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황지훈, 에디터 황도
안녕하세요 지훈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공대생 황지훈입니다. 황도라는 에디터 명으로 플레이스 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말 간단하네요. 잔치의 한 학기 활동이 마무리되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뭐라도 해보자 해서, 토익 시험 준비하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또 전역하고 나서 운동을 꾸준히 했었는데, 학기 중에, 특히 시험 기간에는 운동을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주일에 다섯 번 운동을 하러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진짜 힘들어요. 평일엔 모두 가려고 하는데, 이번 주엔 4번밖에 못했네요.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D: 자기관리가 철저하군요. 생각보다.
H: ..생각이 어땠는지가 좀 궁금하네요.
지훈님의 에디터 명이 황도잖아요. 역시 황 씨라 황도로 정하신 건가요?
거의 그렇죠. 황도 복숭아의 황도가 맞고, 제일 좋아하는 과일도 황도가 맞고, 황지훈의 황도 맞습니다. 사실 플레이스팀의 에디터명이 다 멋있다 보니 저도 ‘황도’에 의미를 부여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딱히 없네요. 특별한 의미 없이 써온 거라. 꽤 오랫동안 써온 별명이에요. 아마 고등학생 때부터 썼던 것 같은데.
저도 이름 때문에 다슬기였어요. (웃음) 작년 10월 전역 후 잔치에 지원하신 걸로 기억하는데, 많은 동아리 중 잔치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1학년 때 연합동아리 임원진도 했을 만큼 동아리를 좋아해요. 전역 후 플랫폼이 정해진 동아리를 찾던 중, 잔치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로서, 코로나 시국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동아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도 시를 많이 썼거든요. 대회도 나가보고. 글을 쓸 수 있고 플랫폼이 있다는 점이 잔치와 딱 맞아떨어져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아트팀도, 피플팀도 있는데 왜 플레이스팀을 지원했나요?
제가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두 번째 글 같은 경우도 모든 사진을 팀원들이 찍어줬거든요) 아트팀은 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피플팀은 조금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왜 플레이스팀이냐. 제가 잔치에 들어오기 전에 잔치 글을 많이 읽었어요. 특히 플레이스팀 글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아요. 군대에서 신촌이 그립기도 했고, 플레이스팀의 글이 왠지 더 잘 와닿기도 했어요.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저와 가장 색깔이 맞는 팀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팀의 에디터로 활동하는 게 상상이 잘 안 될 정도로 플레이스 팀과 굉장히 잘 어울려요. 혹시 잔치 활동을 하는 지난 학기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가막새뎐을 쓰는 데 진짜 힘들었어요. 피드백해 주실 때 많이 좋아해 주시고 재능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의기양양해져서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제 기억으론 15-16차 수정본이에요.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어투 자체가 저한테도 굉장히 생소했고, 또 글을 썼던 시기가 기말고사 기간이라 데드라인의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글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글 썼을 때 힘들었던 게 기억이 나네요. 플레이스팀끼리 회의했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팀글을 쓸 때 저희끼리 토론을 진짜 열심히 했어요. 그 과정들이 정말 재밌었어요. 다들 너무 진심이었죠.
플레이스팀 이번 팀글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그런 과정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좋은 글이 나온 것 같네요. 이번엔 지훈님의 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볼게요. 오기 전에 로욜라 도서관의 공간 해석적 분석과 이해, 그리고 가막새뎐을 다시 읽고 왔는데 시작부터 빵 터졌어요.
그건 자꾸 저를 비웃으셔서… 저는 읽었을 때 즐거운 글이 되게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서, 기본적으로 웃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긴 해요. 읽었을 때 행복해지는 것? 글을 읽을 때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넘기면 좋잖아요. 로욜라와 가막새뎐 모두 그런 취지로 썼기 때문에 글을 읽고 웃으셨다면, 목표한 바를 충실히 이뤘으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색다른 형식과 내용을 추구하는 편인 것 같아요. 신선한 것을 최대한 찾으려고 하고, 제 부족한 필력을 그런 신선함으로 채운다고 생각해요. 로욜라의 경우 형식이 조금 독특하잖아요. 보고서 형식을 잔치에서 보기에는 어려운데, 그런 색다른 자극을 주어서 좀 과분한 사랑과 기대를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기대를 받을 만큼 센스가 넘치는 거죠. 신선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즉흥적으로 떠올린 것들을 글에 활용하시는 편인가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장에 간단히 적어놓기도 하고, 어떨 땐 고민하다가 순간 떠오르는 것들 위주로 쓰는 것 같네요. 제가 생각했을 때 좀 색다른 것들로. 주제 같은 경우는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고 글을 써야 할 때 참고하는 편이에요.
