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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6 · 07 · 20

508. 김영서, 에디터 영

Editor 폴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잔치에서 피플팀 에디터 ‘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김영서입니다.

 

 

저번 주에 벌써 신잔 인터뷰 두 편을 발행하셨잖아요. 인터뷰 당하는(?) 건 나름 새롭죠?

 

약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 준비하면서 그동안 잔치에 쓰신 글들이랑 인스타그램까지 다 찾아봤거든요.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잔꾼명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사실 다른 분들 보면 다들 멋들어진 계기가 있으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냥 제 본명인 영서의 첫 글자를 딴 거예요. 원래도 숫자 ‘0’을 되게 좋아하고요. 그래서 제 잔꾼명 ‘영’은 한글이 아니라 숫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숫자를 좋아하시나 봐요. 왜 좋아하시나요?

 

숫자 0을 좋아해요. 뭔가 시작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리고 옛날에 낭만 언니가 제 이름을 보고 해 준 말이 있는데, 낭만 언니는 ‘영’이라는 한자를 되게 좋아한대요.

 

 

역시 중문과는 다르네요. 왜 좋아하는 지도 들으셨나요?

 

‘영원’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어서 좋아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얘기를 듣고 잔꾼명에 더 애착을 느끼게 됐어요.

 

 

정말 ‘낭만’적인 이유인 것 같아요. 혹시 탐나는 잔꾼명이 있다면요?

 

저는 3호요. 왜냐하면 제가 잔꾼명을 처음 지을 때, “너무 튀면 조금 그런가”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숫자 ‘0’이 아니라 한글 ‘영’으로 제출했거든요. 그런데 ‘3호’라는 이름을 보니까 너무 독특하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탐나요.

 

 

잔치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3학년 1학기에 들어왔거든요. 작년에는 학과에서 부학생회장을 맡아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보니 처리할 일도 많았고, 특히 그 일들이 대부분 학과 내부의 공적인 일들이었죠. 그래서 퇴임하게 되면 반드시 동아리에 들어가야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열심히 찾아보던 중에 잔치를 발견했죠. 제가 본가에서 통학을 하다 보니 신촌에 월, 수 목요일에만 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반드시 그때 동아리 활동도 끝낼 수 있어야만 했는데, 마침 잔치는 총회가 목요일이잖아요.

 

 

의정부에서 통학하신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게 되네요.

 

그런데 제가 월요일, 수요일에는 저녁 9시에 수업이 끝났거든요.

 

 

저녁 9시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6시부터 시작하는 저녁 수업이 많았거든요.

 

 

교수님은 저녁이 없으셨던 거네요…

 

아무튼 그래서 무조건 목요일 밤에 모임을 갖는 동아리를 찾아야만 했어요. 어떻게 보면 운명처럼 맞아떨어져서 들어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재밌는 게,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 날이 마침 마감 당일이었어요. 그런데 사전 과제를 하려면 인터뷰를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부랴부랴 인터뷰이에게 연락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저녁 10시에 마치자마자 엄청나게 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내용을 계속 생각하고요.

 

 

세 개의 팀 중에서 ‘피플’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제가 궁극적으로 관심이 있는 건 ‘사람’이거든요. 문화예술을 보더라도 “이 사람이 이걸 왜 좋아할까”, “이 사람은 이걸 보고 어떻게 느낄까”에 대한 것들을 궁금해하는 편이에요. 또 어떤 공간에 간다면 “이 사람은 여길 왜 왔지”, “이 사람이 맛있게 먹은 메뉴는 뭘까”와 같은 질문을 품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피플 팀을 선택하게 됐어요.

 

 

