중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글이에요. 내용이 싫다기보다는, 과정이 너무 우당탕탕이었어요. 학교 적응하면서 쓰기도 했고, 그냥 막 써서 냈다는 느낌이 커요. 시간을 조금만 더 가질 수 있었으면 더 잘 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계속 남아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인상 깊게 읽었어요. 우선 저부터도 눈을 반짝이며 읽었답니다.

 

그렇게 말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저는 스스로 좀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아요. 연극이랑 영화에 관심이 있다는 건 잘 드러났던 것 같지만, 지금 다시 보면 더 다듬고 싶은 부분이 많아요.

 

 

평소에 연극이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가요?

 

영화는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고3 때는 거의 하루에 한 편씩 봤던 것 같아요. 대학 와서도 진짜 많이 봤고요.

 

연극은 원래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어요. 근데 대학 와서 연극부를 하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대학 오면 연극부 같은 거 한 번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좋아졌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혼자서도 공연 보러 많이 다녔어요. 대학로도 자주 가고요. 그러다가 뮤지컬도 많이 보게 됐고, 한때는 뮤지컬을 제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요즘은 좀 뜸한가 봐요.

 

맞아요. 요즘은 좀 소홀해졌어요. 이게 삶에 여유가 있어야 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좋아해도 멀어질 때가 있어요. 왓챠피디아를 보면, 예전에는 월마다 꽉꽉 채워져 있었는데 10월, 11월, 12월이 다 비어 있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좀 분발해야겠다 싶었고, 그래서 오늘 다시 왓챠피디아를 깔았어요.

 

저랑 왓챠피디아 친구 맺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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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의 문화생활.

 

 

두 번째 글 〈신촌로드 “죽어도 좋아” 최루탄 해장라면〉은 어떻게 쓰게 됐나요?

 

사실 처음부터 훼드라를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피플팀 글이 인터뷰 대상을 정하는 게 은근히 압박이 있거든요. 혼자서 “진짜 기깔난 사람을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돼요.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한 적이 없는데, 스스로 압박을 받는 느낌이 있어요.

 

처음에는 창천교회 목사님을 인터뷰해 보고 싶었어요. 그 교회가 되게 오래됐더라고요. 이 근방 교회나 성당들은 한 사람이 몇십 년씩 계시잖아요. 그러면 그분들이 이 공간을 거쳐 간 사람들을 다 보고 계실 것 같아서, 종교 특집처럼 묶어서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근데 연락이 아예 안 됐어요. 담임 목사님 연락처는 공개가 안 돼 있고, 그 아래에서 일하시는 분들한테 연락을 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그다음에는 다른 시도도 했다고요.

 

연희동 쪽에 사니까, 이효리 씨가 연희동에 새로 연 요가원도 생각했어요. 개업하기 전부터 메시지도 보내봤는데, 역시 안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마감이 점점 다가오는 거예요. 큰일 났다 싶어서 피터팬 빵집 같은 것도 생각해 봤는데, 솔직히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그러다가 길 가다가 훼드라 앞을 지나쳤어요. 근데 여기는 아무도 안 쓴 것 같은 거예요. 잔치 DB를 찾아봤는데 진짜 아무도 안 했더라고요. 근데 또 여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저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 이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가보니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진짜 계속 닫혀 있었어요. 카카오맵에는 연중무휴라고 돼 있는데, 갈 때마다 안 여는 거예요. 낮에도 가보고, 점심시간쯤 가보려고 빵도 사서 가고 그랬는데 계속 안 계셨어요. 그래서 빵은 그냥 제가 먹고 집에 가고 그랬죠. 그러다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밤에 그냥 츄리닝 입고 갔어요. 빵도 없이요. 근데 그날은 열려 있었어요. 사장님이 고구마를 드시고 계셨어요.

 

인터뷰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들어가서 일단 “사장님 저 밥 먹을 수 있어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밥을 왜 못 먹어!” 하시면서 바로 음식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라면이랑 계란말이를 시키고, 다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여쭤봤어요. “혹시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 했더니 된다고 하셨죠. 그래서 거기서 한 두 시간 정도 있었어요.

 

그 장소가 더 특별해진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훼드라는 인터뷰하고 끝난 곳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갔던 곳이었어요. 잔치 회식 때도 가고, 사장님이랑 연락도 주고받고 그랬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갑자기 가게가 닫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인터뷰할 때는 절대 안 닫는다고 하셨거든요.

 

훼드라의 마지막 인터뷰가 잔치였다는 점도 인상적인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잔치가 마지막 인터뷰였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사장님이 제 글을 액자로 뽑아서 가게에 걸어두겠다고 하셔서, 카드뉴스 파일도 다 받아놓고 출력까지 해놨거든요. 근데 시험 공부한다고 미루다가 못 갔어요. 그러다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도 이 글은 애착이 크다고 했죠.

