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조하늘, 에디터 누하

조하늘, 에디터 누하
안녕하세요, 누하 에디터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화여자대학교 지리교육전공 조하늘입니다. 잔치 아트팀에서 에디터명 누하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 이거 굉장히 쑥스럽네요..
잔치 회의가 없는 겨울방학이네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학기 중 몸에 들어갔던 힘을 쫙 빼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2022-2학기가 휴학 마치고 복학한 학기였거든요. 새로운 동아리, 자취방, 알바 등 새로운 것들에 적응을 하면서 힘든 3학년 전공에도 시달리니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었어요. 지금은 그때의 긴장을 다 풀고 미뤄뒀던 취미를 즐기는 중입니다.
미뤄뒀던 취미라니 궁금한데요. 어떤 취미를 즐기고 계신가요?
저는 원래 전시와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학기 중에 전혀 하질 못해서 요즘 보고 있어요. 읽고 싶었던 책들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있습니다.
역시 아트팀답습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누하 에디터님 인스타그램을 보면 정말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시는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특히 휴학 기간 동안 정말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왔어요. 부산, 경주, 통영, 군산, 등등.. 대한민국 일대를 다 돌아다녔고, 최근에는 강릉을 다녀왔어요.

누하 에디터의 전국 여행기
제일 좋았던 여행지를 꼽자면 어떤 곳인가요?
작년 5월에 다녀왔던 경주요. 휴학을 하고 홀로 여행을 떠나봤거든요. 혼자서, 아예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을 함께 떠나는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해봤어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최고의 여행지를 뽑으라고 하면 경주를 꼽고 싶습니다.


처음 만난 이들과 떠난, 경주 여행 프로젝트
듣기만 해도 흥미가 생기는 프로젝트네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신 가요?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는데 광고에 뜨더라고요. 어떻게 또 알고리즘이 제 취향을 간파해서.. (웃음)
여행에도 엄청 다양한 스타일이 있던데, 누하 에디터님은 주로 어떤 스타일인가요? 여행지 선정이나 계획 짜는 과정 등이 궁금해요.
저는 보통 어떤 사진에 한번 꽂혀서, ‘어, 여길 가고 싶다’ 하고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 여행지의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진을 만나면요. 이후 장소에 대해 검색해 보고 교통, 숙박편을 예약해둔 다음 할 일을 생각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누하’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이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포근한 느낌도 들고.. 에디터명을 ‘누하’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네, 이건 굉장히 방대한 스토리인데.. 일단 ’누하‘는 재작년에 저 스스로 새롭게 붙여준 느낌의 이름이에요. 나름의 부캐입니다. 재작년 겨울학기 때,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들을 심하게 했었거든요. 해야하는 것에 종속됐던 이전의 삶을 떨쳐버리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에 귀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그 각오로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는데, 그때 찾은 이름이 ‘누하’입니다.
제 이름을 뒤집어도 보고, 이상하게 읽어도 보고, 국어사전도 뒤져보고 했어요. (제 이름인) ‘하늘’을 거꾸로 하면 ‘늘하’인데, 누하라는 이름이 늘하랑 비슷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국어사전에 등재되어있는 거예요. ‘누하’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몹시 흐르는 눈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하나는 ‘다락집의 아래’예요.
저는 제 지난 시간의 고민과 눈물을 흘려보내고, 스스로 저 자신에게 다락집같은 안락한 공간이 되고 싶단 생각으로 누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름으로 에디터 활동도 진행하고 있어요.