혹시 드립은 어디서 배워오는 건 아니죠?
..그런 걸 가르치는 곳이 있어요? 우주공강 (Space Gae-Nodap Gongang)에서 Gae-Nodap은 아마 빡쏘님이 붙여주신 걸 거예요. 사진 찰칵찰칵(Sajin chal-kak chal-kak)은 제가 한 거고. 우리 플레이스 팀의 피드백이 아주 엄청납니다. 제가 드립을 치면 다들 이것저것 생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플팀의 기막힌 합작이군요. 가막새뎐은 정말 놀랐어요. 로욜라 다음은 과연 어떤 글일까 기대를 했었는데, 신세계였습니다. 참고한 서적이 있나요?
금오신화라고 회의 때 보여드렸는데, 한국 최초의 소설인가 그럴 거예요. 사실 레퍼런스를 찾아야겠다고 느낀 게 제가 가막새뎐을 쓰려고 마음먹고 나서 단 한 줄도 못 썼거든요. 시작을 못 하겠더라고요. 어떻게 쓸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 책을 사 왔습니다. 책 속의 문장을 보면서 내가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저의 소중한 레퍼런스…
열정이 대단하세요. 저 같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끝냈을 텐데.
책이 있으면 좋으니까요. 제가 중고서점을 또 자주 가서 좋아하는 시집도 사고 그럽니다. 취미가 책 모으는 거예요. 책장을 꽉 채우는 게 제 목표입니다.
D: 책을 좋아하시나 봐요?
H: ..제 지원서 잘 안 읽어보셨나 봐요. 거기 다 쓰여 있는데..
그때 제 기억으론 가막새뎐의 주인공인 ‘황’과 지훈님은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나요?
맞습니다. ‘황’은 제가 아니에요. 글에서 언급된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는 코로나를 상징하는 것이고, 가막새뎐은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의 이야기죠. 미래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스스로가 ‘황’이 아닌 ‘묘선생’에게 투영되길 바랐어요. 그 시기가 오면 저는 학교를 떠난 사람이자 이전의 음주 세대이고, 이후의 세대에게 음주 문화를 가르쳐주는 입장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비록 ‘황’이라고 썼지만, 저는 학사경고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아, 열심히 술을 먹다가 군대에 간 건 맞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일주일에 다섯 번은 마신 것 같아요.
그럼 주인공 ‘황’을 대신해 말씀해주세요.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황’은 과연 주아일체(酒我一體) 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요?
‘황’이 주아일체의 경지에 오르려면 많은 경험을 해야겠죠. 그 경험이 군대 안에 있을수도, 그 이후에 있을지도 모르죠. 또 충분한 경험을 했으면 경지에 올랐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열린 결말이죠.
남은 한 학기 동안 다루고 싶은 소재가 있나요?
다음 글 주제는 높은 확률로 양자역학입니다. 아트팀의 새벽부터 밤까지 중에서 “우리 눈은 어떤 사물을 관찰할 때 그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반사된 빛을 보는 것이라는 내용이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이 문장을 읽고, 이게 저의 다음 글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회의 때 잠깐 이야기를 했어요. 별로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빛에 의해 대부분의 사물을 관측할 수 있잖아요. 근데 안되는 게 있어요. 전자의 경우 전자를 관측하기 위해 빛을 쏘면, 빛에 의해 전자가 튕겨 나가요. 관측이 안 되고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거죠. 이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예요. 관측했는데 실험 결과가 바뀐다, 되게 신기하지 않아요? 그런.. 어..표정이 되게
아니에요. 저 듣고 있어요.
그거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고, 아무래도 그렇게 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걸 어떻게 묶어낼지가 중요하죠. 주제만 들어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웃기게 포장해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장르는 장편시예요. 조금 웃기지 않아요?
장편시라니 신선한데요?
근데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 중이에요. 심지어 장편시는 레퍼런스를 가질 수도 없어서.. 문체를 베낄 수는 없잖아요. 여러 가지 계속 생각해봐야죠.
D: 어차피 다들 바뀌더라고요
H: 맞아요. 본인도 다른 거 하셨던데. 잔치 사람들에 대한-

발효, 황지훈
드디어 시를 질문할 차례가 왔군요. 카카오톡에 게시된 지훈님이 쓴 시들 읽어봤어요. 처음에는 이름이 없다가 어느 순간부터 이름과 함께 올라오더라고요.