정말 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활동은 만족스러우셨나요?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기는 해요. 제가 두 번째 글을 쓸 때 원래부터 쓰고 싶었던 종류의 글이 있었어요. 마감 기한 때문에 첫 번째 글에서는 쓰지 못하고, 두 번째 글에서 쓰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하필 파토가 난 거예요. 마감 일주일 전에 파토가 나 버려서 글을 통째로 폐기하고 새로운 글을 서둘러 썼야 했죠. 그래서 분량과 구성 면에서 모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두 번째 글도 저는 참 좋았는데요. 특히 ‘신촌 칼’ 게릴라 인터뷰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이번 학기의 활동을 거의 게릴라로 진행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인터뷰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생판 남인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보니, 제가 내뱉은 질문의 깊이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섭외를 통한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게릴라 인터뷰를 하면서 얻는 것도, 쌓이는 노하우도 있어요. 보통 옷을 멋지게 입는 분들께 다가가면 대부분 긍정적으로 답변해 주시고요, 그런 분들은 또 본인의 ‘패션 철학’이 뚜렷하신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 패션 이외의 영역에 대해서도 가치관이 확고하시더라고요. 제게 뜻깊은 인사이트를 주고 떠나실 때도 많았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두 번째 웹진에 실었던 인터뷰가 있어요. 그분도 처음에 신촌역에서 뵀거든요. 빨간 바지에 가방에는 키링이 잔뜩 달려있고, 키가 되게 크신 남성 분이어서 눈길이 갔죠. 그래서 냅다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정말 성의껏 잘 답해주셨어요.

 

게릴라 인터뷰 글도 충분히 좋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섭외까지 거친 글을 읽을 생각에 벌써 기대가 됩니다. 피플 팀 활동을 하면서 영만의 사람을 읽어내는 눈이 생긴 것 같기도 하네요. 다른 잔꾼들의 글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글이 있었나요?

 

저는 명확하게 하나가 딱 생각나요. 히로의 첫 글이 되게 좋았어요.

 

아, ‘신촌역에 9번 출구를 뚫는 일’이요. 엄청났죠.

 

글이 시각적으로도 정말 좋았고,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현재의 신촌역에 8개의 출구가 있는데, 신촌이 가진 ‘청춘’이라는 표상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출구를 뚫겠다는 내용이잖아요. 그리고 화자를 바꿔가면서 글이 전개되는 형식도 너무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인터뷰를 윤문하면서 에디터도 다시 읽었는데, 정말 좋다.

 

 

최근 들어 부쩍 더워졌어요. 장마도 끝물이고요. ‘역대급 여름’이라고 하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원래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사계절 중에서는 여름을 가장 좋아해요. 그래서 되게 많이 나돌아 다니는 편이죠. 정처 없이 걷기도 하고.

 

 

바깥이 이렇게 더운데요?

 

네. 땀 흘리면서 계속 걷기도 하고, “너무 덥다”, “도저히 못 나가겠다” 싶으면 카페에 가기도 하고 그래요.

 

 

본가가 의정부잖아요. 그럼 거의 동네에서 지내시나요?

 

절대로요. (웃음) 거의 의정부에서 지내요. 집 앞 반경 3km를 벗어나지 않는달까.

 

 

뜬금없기는 한데, 제가 의정부를 한 번도 안 가봤거든요. 의정부에 가게 된다면 뭘 해야 할까요?

 

사실 의정부에 올 일이 없긴 하죠. 만약 오시게 된다면 부대찌개 드세요. 제 친구들이 가끔 의정부로 놀러 오는데, 그때마다 같이 부대찌개를 먹거든요.

 

 

의정부 부대찌개는 진짜 다른가요?

 

달라요. 나중에 오시면 드셔보세요. 부대찌개가 미군 부대로부터 유래된 음식이잖아요. 과거에 의정부에 미군 부대가 있었는데, 그래서 유명해졌다고 해요. 다른 지역 특산물을 보면 소위 ‘원조’를 주장하는 가게가 우후죽순 있는 반면에 의정부 부대찌개는 1960년대에 개업한 ‘진짜’ 원조 가게가 있거든요. 물론 부대찌개 말고는 다른 즐길 거리가 아무것도 없지만요.

 

 

기억하겠습니다. 영의 취미도 궁금해요. 보통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문헌정보학과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책을 좋아하기도 하고, 요즘도 많이 읽고 있어요.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세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인데, ‘계절’에 맞춰서 읽는 걸 좋아해요. 예를 들자면 지금 여름이잖아요. 그러면 여름이 배경인 책을 찾아서 읽는 거죠.

 

 

되게 신선하네요.

 

최근에는 김애란 작가의 「바깥의 여름」을 읽었고요.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 렌조 미키히코의 「백광」도 좋았어요. 시집으로는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 최백규 시인의 「여름은 사랑의 천사」… 아무튼 이렇게 여름이 배경인 책을 찾아 읽는 식이에요.