다락집 같은 안락함, 누하
이 정도의 의미가 담겨있을 줄 몰랐어요. 사실 이름이란 게 정말 중요한 건데, 대충 지은 제 에디터명이 창피해지네요.
아니에요. 사실 ‘누하’라는 이름은 2년쯤 된 아이인데, 제가 너무 묵직한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서 말하기 조금 부끄러웠어요. 혼자 너무 방대한 것도 같네요.
곧 신잔꾼 타이틀을 벗어나게 되는데요, 누하 에디터님의 잔치 지원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일단, 작년 1학기에 휴학을 하고 그때의 경험들을 블로그에 열심히 기록했었어요. 그때 제 친구들이 제 글을 읽고 ‘내가 휴학을 너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써 달라..’ 그런 댓글을 많이 달아줬거든요. 그때 글을 쓰는 것, 누군가 읽어주는 것이란 게 되게 짜릿하고 의미 있단 걸 깨달았어요.
또 제가 지리교육 전공인데, 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는 게 ‘지역을 깊이 읽어라, 공간에 새겨 놓은 의미를 발견하라’는 것이거든요. 저는 그런 지리적 시선을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잔치가 그런 글을 쓰고, 청춘이 담긴 장소에서 예술, 사람들을 발견하고 있는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원 전 읽은 글 중 기억 남는 글이 있나요?
저는 히피 에디터님의 ‘문의 무늬’와 뜬구름 에디터님의 ‘2022년도 대학통합능력시험’이 기억에 남아요. ‘문의 무늬’는 히피 에디터님만의 장소를 바라보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뜬구름 에디터님의 ‘2022년 대학통합능력시험’ 은 유쾌했던 글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저 또한 왕복 4-5시간 통학을 경험해봤기에 그 애환에 깊이 공감하며 읽었어요.
한 학기 동안의 잔치 활동을 마쳤는데요, 소감이 있나요?
진짜 철저하게 깨졌던 한 학기였던 것 같아요. 위에 블로그에 글 썼던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땐 ‘혹시 내가 글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거든요. 그 생각이 부서진 한 학기였어요. 다른 에디터님들이 말과 글에 너무나 능했고, 이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싶던 순간이 많아서 그분들의 말과 글을 관찰하고 배우려 했던 한 학기였습니다.
배우 김태리 님의 시상식 영상도 생각이 났어요. 거기서 ‘배움은 그 누구도 떠 먹여주지 않고, 내가 훔쳐 먹는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저도 다른 에디터님들한테서 훔쳐 먹었던 한 학기였던 것 같아요.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니 정말 멋있는 걸요. 요즘도 블로그를 많이 쓰시나요?
자주 쓰진 않고, 오히려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이에요. 아주 맨날은 아니지만 일기장이 주인이 귀찮을 정도로 쓰긴 합니다.
일기도 작성 유형이 있다던데요. 하루 일과를 쭉 정리하는 유형과 느낀 점 위주로 쓰는 유형 둘이 있다면, 누하 에디터님은 어떤 유형인가요?
저는 욕심쟁이여서 두 가지를 다 잡으려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했는지 쓰면서 나중에 내가 이 하루에 어떤 걸 하면서 살았는지를 다 기억할 수 있게 하고, 또 감정도 자세히 적는 편이에요. 감정은 빨리 휘발되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잊히더라고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단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좀 길게 적어 놓는 편입니다.

소중한 순간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누하 에디터만의 진솔한 이야기. 벌써 몇 권이 쌓였다.
그런데 일기 길게 쓰면 팔 아프지 않나요?
팔이요.. 아프죠. 근데 또 이럴 때 아니면 펜을 잡을 시대가 아니어서. (웃음) 쓰려고 하는 것 같아요.
누하 에디터님이 아트팀에 지원한 계기도 궁금해요.
제가 문화 예술과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근데, 잔치를 보니까 지역 속 장소, 사람, 예술을 발견하고 글을 쓰는 동아리인데 그중에 또 ‘아트’팀이 있더라고요.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글을 쓰되, 그중에서도 예술에 초점을 맞춰보면 재밌겠단 생각이 들어 아트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순위는 어느 팀이었나요?
플레이스팀..이었던 것 같아요.
빠르게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위에서 다양한 취미를 말해주셨는데, 혹시 최근 즐기는 다른 취미도 있을까요?
(위에서 말한) 영화, 전시, 음악, 그림 그리기, 또 운동도 가끔 합니다. 최근엔 자취를 시작해서 요리하기가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어요.
어떤 요리가 가능한가요?
간단한 것들 위주로 하긴 하는데.. 카레를 할 줄 알고요, 건강식인 두부 볶음밥을 좋아합니다. 소금 후추 약간장도 넣고 계란 풀면 정말 맛있거든요. 참기름을 둘러야 해요, 꼭.