보셨다니까 조금 민망하네요. 시를 올리면 제가 썼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답하기 살짝 민망해서 이름을 가렸어요. 근데 아는 분이 글에 대해서 너무 주눅 들지 말라는, 되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 이후로 이름을 가리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굉장히 의외였어요. 잔치의 글과는 또 다른 감성이더라고요. 시를 꽤 오랫동안 써온 것 같은데,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거예요?
고3 때부터 생각나는 문장 문장들을 써서 기록했던 것 같아요. 그걸 모아서 시라는 장르로 표현하게 된 계기는 훈련소 때가 크죠. 시간이 진짜 많았어요. 제가 다녀온 군대 특성상 대기해야 되는 순간도 많아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그때인 것 같네요. 항상 작은 노트를 들고 다녔는데, 써놓은 글들이 상병, 병장쯤 되니 많아졌어요.

아버지와 벚꽃
그럼 본인이 썼던 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있나요?
일단 ‘발효’가 저한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운이 좋아서 이 시로 상도 받고 시집에 실렸거든요. 디카시 문학상이라고 시와 디카 사진을 함께 올리는 거예요. 막걸리 잔에 가려진 그림자를 찍으려고 한 사진이에요. 친구들끼리 여행 가서 열심히 막걸리 마시고 그 자리에서 쓴 시가 발효예요. 행복한 여행의 순간이 담겨있어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 가장 좋아하는 건 ‘아버지’라는 시예요. 아버지께서 제가 훈련소에 있을 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편지를 써주셨어요. 제가 아버지랑 굉장히 가깝거든요. 계속 연락을 하다 보니 그런 시가 나온 것 같네요. 사실 올리지 않은 시도 많은데, 음.. 올린 것 중에서 ‘벚꽃’도 좋아해요.
근데 제가 쓴 시에 관해서 물어보실 줄은 몰랐네요. 인생에서 처음 얘기해봐요. SNS를 안 해서 카카오톡 배경 사진 정도에만 시를 올리다 보니 찾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이야기를 잘 안 꺼내기도 하고. 아마 잔치에서도 제가 글 쓰는 걸 잘 모를 거예요.

막걸리 한잔 나누고 싶다는 뜻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이었지만 질문을 드려도 될지 조금 고민했는데 다행이네요. 원래 시를 좋아하세요?
글의 장르 중에선 시를 가장 좋아해요. 시는 가장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불호인 이유는 100% 우리나라 국어 교육 때문이에요. 그런 식으로 시를 분석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데.. 시는 되게 매력적이에요. 반할 수밖에 없는 장르인데 다들 안 좋아하더라고요. 멋있지 않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함인복 시인인데, 이분의 시를 좋아합니다. 예. 되게 좋은 장르이니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무슨 시 홍보대사 같네.
D: 이번 학기에 시가 꽤 있었잖아요. 그래서 뭔가 시에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H: 아 맞아요. 솔직히 저는 그래서 GAE 좋았어요.
2021년이 반년 정도 남았는데, 음주가무 말고 계획이 있으신가요?
사실 대학원에 가고 싶어서 학점을 열심히 따려고 합니다. 제 생활은 1학년 때부터 술을 마시거나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학부 인턴십을 하거나 학/석사를 할 수도 있겠네요. 어쨌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남은 반년의 목표이지 않을까 싶고요. 잔치 활동을 하면서 다들 좋아해 주시는 글을 쓰는 것도 목표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과분한 기대를 받고 있어서 부담이 크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렇습니다.
잘 할 거라 믿어요. 지훈님 다음 글도 챙겨볼게요. (웃음)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잔치의 전통이죠. 지훈님에게 신촌은 어떤 곳인가요?
너무 오랫동안 있어서 그런지 생활 터전인 것 같아요.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친숙하고, 익숙하고, 골목마다 다 아는 것 같고. 술 취한 채로 방황을 많이 해서 그런가..? 그리고 저는 신촌이 좋은 게, 집이 가까워서 막차가 새벽 3시까지 있었어요. 첫차가 4시 반이고. 그래서 제가 1학년 때 동아리를 하면서 진짜 술을..
D: 오지게 마셨군요?
H: 그럴 수밖에 없었죠..
저는 모르는 사람이에요.
인터뷰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한 학기 동안 제 글 재밌게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플레이스팀 피드백 정말 감사했습니다. 우리 팀 분위기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 꼭 회식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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