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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6 · 04 · 07

256. 신촌 비밀작전 가이드북

Editor 왕 잔치

설레는 신촌역 4번 출구로 가는 길.

오랜만에 연인과 만나는 날이다. 옷도 잘 차려입고, 멋쟁이 향수도 뿌렸다. 저 멀리 4번 출구 앞에 먼저 와 서 있는 연인이 보인다!

 

안녕! 보고싶었어~

아, 그랬어?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평소와 다른 공기가 와락 느껴진다.

 

반응이 뚱하고
자주하던 장난도 안 받아주고
보고싶었다는 말에 대꾸도 않는다.

 

입꼬리, 눈꼬리도 다 내려갔다.
내려갈 코꼬리는 없다는 게
이 상황의 유일한 호재인가!

 

여기서 뭐가 기분이 나쁘냐고 물어 따지는 건 하수나 하는 짓.

이대로 가다간 신촌역 4번 출구 앞에서 싸우는 구경거리가 될 게 뻔하다! 잠시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하고(ㅎ), 애인의 마음을 풀어줄 곳을 찾아내보자.

 

아 급하다 급해~~!!

 

 

[보름 pick!] 

 

신촌역 4번 출구 앞에서 연인의 마음을 달래줄 곳을 찾고 있는 당신! 당장 연인의 손을 이끌고 신촌전철역 버스정류장으로 간 다음, 서대문 03번 버스에 올라타라.* 연인의 굳어버린 마음도 녹이고, 당신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도 식혀줄 곳으로 데려다 줄 테니 말이다. 갑자기 버스를 왜 타냐며 꾸짖는 연인을 아주 잠시 달래다 보면, 어느새 연희 교차로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잔뜩 토라진 연인의 손을 잡고 연희동 골목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민트색 타일의 건물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곳이 바로 당신의 구세주가 되어줄 곳이다. 데크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연 다음 또 나무 계단을 올라보자.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낭만의 한도를 넘어버린 카페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아기자기한 장식과 귀여운 컬러의 가구들로 가득한 카페, ‘낭만 한도 초과’다. 낭만 한도 초과로 들어서면 창밖으로 연희동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자리를 얼른 선점하고 연인을 앉혀두는 걸 추천한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 봄 햇살을 맞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녹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곳에서 토라진 연인의 마음을 달래줄 메뉴를 찾는다면 ‘낭만 한 스푼‘과 ‘딸기 도쿄롤‘은 무조건 주문하자. 낭만 한 스푼의 토피넛 크림 한 입과 부드러운 도쿄롤 한 입이면 축 처졌던 연인의 입꼬리도 살며시 올라갈 것이라 장담한다. 아, 그리고 도쿄롤 위의 딸기는 연인의 입에 꼭 넣어줘야 한다. 눈치 없이 당신의 입속으로 딸기를 넣어버린다면 오히려 연인이 대폭발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꼭 명심하길 바란다.   

* 버스 탑승 시, 기사님께 ‘2명이요!’라고 말하자. 화난 연인의 손을 이끌고 막무가내로 버스에 탄 것도 모자라 버스 요금까지 내게하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물망초 pick!]

둘 사이의 싸한 분위기는 도파민으로 덮도록 하자.

 

 

 

 

바로 이곳, ‘와다다 오락실’에서.

그러나 이곳에서 연인의 마음을 풀어주고자 한다면 10,000원 정도는 쓸 각오를 해야한다.

 

 

 

 

 

옆에 딱 붙어서 인형을 뽑다보면 아까의 싸늘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귀여운 인형들이 많으니 오락실 한 바퀴 하고 연인이 제일 갖고 싶어하는 인형을 뽑아주도록.

게다가 이곳은 인형뽑기 기계만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니다. 무려 4층짜리 오락실인데, 1층에는 소개했다시피 인형뽑기 기계들이 있고, 2층은 전형적인 ‘오락실’이다. 또한 이곳이 더욱 특별한 점은 3층과 4층에 노래방이 있다는 점이다. 인형뽑기를 하다가 인형을 뽑지 못해 회의감이 들기 직전이라면 위층에 올라가 다른 오락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을지도.

 

우리의 목적이 ‘연인의 마음을 풀어주기’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내가 사줄게”라는 마인드를 기본 장착해두고 연인과의 인형 뽑기를 즐길 것! 

 

“왜 그렇게 못 뽑아.”

참고로, 인형을 제대로 뽑지 못해서 연인의 화를 사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 못 진다.

 

 

[팬지 pick!] 

신촌은 젊음과 희망의 공간. 그래서 그런지 이런 절망적인 순간에 당연히 찾아갈 곳들이 마땅히 떠오르진 않는다. 수많은 프렌차이즈, 그래서 아는 맛, 술을 먹자 했다간 술병으로 맞을테고. 꽃집은 시간이 걸리거나 바로 집어갈만 한 건 눈에 안찬다. 결국 내 비밀 친구한테 연락을 한다. 마이 시크릿 메이트에게.

 

 

 

 

신촌역 3번출구에서, 명물길로 이어지도록 걷다보면, 대로변 그 다음 골목에 내 비밀 친구가 빵냄새를 풍기며 자리하고 있다. 토라진 애인에게 우선 걷자 하자. 그러곤 그 친구를 스칠 때 슥 방향을 틀어 문을 열자. 뭐야? 하는 애인에게 얼른 케이크를 쥐어주자. 레몬 케이크를.

 

 

 

 

 

 

 

 

 

 

 

 

 

 

 

 

 

 

 

 

 

 

레몬케이크를 한 숟갈 퍼서 입에 넣어준 뒤에 할 멘트를 알려주겠다.

 

여기 디저트 종류가 스무가지가 넘는대. 다 직접 만드시구. 우리 자주 오자. 다음엔 행복하게 오자. 내가 잘할게. 응?

 

그치만 혹시나 아래와 같은 답이 돌아온다면, 친구 그땐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왜 그렇게 잘알아? 여기 뭐 언제 와본 적 있어?

 

하지만…..빵은 죄가 없는걸. 마이 시크릿 메이트잔치는 사랑해 주시길.

팁: 예약도 된다. 지하철에서 삐졌다면, 얼른 예약해 놓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서 사 먹는거랑, 가서 준비된 걸 받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이지 pick!]

일단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자.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어디선가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이 향기는 분명 아름다운 꽃 향기다. 신촌역에서 1분만 걸으면 찾을 수 있는 이곳 꽃집이 연인의 마음을 돌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3000원에서 8000원 사이의 각양각색 꽃들이 가판대 앞에 잔뜩 늘어서 있다. 여유가 있다면 다시 신촌역으로 달려가 연인의 손을 잡고 자연스레 이곳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리고 꽃이 너무 예쁘다며 말을 돌려보자. 누가 꽃인지 모르겠네~ 이 꽃을 보니 우리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등 실없는 소리를 하며 애쓰다 보면 애인이 웃음을 터뜨려줄지도 모른다.

 

 

 

 

만약 애인의 손을 붙잡기도 무안할만큼 차가워 보인다면

  1. 꽃집으로 달려간다.
  2. 오늘 연인의 모습과 어울리는 꽃을 고른다.
  3. 꽃을 들고 연인에게로 달려간다.
  4. 연인이 그대에게 방긋 웃어준다.

 

 

 

 

이 순서를 지켜 일을 해결해보자. 해결책은 너무 간단하고 달콤하다.

만일 이렇게 해도 연인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면, 오래 오래 노력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대여, 파이팅이다.

3/6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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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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