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에게 묻다(1) – 사무엘, 소한
첫 번째로 만난 이는 잔치가 디지털 세계를 통해 더 넓은 곳까지 닿기를 원했던 사람이었다.
사무엘 님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잔치에서 피플팀 사무엘로 활동했던 정상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번 일로 잔치를 오랜만에 접하셨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제안을 받으셨을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를 기억하고 찾아서 연락을 주신 거니까, 처음 문자를 받았을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저도 피플팀 에디터였어서 섭외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인터뷰에 응해야겠다고 바로 생각했고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근황이 궁금해요.
학교를 졸업한 지는 일 년이 조금 넘었고요. 여전히 좋아하는 게 많아서 방황하고 있어요. (웃음)
사무엘 님께서 에디터로 활동하실 때 쓰신 글들을 봤어요. ‘인터뷰를 핑계 삼아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 사람을 찾았다.’라는 문장이 인상 깊더라고요. 만약 지금 다시 피플팀에서 인터뷰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핑계로 다시 만나고 싶거나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대학교 때 가깝게 지냈지만 시간이 지나 연락이 소원해지고, 지금은 서로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게 된 사람들을 찾을 것 같아요. 잔치 에디터로 활동하면서 봤던 친구들에게 다시 연락할 것 같기도 하고요. 대학 시절, 보면서 영감도 많이 받고 제게 여러 가지 조언을 주시기도 했던 교수님도 떠오르네요.
인터뷰를 계기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여전히 좋아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좋아하죠. 저는 지금 “빈브라더스”라는,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일종의 시음으로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커핑’을 주로 하는데요. 품질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이 커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의 의미가 큰 과정이에요. 최근에는 유명한 커피 생산지인 온두라스에서 한국으로 오신 분과의 커핑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동안은 마시기만 했던 커피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동안 하지 못하던 이야기를 새롭게 나누는 과정들이 참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여전히 사람이 궁금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기는 거죠. 지금은 커핑을 통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있지 않나 싶어요.

피플팀 인터뷰를 핑계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잔치를 떠나신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그걸 이어가고 계시는지 물으려 했었는데요. 커피를 통해서라는 답변을 이미 얻은 것 같네요.
그렇죠. 커핑을 가면 20대부터 60대 분들까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굉장히 다양해요. 그리고 커핑을 자주 다니다 보니까 커피에 열정적인 분들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계속 보게 되거든요. 그렇게 “또 오셨네요.” 인사 나누다 보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얼굴만은 익숙한 사람들이 생기는 거죠.
에디터 시절의 그에게는 인터뷰가 사람을 만나는 핑계였다면, 지금은 커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듯했다. 방식만 달라졌을 뿐, 사람을 향한 호기심과 애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좋아하는 것이 많아 아직 방황하고 있다던 그였지만, 적어도 사람을 향하는 마음만큼은 길을 잃지 않은 것 같았다.
피플팀에서 쓰신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터뷰이가 있다면 듣고 싶어요.
잔치에 들어오고 바로 다음 학기에 운영진을 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사실 에디터로 활동한 기간이 길지 않아* 많은 글을 쓰지는 못했는데요. 그래도 인상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오히려 제가 특정한 주제를 잡고 쓴 글보다 같이 활동했던 에디터들을 인터뷰했던 게 더 기억에 남아요. 같이 활동을 하더라도 모두와 깊게 친해질 수는 없는데, 일대일로 앉아서 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나면 그 사람을 훨씬 더 잘 알게 되잖아요. 게다가 저희는 코로나 때 활동했어서 활동 초반에는 거의 못 모였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서로 아예 몰랐는데, 인터뷰를 하고 나니까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잔치에 이미 있던 내부 사람들을 인터뷰했던 경험이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운영진은 에디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두 학기씩 웹진을 쓰는 다른 회원과 달리 사무엘은 한 학기만 웹진을 발행했다.
“잔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었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쯤의 답을 예상했던 내게는 조금 의외였다. 잔치를 알리고 퍼뜨리려던 잔치플러스의 기획자가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것은, 잔치 안의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던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여다보고 ‘남기던’ 피플팀의 에디터는, 어쩌다 잔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건네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운영진을 하신 건 몰랐어요. 원래부터 생각이 있으셨던 건가요?
잔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하나 만들고 싶어서 운영진 친구들한테 제안을 했었죠. “이런 걸 새로 하면 좋겠다. 잘 될 거 같다.”라고 했을 때, 당시 운영진들이 아예 제가 운영진이 돼서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말하더라고요.
그 프로젝트가 지금의 잔치플러스 계정이군요. 그럼 사무엘 님께서 운영진이 되기 전에는 잔치의 인스타그램 계정 자체가 없었던 건가요?
‘웰컴투 잔치’라는 기본 계정이 있었어요. 팔로워는 한 300명 정도였던 것 같고요.
지금 잔치플러스의 팔로워가 2000명이 넘어가는데요.
처음 만들 때 현실적 목표가 딱 그 정도였는데. (웃음) 잔치플러스를 새로 만들려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어요. 잔치 자체의 팔로워가 늘고 독자의 규모도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죠.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이용자들에게 친화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잔치의 기존 인스타그램은 저희가 발행한 웹진에 대한 간단한 요약에 가까웠는데,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 콘텐츠가 흥미로울까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즈매거진’, ‘하입비스트’ 같은 계정에서는 사람들의 실제 생활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하잖아요. 저도 잔치가 보다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잔플에서 소개한 공간을 찾아간 경험이 잔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독자들도 있었다.
