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연희, 레이
Q. 연희동의 다양한 매력 중 가장 크게 눈에 들어왔던 건 무엇이었나요?
A. 연희동의 가장 큰 매력은, 주택 단지인데 낡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연희동으로 대표되는 지역이 제가 살고 있는 ‘사러가’* 쪽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큰 주택들이 많아 도로가 조금 더 정비되어 있는 이미지예요. 그게 제가 처음 왔을 때 연희동의 이미지기도 했고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다이칸야마*같다고 생각했어요. 거리가 생각보다 넓고, 집집마다 마당도 있고, 나무도 엄청 잘 가꿔져 있고, 이런 모습들이 너무 예뻤거든요. 고도제한이 걸려 있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다들 건물이 낮기도 하고요.
*사러가: 연희동 골목 초입에 위치한 마트

*다이칸야마: 도쿄 시부야 다이칸야마초 일대의 상점가 (사진: 나무위키 ’다이칸야마’)
Q. 살다 보니 발견하게 된 매력도 있었나요?
A. 이곳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세요. 지금은 많이 돌아가셨어요. 저희가 이사하고 나서도 많이 돌아가셔서 되게 마음이 아픈데… … 젊은이들은 별로 없으니까 주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으세요. 특히 아이가 있으면 정말! 잘해주세요. 연희동에서 살거나 장사하시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서울인데 서울같지 않다.” 이런 말을 많이 하거든요. 마을같은 느낌이 있어요.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무언가를 공동으로 하는 것들이 은근히 많아요.
Q. 전소미 유튜브에서 연희동 브이로그를 보는데, 지나다니면서 그냥 인사하는 분위기더라구요.
A. 맞아요. 오래 살았다 보니 저도 다들 알아봐주세요. “(어린이)*엄마, 어디 가? 애들은 어디 갔어?”하고 살갑게 얘기해 주세요. 사러가 마트 이모님들과도 인사하고, 사러가 약사님도 알고 지내요. 이런 게 일상적인 분위기예요. 정다운 옛날 느낌이 있어요. 90년대 정서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연희레이에는 ‘어린이, 초등학생’이라는 호칭으로 레이 님의 두 아이가 등장합니다.
Q. 10년차 거주민으로서, 변함없는 점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많이 흐려졌어도 ‘마을의 정서’가 있거든요. 감사하게도 그게 변함없는 점이에요.
달라진 점으로는, 가게들이 정말 많이 생긴 게 느껴져요. 그러니까 계정이 흥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해요. 계정 운영을 시작했을 때보다 이 동네에 유입이 많아졌어요. 지하철 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남 인근이라 타 지역에서 편히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차가 편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폐쇄적이잖아요. 그럼에도 동네가 커지는 게 신기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좋은 가게들이 많이 생긴 게 좋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워요. 이번에 사라진 ‘삼번가’처럼 낡고 오래된 가게들이 많이 사라졌어요. 10년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하신 ‘타비함박’도 없어졌고요. 당연한 사이클이지만 그래도 아쉬워요. 좋아하는 가게가 사라져서 다시는 갈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Q. 거주지여도 이렇게 애정을 가지기 쉽지 않잖아요.
A. 남편이 신촌 여기저기서 계속 자취를 했었어요. 연세대학교 서문, 동문, 이렇게 살았는데요. 자기 동네가 너무 좋다는 거예요. 그러면 살아보지, 뭐. 아무 생각 없이 결정했던 건데 살아보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그 전에도 연희동에 가끔 놀러오긴 했었어요. 10년 더 전이죠. 15년쯤 됐을까요? 이때는 홍대에 있던 가게들이 하나둘 넘어오는 시기였어요. 원래 좋아하던 ‘제니스까페’라는 곳이 합정이랑 상수에서 오래 했거든요. 이 가게가 연희동으로 이사 갔다길래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연희동에 갔었어요. 지금보다 훨씬 조용했었죠. 건물 하나 건너 다른 가게가 있는 지금과 달리 그냥 가게가 하나 있다, 그런 느낌이었어요.
Q. ‘지극히 개인적인 연희동 지도’를 보고 왔어요. 연희동을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A. 아, 이건 조금 어렵네요.
연희동에 처음 왔다고 가정하면 일단 2호선 신촌역이나 홍대입구역에서 내리겠죠? 내려서 버스를 타고 ‘연희104고지앞’에 내리게 된단 말이에요. 거기서부터 연희동 대표 코스로 추천해볼게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제일 먼저 ‘비전스트롤’에 가요. 거기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바로 앞에 있는 ‘바늘 이야기’에서 실을 좀 구경해요. 그다음 ‘사러가’에 가서 “이런 마트가 있구나.” 보고 난 후에 밥을 먹으러 가야겠죠. 다음에 밥을 뭘 먹을까? 뭘 먹으면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지?
‘이품 짬뽕’ 먹으러 가죠. 밥을 다 먹고 디저트는 ‘연희동 국화빵’을 먹어요. 집으로 가기 전에, 너무 아쉬우니 ‘희로’에 가서 마지막으로 한 잔 딱 마시고서 버스를 타고 가는 코스를 연희동 초보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실제로 지금 해보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예요. 얼마로 연희동 하루 종일 즐기기 같은 걸 해보고 싶거든요.
Q. 자연이나 건물을 구경하기에 좋은 연희동 산책 코스도 있을까요?
A. 자연사박물관 쪽이 의외로 괜찮아요. 생각보다 어린이들만 많이 가는데, 어른들이 봐도 꽤 재밌어요. 규모의 문제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뉴욕을 생각하면 허섭하긴 하지만 은근히 재밌어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데 빅뱅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류의 기원까지. 작지만 알차거든요. 뒤쪽으로도 산책로 코스가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걷기에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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