 

 

벽이 느껴지네요. 계절별로 나름의 신촌문예가 있는 거군요.

 

제가 매 계절마다 이걸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름하고 겨울이 계절적 특성상 관련 도서가 가장 많고, 봄하고 가을은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을은 비문학을 읽는 계절’이라고 혼자 정해 놨어요.

 

 

저는 비문학에 진짜 취약하거든요. 수능 비문학 말고는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추천 좀 부탁드려요.

 

장르에 따라 다를 것 같기는 한데, 저는 천성이 문과다 보니 과학 지식이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과학 책을 찾아 읽었어요. 최근 읽었던 것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였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이 책이 출판된 지 오래됐다 보니 몇 년 전에 「뉴 코스모스」라는 책이 새로 나왔거든요. 그 책이 진짜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코스모스 읽어 봤거든요. 15페이지 정도에서 그만뒀던 것 같은데… (읽어 봤다고 할 수 있나?) 대단하시네요.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비문학을 읽을 때 늘 옆에 AI를 켜둬요. 거의 대화를 하면서 읽는 수준인데요, 예를 들어서 “지금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정설인 이론이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읽어요. 그러면 AI가 제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해 주기 때문에 되게 유용해요. 과학 이론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정보도 다 캐치해서 알려주고요. 그러다가 관련 기사도 더 찾아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다 보면 비문학 책도 읽기가 즐거워져요.

 

 

아까 “문헌정보학과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읽는다”라고 하셨잖아요. 다들 그렇게 책을 많이 읽나요?

 

아무래도 문헌정보학과는 졸업만 하면 사서 자격증이 나오기도 하는 만큼, 책 좋아하는 친구들의 비율이 높기는 한 것 같아요. 단적인 예시로 얼마 전에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잖아요. 제가 좋은 기회가 닿아서 한 출판사 부스에서 일을 했는데, 학과 사람들을 하루에 다섯 명 넘게 만났어요.

 

 

정말요? 그렇게 큰 학과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요. 한 학번에 마흔 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전에 정말 많이 오더라고요. 다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학과 내에 독서 모임도 있고요.

 

 

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제 옛날 꿈이 작가였거든요. 그래서 예술중학교의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좌절되면서 꿈을 접었고, 원래는 그래서 대학도 안 가려고 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대학 생각이 아예 없었죠. 그러다 “그래도 대학은 가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뒤에는 학과를 고민하게 됐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책과 함께 있을 것 같다”라는 예감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사서나 출판사 취직을 소망하고 있고요. 그런 마음으로 지금 전공에 진학하게 됐죠.

 

 

출판사 정말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제가 또 요즘 ‘민음사 TV’를 즐겨 보거든요.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 나중에 출판사 팟캐스트 진행을 하셔도 굉장히 잘 하실 것 같아요. 약간 지적인 편집자 스타일.

 

감사합니다. (웃음) 민음사 TV 이야기를 하셔서 말인데, 요즘 독서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잖아요. 그 낙수 효과 덕분에 출판사와 같은 곳들도 덩달아 ‘하입’을 받고 있지 않나 싶어요.

 

 

(원래 책을 많이 읽긴 하지만) 트렌드에 힘입어 요즘 읽고 계신 책이 있나요?

 

아직 여름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요. 아, 요새 다윈의 「종의 기원」을 도전하는 중인데 마침 지금도 가방에 들어있거든요.

 

 

종의 기원이요…?

 

네. 제가 의정부에서 신촌까지 오는데 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든요. 오늘도 펼쳐서 읽었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서문까지만 읽고 보류해 뒀어요. 제가 생물학 쪽에 약하기도 하고, 다윈이 워낙 옛날 사람이다 보니 더 어렵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다윈이 옛날 사람이잖아요. 그 시대에는 ‘쉼표’를 길게 늘여서 문장을 장황하게 쓰는 게 지적인 미덕이었대요. 그렇다 보니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도 수두룩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학술 서적이다 보니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이해하는 데 꽤 애를 먹고 있네요.

 

 

인터뷰를 읽을 잔치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 있다면요.