순서대로 카레, 순두부 찌개, 두부 볶음밥.
누하 님의 글 쓰는 과정이 궁금해요. 어떤 식으로 작성하고, 또 얼마나 걸리나요?
저는 글 쓰는 과정이 두 가지로 나뉘어요. 하나는 일상 속에서 소재를 고민하고 표현을 모으는 시간이고, 하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에요. 보통 아트팀은 자유 소재여서, 제가 딱 꽂히는 소재가 생기면 그것에 대해 일상 속에서 고민하면서 생각을 정리를 해둬요.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서 매력적인 단어들이 있다면 적어둡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과 표현을 한가득 메모장에 모아둔 다음에, 마감 며칠 전 노트북 앞에 앉아서 쓰기 시작하는 거예요.
우와, 항상 글 생각을 하고 계신 거군요. 어떻게 보면 엄청 오랜 과정이네요.
그쵸, 일상 속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본격적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보다는 길어서 총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안 됩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면서 예전에 메모해뒀던 것도 참고하시는 건가요?
네네 맞아요. 노트북 앞에 앉을 때쯤 머릿속과 메모장에 소재, 표현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 글 쓰는 시간은 빠른 것 같아요. 그런데 퇴고를 계속 거치다 보니까 조금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모서리의 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일상 속 어디에서 영감은 어디서 받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먼저 ‘모서리’라는 단어에 갑자기 시선이 가게 된 건 아이유의 Celebrity의 노래를 듣고였어요. 첫 가사가 ‘세상의 모서리’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그 단어가 마음에 쿡, 하고 들어와서, 마침 또 글을 쓸 시기였기에 모서리라는 대상에 대해 고민을 오래 해보게 되었습니다. 또, 시간대도 어떤 시간대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날로그의 시계의 9시가 모서리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이 시간대와 엮으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겠다 싶어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서리가 날카롭다는 발상에서 출발을 한 글이잖아요, 하지만 결국 따듯한 결론으로 도달하게 되는데 어떻게 그런 전환이 일어난 것인지도 듣고 싶어요.
제가 모서리란 대상에 완전히 집중하게 되면서, 여러 방면에서 계속 생각을 해봤어요 안에서도 보고, 바깥에서도 보고. 모서리는 바깥에서 보면 분명히 뾰족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표현하잖아요, ‘갈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그런데 사실, 그 모서리가 꼭 갈아 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안쪽에서 보면 굉장히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 거죠. 이런 시선에서 모서리를 바라보면 재밌는 글이 나올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일기를 많이 쓴다고 말했었는데, (예전에)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고, 그걸 일기에 적었거든요. 일기장 속 표현을 빌려오면서 모서리를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도 너무 잘 읽었어요. 가치관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볼게요. 누하 에디터님은 장래희망이 있으신가요?
전 정확한 직업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문화 예술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알바, 봉사, 잔치 활동 등을 해보면서 알게 된 건, 제가 어떤 일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생산성’이더라고요. “내 손끝에서 무언가 만들어지는가?”, “그 만들어진 것이 내가 가치를 느끼고 뿌듯해 하는 것인가?” 등의 기준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엔 업무를 반복하는 일도 있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도 있는데 저는 후자 쪽에서, 특히 예술 쪽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을 합니다. 미래의 제가 그런 모습이면 좋겠어요.
에디터 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가치가 있나요?
제가 뭐라고 가치를 전달하냐겠만은요, (웃음) 저는 잔치를 읽는 모두가 세상을 보는 각자의 시선을 느꼈음 좋겠어요. 잔치꾼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신촌을 담잖아요. 피플팀은 신촌 곳곳의 사람들의 시선을 담아주고, 플레이스팀은 직접 그 장소를 방문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담아주고, 아트팀은 조금 더 다양한 주제로 신촌을 바라보고요. 얼마나 다양한 시선이 있는지, 사람들이 그 각자의 시선을 봤음 좋겠어요.
직접 소개할 만한, 본인만이 가진 본인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해요
저만의 특징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 인간이다, 라는 거예요. 저는 mbti가 n인데요, n이 되게 다양한 생각을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거기에 십분 공감하거든요. 제 자신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이 하고, 지나간 일, 앞으로 있을 일, 시시콜콜한 일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좋은 점은 나에게 있었던 일이나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서 오래 간직하고 다시 꺼내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덕분에 삶이 앞뒤로 조금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단점은 너무 잡생각이 많다는 점이에요. 빨리 일을 시작하면 되는데 생각과 고민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또, 이런 엄청난 양의 생각이 저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이게 저만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학기 동안 피플팀의 공통 질문이었는데요, 누하 님의 인생을 표현하자면 몇 시인가요?
오전 11시쯤인 것 같아요. 해가 완전히 중천에 뜨기 전, 오전의 시원함을 아직 간직한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전에) 휴학을 하고, 저번 학기 복학도 거치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이제야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거든요. 좀 오래 걸릴 순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가는 아직은 싱그러운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요. 중천을 보기 전, 아침을 맞이하고 이제야 해를 바라보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쳐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모두 함께 잔치를 벌일 수 있었음 좋겠어요. 너무 뻔한 말인 것 같긴 하지만요. 이번에 배리어프리맵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장애인분들이 장소를 향유함에 있어서 겪는 어려움에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서 나와 잔치가 원하는 만큼 다른 이들이 장소를 즐기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분들이 함께 잔치를 벌일 수 있게 하는 게 에디터로서 소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모두가 잔치를 벌일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잔치 웹진 페이지가 그런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잔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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