사람을 좋아하던 피플팀 에디터가 신촌의 여러 공간을 소개하는 ‘잔치플러스’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이용자에게 친화적인 콘텐츠를 만들자는 생각이 잔치플러스로 이어진 건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소개할 만큼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건 결국 재방문을 하고 싶은 곳이고, 재방문하고 싶은 곳은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거잖아요. 그런 공간이라면,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딘가를 소개했을 때 저와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기를 가보고 싶어지겠죠. 그렇게 ‘가보고 싶을’ 만한 공간들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요즘도 잔치의 SNS를 모니터링 하시나요?
적극적으로 보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콘텐츠를 하고 있는지는 꾸준히 확인하죠.
잔치플러스에서는 계속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릴스도 만들고 있고요. 잔치플러스의 기획자로서, 지금 잔치플러스의 모습 중 ‘이건 처음 의도한 거랑 다른데’ 싶었던 게 있었는지 궁금해요.
잔치라는 조직의 구조상 6개월마다 운영하는 사람이 바뀌니까, 뭐든 일관되게 유지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그런 상황 속에서 콘텐츠의 형식과 주제가 에디터의 영향을 받아 변하는 건, 각자의 색깔이 반영되는 색다른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거니 오히려 좋은 것 같은데요. 그리고 현재 제가 잔치플러스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데, 지금까지도 제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길 원하는 건 일종의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저의 의도대로 가고 있는지는 큰 의미가 없어요. 지금 운영진이 맞다고 생각해 추진한다면 그게 곧 맞는 콘텐츠인 거죠. 제가 처음 의도했던 색이랑 지금 만드는 사람의 색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가 만든 것은 하나의 완성된 모양이라기보다, 다음 사람이 마음껏 손댈 수 있는 첫 모양에 가까웠다. 어쩌면 그에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 이어갈 수 있도록 먼저 시작해두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300명의 팔로워에서 지금은 10배 가까이 되어가는데요. 큰 성장을 이룬 상황에서, 시발점 역할을 하신 분으로서의 감회가 듣고 싶어요.
제가 만든 이후로 아직까지도 꾸준하게 계속 올라오고, 제가 담당할 때에 비해서 조회수가 현격히 오른 걸 보면 사실 기분이 좋죠. 지금 잔치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좋은 성과를 만들고 있는 거잖아요. 사실 잔치플러스 계정을 처음 개설했을 때 제 이상적 목표는 1년에 팔로워 1만 명을 모으는 거였어요. 몇만에서 몇십만의 팔로워를 보유한 지역 중심 로컬 매거진 ‘도보마포’, ‘서촌 에디터’, ‘여의도 테이스티’ 같은 계정을 보고 움직인 거거든요. 물론 신촌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숫자로 보이는 팔로워는 돈을 주고 구매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팔로워를 늘리는 것보다는 ‘팔로워가 늘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너무 잘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맡았더라도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제가 “지금” 맡았더라도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그 ‘지금’을 한 번만 더 묻고 싶었다.
그럼 잔치플러스 말고, 지금 잔치에서 에디터로 다시 활동한다면 어떤 글을 쓰시고 싶으신지, 생각나는 글감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피플팀 에디터였던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신촌에 있었던 가게 사장님들을 인터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학교 다녔을 때랑 비교해서 가게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최근에는 확실히 홍대처럼 프랜차이즈들이 많아진 느낌이 들어요. 옛날의 그 투박함이 사라지고 정돈되었거나, 일종의 기획이 바뀐 가게들도 많이 보이고요. 그런 변화를 겪기 전의 신촌을 더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오신 사장님들,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남아 있는 가게 속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사람을 찾아다니던 피플팀의 에디터와 공간을 소개하던 잔치플러스의 기획자는, 몇 년 뒤 같은 곳에서 만났다. 사람을 기록하던 마음과 공간을 알리던 마음은 결국 같은 곳을 향했던 것이다.
오래된 신촌의 장소들, 그리고 그곳을 오래 지켜온 사람들에게로.
오늘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졸업한 에디터로서 지금의 잔치에게 한마디 남기신다면요?
우선 제가 잔치플러스 계정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저를 기억하고 찾아와 콘텐츠에 제 이야기를 담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도 중요하지만 그걸 유지하고,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인스타그램 운영을 마치고 아트팀 에디터 앵두가 뒤를 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가 매우 잘해줬어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잔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잔치에서 어떤 것을 처음 기획한 사람도 좋지만, 시작한 사람 말고 그 콘텐츠를 잘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들도 기억됐으면 해요. 그게 또 여러분 모두이기도 하고요.

“처음도 좋지만 이어가는 사람들도 기억됐으면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잔치에 남긴 말은, ‘처음 만든 사람’이라는 자신의 이름보다 그 뒤를 이어온 사람들의 이름을 남기는 말이었다.
아마도 이 글이 잔치에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일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만약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직접 쓰신다면 어떻게 끝맺고 싶으세요?
아무래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적고 싶네요. 여태까지 하는 생각인데, 어떤 걸 시작해서 후회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아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항상 더 낫더라고요. 그래서 무엇이든 하셨으면 좋겠다고 적고 싶어요. “할지 말지 고민될 때는 일단 해 보세요.” 정도가 아닐까요. 그리고 또 그냥 이 글을 읽는 모두를 대상으로… 이렇게도 쓰고 싶어요.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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