 

사실 책이라는 건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다 보니 조심스럽지만,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은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장편 소설이에요. 저는 원래 책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 ‘슬픔’이라는 감정에 높은 가치를 두는 편이거든요. 작품에 깊이 동화되어 함께 슬퍼질 때 비로소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요. 왜냐하면 기쁨이나 웃음 같은 감정은 비교적 전이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가상의 이야기인 픽션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슬픔에 가치를 둔다”라. 굉장히 명확한 본인만의 기준이네요.

 

그 책을 다섯 번 넘게 읽었는데, 신기하게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났어요. 보통 슬픔을 유도하려고 하면 그 방법이 정말 많기 마련인데, 이 책은 독자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음에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전이가 돼서 슬퍼져요.

 

 

잔꾼 한 줄 소개를 보니까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을 기록한다’고 써 있던데요.

 

아니에요. (웃음) 그거 기본 설정 문구일걸요?

 

 

아… 저는 인터뷰 준비한답시고 적어 왔는데, 기본 멘트였군요. 그렇다면 직접 한 줄 소개를 쓰신다면 꼭 적고 싶은 문장이 있나요?

 

종이 잡지 발행할 때 한 줄 코멘트로 적었던 문장인데, “언제나 무사하세요”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늘 행복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행복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무사’라는 말은 대단한 행복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사람이 오늘 불행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용한 안부를 담은 말 같아서 참 좋아합니다. 잔꾼 한 줄 소개도 얼른 이걸로 바꾸어 놓아야겠네요.

 

 

영의 2학기 계획도 궁금해요.

 

저는 ‘완전히 놀기’예요. 이제 3학년 2학기가 되는데, 제가 저번 학기에 22학점*을 듣는 무리수를 두었거든요.

*영의 답변은 자꾸만 에디터를 깜짝 놀라게 한다.

 

 

22학점이요?

 

네. 전공 6개, 교양 1개, 그리고 1학점짜리 과목 1개를 들었어요. 그리고 대외활동도 병행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개인적인 사업도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모든 것들에 매진하면서 하루를 쪼개 살다 보니 너무 바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저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잖아요.

* 에디터는 듣기만 해도 덩달아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다.

 

 

자신에게 온전히 투자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죠.

 

맞아요.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학점도 최대한 줄여서 12학점만 가볍게 듣고, 해외여행도 다녀오면서 여유를 즐기려고요.

 

 

저도 12학점을 자주 들어봐서 아는데, 확실히 가볍긴 하더라고요. 추천합니다. 해외는 어디로 갈 계획이신가요?

 

대만 ‘가오슝’에 다녀올까 생각 중이에요. 사실 제가 비행기 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래서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에 공포증도 이겨내고 푹 쉬러 다녀올 생각이에요.

 

 

이제 준비한 질문이 마무리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천안 호두과자는 맛있나요?

*에디터는 천안 출신.

 

 

저는 서대문구민인데요. (웃음) 호두과자… 그냥 호두과자죠 뭐.

 

호두과자 별로 안 좋아하세요?

 

 

저는 견과류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제가 아마 주변 사람들 중에서 ‘호두과자를 가장 많이 선물해 본 사람’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저는 호두과자 되게 좋아하거든요. 여행 갈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사 먹으면 맛있잖아요.

 

 

그건 맛있죠. 휴게소 호두과자는 맛있어요. 따끈하고 달고, 호두도 조금밖에 안 들어있고요. 저희 동네에서 파는 선물용 호두과자는 대부분 공장에서 박스째 나오는 것들이에요. 식어서 차갑고, 퍽퍽하고, 현대사회 같달까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영이 보내준 시를 곱씹어 본다. 사랑을 말하면서도 ‘우리보다 융자받은 집이 더 오래 남을 것’이라며 이별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제아무리 많은 표지판이 있어도 돌멩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즈음부터 마음 한구석이 슬슬 슬퍼지기 시작했다. 영의 말처럼 ‘슬픔의 전이’가 일어난 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온 마음으로 사랑할 줄 아는 에디터 ‘영’은 멋진 사람이다. 분주히 달려온 봄과 여름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학기에는 ‘쉼’과 ‘여유’를 택하겠다는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영의 안락한 휴식은 물론, 그 뒤에 다시 찾아올 불같은 열정을 모두 마음 깊이 응원한다.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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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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