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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이런 관음적인 습관은 지난 늦가을 무렵 모습을 드러냈다. 땅은 넓고 마음은 좁은 학교는 코딱지만한 기숙사만을 운영했고, 머나먼 본가로 통학했다가는 자칫 한반도 횡단가가 될 터였다. 따라서 주어진 선택지는 손에 꼽았다. J는 큰맘 먹고 자취를 시작할 심산이었다. 교복을 입던 시절 꿈에 그리던 진정한 신촌 사람이 되는 것! 방을 구하고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마치고 구청장으로부터 환영 문자를 받으면 이 차가운 특별시에 소속될 것만 같았다.
지금을 위해 얼마나 긴 시간 알바를 전전했던가. 커피 한 잔 아껴가며 모은 돈이 어느새 부모님 손 빌려 월세방 하나 얻을 만큼 모여 있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는 방 한 칸 구하고 나면 남는 것 한 톨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집 떠나면 생고생이라더니. J는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흘렸다. 빈털터리가 되고자 시간을 쪼개 부동산을 서성이는 제 모습이 퍽이나 우스워 보였다. 가성비를 따지자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집이 없소. 도와주오!’ 도움을 요청하는 장황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거쳐 여느 재단의 학사를 전전할 수도 있었고,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교회에 등록해서 교회 기숙사에 들어가는 선택지도 있었다(물론 하느님께 괘씸하다며 혼이 날지는 미지수였지만 – 그건 갈 때까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왕 도보로 학교에 다니기로 마음먹은 이상, 연대생 J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서너 가지였다.

첫째, 연대 정문 및 남문.
연세로를 주축으로 창천동과 노고산동을 에워싸는 구역이다. 주로 신촌 문화의 거리 양옆으로 이어지는 원룸들이 주를 이룬다. 번화가 인근과 신촌-이대를 잇는 지하철역 라인을 따라서 상가주택과 고가의 오피스텔이 즐비하다. 서대문 우체국 및 남문 라인에는 주택이나 빌라가 많다. 연세로를 생활 반경에 두어 연대 주변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을 가진 셈이다.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신촌’의 모습이다. 하지만 북적이는 번화가는 내향적인 그의 성격과 맞지 않기에 기각.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괜찮은 방인가 싶으면 죄다 식당 위층이라 아쉬웠다.

둘째, 북문.
J가 연세대 꼭대기에 동떨어진 대우관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혹했을 위치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과 가깝지는 않지만, 잘만 하면 학교 셔틀을 탈 수 있다. 앞선 정문 인근 구역과 달리 주변에 유흥 시설이 많지 않은 조용한 주택가라 마음에 들었다. 서대문소방서나 한성화중/고교가 가까워 치안도 우수했다. 다만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 듯하고 지하철과 거리가 애매해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났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우관에 도보로 찾아갈 경우, 정문을 통해 산을 오르기보다 북문에서 내리막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가장 편한 방법은 교내 셔틀을 이용하는 것.

셋째, 이화여대나 세브란스 병원과 인접한 동문.
이곳의 장점은 박스퀘어나 이대 상권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끼니 거를 걱정은 없어 보였고, 교통도 좋아 버스를 타고 종로로 나가기도 쉽다. 동문길 언덕을 오르면 유명한 찜질방인 숲속한방랜드도 있다. 하지만 밤늦게 돌아다니기에는 골목길이 어둡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또한 세브란스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인지 시설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았으므로 지금으로써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떠오른 마지막 선택지는 서문이었다.
연대 서문 인근 주거지는 공대생이나 인문대생이 사용하는 강의실과 매우 가까운 편이었다. 강의실까지 2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니!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 인간으로 득실거리는 백양로를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조금이라도 더 강의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서문 인근은 전형적인 자취촌이라 허름하고 양호한 임대료의 매물이 종종 올라왔다. 골목길은 좁고 굽이진 편이었지만, 대학생이 많이 사는 거주지라 침침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카페나 멋진 주택이 즐비한 연희동과 상권을 공유하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허름한 것도 대학가 나름의 매력이라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는 무언의 긍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잘읽엇습니다
1000/68 14.7…. % 언저리 그 수치만으로 지탱해야 하는 곳이 있다.
S는 비대면 수강때 내렸던 가격으로 들어와 지난달부터 7만 원을 더 지불해야 했지만 그건 일단 그만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제는 3.07%가 된 이 백분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떨 때는 S가 지금 생활의 3.07%만 스스로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 앞으로 96% 언저리를 감당해야 하는 사실이 벅차기도 기다려지기도 한다는 생각. 벅차고도 기다려지는 앞으로는 벅차게 기다릴 수 있도록 기다리자는 생각. J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