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 변하는 신촌이 서글픈 당신에게
지하철 안전문이 열렸다. 하차객들이 썰물처럼 쏟아지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직장인 A 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신촌에서 대학 생활을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곳에 특별한 애착도 없어 보인다. 그저 동교동의 오피스텔에서 영등포로 출퇴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촌역을 이용할 뿐이다.
“신촌? 그냥 다른 데랑 똑같아졌죠.”
A 씨에게 신촌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한때 타교생 신분으로 신촌의 정취를 탐닉하던 십여 년 전 기억은 희미해진 지 오래다. “건대나 강남이나 다 똑같은 프랜차이즈에 비슷한 것들뿐이잖아요. 이젠 재미가 없어요.” 그의 진단은 거침없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삶으로 흘렀다. 한국 나이로 서른둘, 그를 무겁게 짓누르는 건 결혼과 돈이라는 실존적 불안이다. “부모님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길 바라시는데, 세상이 너무 험해요. 나 혼자 살기에도 팍팍한데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도 싶고요.”
그래도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진 세상이지 않느냐고 묻자, A 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편리하죠. 막말로 AI 나오기 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절대 못 가요. AI 없이 일하는 건 상상도 안 되니까. 근데 편리한 세상과 살기 좋은 세상이 같은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몸은 편해졌는데 마음은 더 쫓기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한 곳에 쓸 신경이 다른 곳으로 몽땅 옮겨간 느낌이랄까.”
바쁜 일상에 치여 과거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그에게도 그리움은 불쑥 찾아온단다. “솔직히 옛날 생각을 할 시간은 없어요. ‘그땐 그랬지’하는 게 무슨 건설적인 의미가 있나도 싶고. 근데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이 10년 전 예능 영상이나 음악방송을 띄워주면, 그냥 멍하니 보게 돼요. 갑자기 그 시절에 과잠 입고 친구랑 하릴없이 쏘다니던 일이 문득 생각날 때가 있거든요.”
대학생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조언요? 제가 누구한테 조언해요. 저 살기도 바쁜데. 인생은 각자 도생하는 거죠. (웃음) 저도 결혼하지 말라는 조언 수도 없이 들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고민하고 있잖아요.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직접 경험해봐야죠.”
특유의 냉소적인 매력을 가진 그의 대답은 다분히 현실적이었다. 몇 마디 말과 쓴웃음을 남기고 A 씨는 열차 안으로 사라졌다.



신촌 새내기구나..
좋아서 뒷목 잡고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