 

네, 이 글은 마음에 들어요. 라면이 너무 매웠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고요. 감각으로 남은 경험이라 그런 것 같아요.

 

잔치의 뒤풀이 2차 애착 장소였던 훼드라.
가슴이 미어진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일단 글이 너무 화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형용사를 많이 쓰는 글보다는, 읽었을 때 과한 느낌이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담백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어요. 근데 막상 쓰다 보면 욕심이 생겨요. 이 단어도 쓰고 싶고, 저 단어도 딱 맞는 것 같고. 그래서 항상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과하게 꾸미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싶지도 않고요.

 

그리고 글에 있어서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항상 있어요. 판에 박힌 글이 아니라, 그냥 읽다 보면 “아, 이거 폴 글이다” 하고 느껴지는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고, 어떤 작가 글을 읽을 때 느끼는 그런 감각 있잖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폴만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히 존재하는걸요. 생경하지만 적확한 단어 쓰임이 폴 문체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폴만의 단어 사전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요.

 

맞아요, 메모장에 따로 적어두는 게 있어요. ‘단어 모으기’ 같은 거요. 책을 읽다가,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단어가 나오면 적어놔요. 요즘 젊은 작가들 책이나 수상작 모음집 같은 데 보면, 작가들만 쓰는 예쁜 단어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적게 돼요.

 

이게 현학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쓰는 건 아니고, 이 상황을 두 글자, 세 글자로 딱 설명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마음 같아서는 다 쓰고 싶은데, 실제 글에 들어가는 건 거의 없어요. 한 글에 하나도 못 쓰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도 이 단어를 쓰면 한 줄로 써도 될 걸 두 줄 안 써도 되겠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하나씩 쓰는 거예요.

 

그런 단어를 쓰는 순간의 쾌감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 쾌감이 되게 커요. 그래서 낭만이 글 읽을 때도, 가끔 모르는 단어 나오면 찾아보고, “와” 하게 돼요. 그러면 또 적어놔요. 언젠가 써야지 하면서요.

 

제가 그런 데서 쾌감을 느끼니까, 읽는 사람도 비슷한 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폴의 단어 사전. 그만의 단어 사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인터뷰어 초록은 이 질문을 준비한 자신에게 놀랐다. 탄복할 만하지 않은가.

 

평소에도 글을 자주 쓰는 편인가요?

 

원래는 정말 많이 썼어요. 영화 보고 감상 쓰고, 책 읽고 감상 쓰고, 혼자 소설도 쓰고요. A4에 막 쓰기도 하고, 메모장에도 쓰고. 습작하는 게 취미였어요. 중학생 때부터 계속 그랬어요. 일기도 썼고요.

 

근데 요즘은 좀 못 쓰고 있어요. 한 장도 못 쓴 적도 있고요.

 

왜 덜 쓰게 됐다고 생각하나요?

 

요즘은 내가 하는 게 생산적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이럴 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 글을 써도 되나 싶어지고요.

 

근데 군대에 있을 때는 오히려 많이 썼어요. 그때는 내가 뭘 하든 생산성을 따질 필요가 없었거든요. 애초에 할 수 있는 게 제한돼 있으니까, 그 시간에 글을 쓰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건 취미이기도 하고, 저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해서요.

 

 

에디터 폴이 아니라, 사람 이지우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집착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집착을 많이 하고, 미래에 대한 집착도 많아서 스스로 되게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진짜 사소한 것도 그래요. 점심 먹고 나서 “아, 그거 먹지 말 걸” 하고 후회한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굳이 안 해도 될 수준의 생각을 계속 한다는 거예요. 이미 끝난 일인데도요.

 

미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욕심도 있는 편이고, 계속 앞을 생각해요. 그래서 과거랑 미래에 대한 집착 때문에 현재를 조금 피곤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성향이 글을 쓰는 데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는 그렇게 사는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글이 예전에 했던 생각들에서 출발하는 것 같거든요. 혼자서 계속 구구절절하게 했던 생각들요. 이게 뜯어 고칠 수 있는 성격도 아닌 것 같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피곤해 보이지는 않는걸요?

 

그건 혼자서만 그런 생각을 하니까요. 겉으로는 티가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현재를 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인가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자격증 공부도 하고, 통계학 입문도 듣다가 드랍하고, 영화도 보고 글도 쓰고… 이것저것 하긴 하는데, 항상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건 확실히 저한테 좋은 것 같아요. 취미이기도 하고,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은 계속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고 싶어요? 진로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글 쓰면서 먹고 살고 싶어요. 그래서 이 학과에 온 것도 그런 생각이 컸고요.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기자예요. 전공도 그렇고, 전공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요. 요즘 신문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저는 제 글을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신문 기자가 아니라면 방송 기자를 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했었어요.

 

그러다 금융 쪽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죠.

 

맞아요. 요즘 들어서 금융 쪽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이게 진짜 관심인지, 아니면 돈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어쨌든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관련 강연도 찾아가서 듣고 있고, 자격증도 알아보고 있어요.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해요. 언론 쪽만 파기에는 언론은 취준의 영역이 너무 크거든요.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크게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고, 시기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게 많아요.

 

그래도 글을 놓을 생각은 없는 거죠.

 

없어요. 금융을 하더라도, 결국은 글을 쓰고 싶어요. 경제 기사도 글이고, 기자라는 직업도 결국은 글을 쓰는 일이잖아요. 금융 쪽 지식을 쌓아두면 나중에 경제지에 지원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고, 꼭 그쪽으로 가지 않더라도 살면서 필요한 지식이기도 하고요. 금리나 경제 상황 같은 건 알아두면 나쁠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은 열린 길을 여러 개 만들어 두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하고 싶은 건 여전히 글이죠?

 

네. 기자가 제일 하고 싶어요. 그게 제 넘버 원이에요. 항상 하나의 길만 가지고 가기보다는, 여러 방향을 열어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나중에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원래 꿈은 국어 교사였어요. 시골 학교 국어 교사요. 제 롤 모델이 나태주 시인이거든요. 그분이 원래 국어 교사셨잖아요.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퇴근하고 나서 텅 빈 교실에서 글 쓰고, 그런 삶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국어교육과를 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반대하셨어요. 엄마가 교사셔서 더 잘 아시니까요. 그래서 다른 길을 찾다가,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오게 된 거예요.

 

이과였다가 문과로 온 것도 그 선택의 일부였겠네요.

 

맞아요. 고등학교 때는 이과였지만, 사실 저는 항상 스스로를 문과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국어를 제일 좋아했고, 국어 공부하는 게 제일 재밌었고요. 주변에서는 공부 좀 하면 이과 가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말하잖아요. 그래서 별 고민 없이 이과를 갔는데, 막상 대학 갈 때가 되니까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도망친 거죠.

 

폴의 동생. 쓰다듬어 주고 싶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에요. 최근 폴을 지배하고 있는 감각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저는 청각은 아닌 것 같고요. 후각이에요. 노래는 많이 듣긴 하는데, 요즘 저를 지배하는 감각은 청각은 아닌 것 같아요. 대신 냄새에 되게 민감해졌어요.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요. 자취를 하다 보니까, 집에 냄새가 안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됐어요. 하루 외출하고 밤에 집에 들어왔을 때, 나를 반겨주는 냄새가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거예요. 음식 냄새도 그렇고, 침구류 냄새일 수도 있고, 쓰레기통에서 나는 냄새일 수도 있고, 싱크대에서 날 수도 있고요. 생각보다 냄새의 원천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환기를 정말 자주 하고, 냄새 나는 음식도 잘 안 해 먹고, 편백수도 많이 써요. 편백수는 주유소만 한 통으로 사서 집에 두고, 외출하고 들어오면 옷에도 뿌리고, 자고 일어나면 침구에도 뿌리고 그래요.

 

냄새에 원래부터 민감한 편이었나요?

 

어릴 때부터 좀 그랬던 것 같아요. 비 냄새도 좋아했고, 계절이 바뀔 때 나는 냄새도 잘 느끼는 편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도 그런 적이 있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 오늘은 봄 냄새 난다’ 싶으면 그날은 공부를 안 했어요. 그날은 그냥 안 되는 날이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런 냄새는 하루 지나면 또 안 나요.

 

요즘도 겨울 냄새가 나는 날이 있었어요. 붕어빵 냄새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계절이 바뀌었다는 게 느껴지는 냄새요. 그날은 ‘아, 겨울이 왔구나’ 하고 느꼈어요.

 

냄새가 기억이랑도 많이 연결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냄새는 기억을 바로 데려오는 것 같아요. 비 냄새도 그렇고, 흙 냄새나 풀 냄새도 그렇고요. 비 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건 싫은데, 안에서 비 오는 걸 보는 건 좋아해요. 창문 열어두고 냄새 맡는 건 좋은데, 신발 젖는 건 싫고요. 그래서 요즘 저를 지배하고 있는 감각은 후각인 것 같아요.

 

 

말을 아끼는 대신 단어를 고르고,

사람을 앞에 두고 글을 시작하는 에디터.

 

지나간 생각과 아직 오지 않은 선택 사이를 오가며

폴은 오늘도 기록할 이유를 찾는다.

 

계절이 바뀌는 냄새처럼,

그의 문장도 조용히 신촌에 스며들기를!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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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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